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한민족 잔치에 아시아가 들러리?
부제 -
남북 교류 ‘흥행’, 육상대회 ‘찬밥’
대부분 공식행사 북한 방문단 위주
인천시, 경기보다 북측 방문단 의전에 주력
경기장 관중은 ‘동원’, 예술단 공연은 ‘매진’
8개국 불참, 홍보부족, 시민무관심 등 지적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아시아인의 축제’가 아닌 ‘우리민족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회를 주최하는 인천시나 시민, 언론의 관심이 육상경기가 열리는 문학경기장의 트랙보다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행사 대부분이 북한 위주 = 인천시와 조직위가 제시한 주요공식행사 일정표의 대부분은 북측 환영만찬과 예술단 공연으로 채워져 있다. 북측 선수단이 입국한 28일부터 매일 저녁 시의회, 시 등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이 진행됐고 지역 인사 수백명이 여기에 참가한다. 때문에 대회는 조직위가 전담하고 시는 북측 방문단 의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반면, 북한을 제외한 국가들을 위한 공식일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대회의 각종 공식행사에 참여한 한 지역인사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인의 축제가 아니라 한민족 잔치에 아시아육상선수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도 육상경기보다 북측 응원단에 쏠려있다.
인천시와 조직위는 육상경기가 열리는 문학경기장의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시민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조직위는 10개 구·군에 각 2500명씩 지역주민을, 인천시교육청에 오전 오후로 학생 1만5000명씩을 동원해 달라고 협조 요청했다. 덕분에 대회 첫날인 1일 문학경기장의 스탠드는 흰색 여름교복패션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인솔 교사들은 더운 날씨에 아이들과 몇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측 응원단 공연, 1시간 만에 매진 = 반면, 빼어난 미모의 여학생들이 주축이 된 북한청년협력단(응원단)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미녀응원단’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북한 응원단이 탄 버스가 경기장 주변에 나타나면 시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1일 경기장에서는 빨간 티셔츠에 빨간 모자를 쓰고 현란한 율동과 딱딱이, 우산 등을 이용한 ‘이색’ 응원을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이들 응원단이 1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펼치는 예술공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이란 방침에 따라 1일 인터넷 접수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실내공연장 좌석이 매진됐다.북측 방문단에 대한 언론의 취재경쟁도 뜨겁다. 북측 방문단 숙소 안팎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선수와 응원단의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들이 북적거렸고 공연 리허설 연습장과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도 취재진과 취재진을 저지하려는 경찰의 실랑이도 잇따랐다.
◆부실대회 우려 = 막상 육상대회는 시민들의 무관심속에 당초 참가할 예정이던 8개국 선수·임원진이 불참, 대회 진행에 일부 차질을 빚는 등 부실대회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초 대회 조직위는 45개국에서 1200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의사를 밝혀왔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막식에 참가한 인원은 774명으로 파악됐다. 네팔·아랍에미레이트 등 8개국은 아예 불참했고, 우즈베키스탄과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이 당초보다 선수단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핀란드 헬싱키)’와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터키 이즈미르)’가 잇따라 열린 관계로 이들 참가국들이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 등을 우려해 불참하거나 선수단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조직위의 세심한 준비와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조직위는 또 개회식 시작 직전까지 참가 인원파악을 제대로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부서간 연락 및 협조체계도 원활하지 못해 대회 곳곳에서 혼선을 빚기도 하는 등 운영미숙을 드러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를 중심으로 시 본청, 구·군이 시민홍보나 행사진행을 위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사전에 제대로 협의한 적도 없다”며 “처음 국제행사를 하다 보니 곳곳에서 혼란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의 성공을 기반으로 오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려는 인천시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개회식과 첫날 대회 상황으로 볼 때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출발은 좋은 편”이라며 “국제대회를 처음 치르다보니 어려움이 많지만 국제대회로서 위상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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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류 ‘흥행’, 육상대회 ‘찬밥’
대부분 공식행사 북한 방문단 위주
인천시, 경기보다 북측 방문단 의전에 주력
경기장 관중은 ‘동원’, 예술단 공연은 ‘매진’
8개국 불참, 홍보부족, 시민무관심 등 지적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아시아인의 축제’가 아닌 ‘우리민족의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회를 주최하는 인천시나 시민, 언론의 관심이 육상경기가 열리는 문학경기장의 트랙보다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행사 대부분이 북한 위주 = 인천시와 조직위가 제시한 주요공식행사 일정표의 대부분은 북측 환영만찬과 예술단 공연으로 채워져 있다. 북측 선수단이 입국한 28일부터 매일 저녁 시의회, 시 등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이 진행됐고 지역 인사 수백명이 여기에 참가한다. 때문에 대회는 조직위가 전담하고 시는 북측 방문단 의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반면, 북한을 제외한 국가들을 위한 공식일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대회의 각종 공식행사에 참여한 한 지역인사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인의 축제가 아니라 한민족 잔치에 아시아육상선수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도 육상경기보다 북측 응원단에 쏠려있다.
인천시와 조직위는 육상경기가 열리는 문학경기장의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시민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조직위는 10개 구·군에 각 2500명씩 지역주민을, 인천시교육청에 오전 오후로 학생 1만5000명씩을 동원해 달라고 협조 요청했다. 덕분에 대회 첫날인 1일 문학경기장의 스탠드는 흰색 여름교복패션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인솔 교사들은 더운 날씨에 아이들과 몇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측 응원단 공연, 1시간 만에 매진 = 반면, 빼어난 미모의 여학생들이 주축이 된 북한청년협력단(응원단)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미녀응원단’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북한 응원단이 탄 버스가 경기장 주변에 나타나면 시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1일 경기장에서는 빨간 티셔츠에 빨간 모자를 쓰고 현란한 율동과 딱딱이, 우산 등을 이용한 ‘이색’ 응원을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이들 응원단이 1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펼치는 예술공연은 ‘선착순 무료입장’이란 방침에 따라 1일 인터넷 접수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실내공연장 좌석이 매진됐다.북측 방문단에 대한 언론의 취재경쟁도 뜨겁다. 북측 방문단 숙소 안팎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선수와 응원단의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들이 북적거렸고 공연 리허설 연습장과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도 취재진과 취재진을 저지하려는 경찰의 실랑이도 잇따랐다.
◆부실대회 우려 = 막상 육상대회는 시민들의 무관심속에 당초 참가할 예정이던 8개국 선수·임원진이 불참, 대회 진행에 일부 차질을 빚는 등 부실대회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초 대회 조직위는 45개국에서 1200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의사를 밝혀왔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막식에 참가한 인원은 774명으로 파악됐다. 네팔·아랍에미레이트 등 8개국은 아예 불참했고, 우즈베키스탄과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이 당초보다 선수단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핀란드 헬싱키)’와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터키 이즈미르)’가 잇따라 열린 관계로 이들 참가국들이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 등을 우려해 불참하거나 선수단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조직위의 세심한 준비와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조직위는 또 개회식 시작 직전까지 참가 인원파악을 제대로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부서간 연락 및 협조체계도 원활하지 못해 대회 곳곳에서 혼선을 빚기도 하는 등 운영미숙을 드러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를 중심으로 시 본청, 구·군이 시민홍보나 행사진행을 위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사전에 제대로 협의한 적도 없다”며 “처음 국제행사를 하다 보니 곳곳에서 혼란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의 성공을 기반으로 오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려는 인천시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개회식과 첫날 대회 상황으로 볼 때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출발은 좋은 편”이라며 “국제대회를 처음 치르다보니 어려움이 많지만 국제대회로서 위상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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