<내일시론>친일인명사전은 반성과 화해의 첫걸음(신명식 2005.08.30)

지역내일 2005-08-30 (수정 2005-08-30 오후 1:51:09)
민족이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수탈을 받고,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강제 동원되던 시기에 구국의 길에 섰느냐, 부일협력의 길에 섰느냐를 가려서 상을 줄 사람은 상을 주고, 죄를 줄 사람은 단죄를 하는 것은 민족국가 건설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해방 60주년, 을사늑약 100주년을 맞아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1차명단 3090명이 발표됐다.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잡아 후대에 교훈을 남기는 당연한 일을 이토록 힘들게 돌아온 것이다.
2007년 말이면 순수 민간단체의 힘으로 친일인명사전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 첫 번째 공은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를 홀로 계승해서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 매진한 고 임종국 선생에게 드려야 한다. 1966년 임 선생이 역저 ‘친일문학론’을 발표하고 40년 만에 1차 결실을 본 것이다.

부일협력자 관련 인사들은 자숙해야 한다
두 번째는 2001년 12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족한 뒤 재정위기에 처했을 때 일거에 성금 7억5000만원을 모아준 국민이다. 아울러 연간 4억 원의 회비를 내주는 후원회원들의 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인명사전이 완간되려면 앞으로도 3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 돈도 결국 국민성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1989년 타계한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1991년 설립한 민족문제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친일문제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을 쌓는 한편 사회현안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1999년 8월 친일인명사전 지지 전국 대학교수 1만인 선언이 나오고, 사전편찬위원회가 발족하기까지 이 연구소가 중심 역할을 했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해방 후 우리 역사가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알 수 있다. 친일 관료출신으로 해방 후 장관을 지낸 사람이 20명이다. 서울시장은 2명이다.
부일협력자가 가장 득세한 분야는 군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5·16쿠데타 세력 상당수가 부일협력자였다. 일본군에 자진입대해서 위관급 이상 장교를 지낸 침략전쟁 협력자 중에서 해방 후 국방장관이 6명이 나왔다. 합동참모회의 의장은 6명이 나왔다. 육군참모총장도 7명을 배출했다. 공군참모총장도 4명이 나왔다. 법조계의 부일협력자 중에서 법무부 장관 5명, 검찰총장 4명, 대법원장 3명, 대법관 10명이 나왔다.
사전편찬위원회 측은 이번 명단 발표가 분열과 갈등이 아닌 반성과 화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명단 발표 이후 반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의 불가피성을 들어 변명하거나, 해방 후 공적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항변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일협력자 중에는 생존자도 있고, 현재 사회 유력인사들의 부친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유력 언론사의 창업자나 사주의 부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립대학 설립자들도 다수 있다. 해방 후 문화예술계에 막강한 사단을 형성했던 사람들도 있다.

빛 못 본 독립유공자 적극 발굴해 포상 힘써야
부족한 연구비, 당사자들의 고소, 사전편찬을 정치적 의도가 있는 행위로 몰아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이 완간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이 나서 사전편찬을 방해하려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국민성금에 의지해 힘겹게 여기까지 온 민간분야의 성과를 정치권이 악용하려는 어떤 발언이나 행위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해방 후 주요 인물들을 친일파로 몰아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냐는 일부의 비난도 합당하지 않다.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훈포장이나 표창을 받은 사람은 아직도 1만 명이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민족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를 확대 발굴함은 물론 좌파 중간파 등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이념을 선택했지만 해방 후 남북 어디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 애국지사와 선열을 적극 발굴해서 대한민국 정통성의 토대를 넓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 명 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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