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포르투갈 섞인 독특한 문화,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마카오는 접점의 도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경건함과 쾌락이 함께 있으며 희망과 현실이, 전통과 현재가 만난다. 접점이면서도 섞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모습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절묘하다.
유네스코가 지난 7월 마카오 곳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도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마카오만의 독특한 모습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금 마카오에서는 10월 1일까지 주말마다 한국 등 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국제 불꽃놀이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내달말에는 동아시안게임도 개최된다. 11월에는 트랙이 아닌 도심 도로에서 열리는 51년 전통의 ‘마카오 그랑프리’ 대회도 있다.
굵직한 행사들이 열리는 마카오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역동적이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땅 = 마카오는 16세기부터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되기까지 4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때문에 마카오에는 건축물은 물론 음식, 종교는 물론 공휴일까지 중국문화와 포르투갈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마카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카지노만 떼어놓고 봐도 마카오는 토종자본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경쟁하는 접점지대다.
마카오를 다녀온 사람들 사진첩에 꼭 들어있는 곳, 성바울 성당도 예외는 아니다. 1637년에 완공된 이후 1835년 화재를 비롯해 모두 세 번의 불이 났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곳 사람들은 ‘마리아의 뜻’ 이라며 건물을 다시 짓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은 성당 앞면만 남아 있다.
성당 앞면 조형물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채롭다. 중국 최고권력을 뜻하는 용과 해골 상이 조각돼 있다. 해골 옆에는 ‘사후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말라’는 내용의 한자 경구도 새겨져 있다. 성당 유적 바로 옆에는 작은 도교 사원도 함께 있다. 이를테면 이곳은 동서양 종교가 한군데서 만나는 접점인 것이다.
마카오반도 남쪽 주강 위에 있는 관음상도 마찬가지. 관음보살상이지만 우리가 흔히 봐온 관음상과는 모양이 다르다. ‘누굴 닮았는데…’ 바라보다 무릎을 친다. ‘성모 마리아를 닮았구나.’ 포르투갈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성바울 성당 바로 뒤에는 마카오박물관과 몬테요새가 있다. 박물관 동선을 따라 건물 위로 올라가면 몬테요새가 나온다. 1624년 네덜란드 공격으로부터 마카오를 방어한 이 요새에는 수십문의 대포가 금방 불을 뿜을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마카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세나도 광장도 근처에 있다. 이들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들. 마카오에 머물 시간이 많지 않다면 이곳들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세나도 광장은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곳. 물결무늬 바닥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 바닥은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때 포르투갈인들이 직접 돌을 가져와 깔았다고 한다. 물결무늬를 따라 걸으며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포르투갈양식 건축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세나도 광장은 또 ‘면세지역’ 마카오 쇼핑의 중심지인 만큼 유명한 마카오 과자와 육포를 비롯, 다양한 상품들을 살 수 있다.
◆경건함과 쾌락이 함께 있는 곳 = 낮의 마카오 여행은 경건하다. 서울 종로구만한 마카오에는 삼십여개의 성당이 있다고 한다. 마카오는 아시아 천주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물론 인구의 95%가 중국인인 만큼 크고작은 불교 및 도교사원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중국인들은 각 건물 기둥마다에까지 향을 피워 놓아 어딜가나 향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아마사원. 도교 여신인 아마와 불교 여신인 쿤람을 봉헌하고 있다. 어부들의 수호신인 아마는 ‘마카오’라는 이름의 유래일 정도로 마카오에서는 상징적인 존재.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향불이 꺼질 틈이 없다. 향 연기 때문에 천장은 아예 불탄것처럼 시커멓다. 아마사원 뿐 아니라 마카오내 곳곳에서는 천장에 용수철같이 생긴 커다란 물건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무’라 불리는 향이다. 무려 보름간 탄다고 한다.
아마사원 근처에 있는 펜하성당은 일년에 한번만 미사를 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전 이 성당에는 바바라라는 미녀 수녀가 있었다. 바바라 수녀는 자신에게 반한 포르투갈 총독의 수청을 거절하다 참수를 당했다고. 이때부터 이 성당은 포르투갈 성모마리아 축제일인 5월 13일에만 미사를 올린다.
종로만한 곳이지만 이같은 성당과 사원, 요새와 등대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25곳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일정을 짜기가 빠듯하다.
마카오의 밤은 어떨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화려하다. 카지노를 빼놓고는 마카오를 설명할 수 없다. 46만의 인구 가운데 21만이 카지노와 관련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으니, 마카오는 카지노의 천국이다.
이중 가장 큰 카지노는 마카오 토종 자본인 ‘리스보아’와 라스베가스 자본인 ‘샌즈’ 두 곳. 리스보아는 1962년부터 지난해까지 42년간 마카오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던 마카오 카지노 대부 ‘스탠리 허’가 소유하고 있다. 샌즈는 미국 베네션 그룹이 2억4000만달러를 들여 지난해 5월 라스베이거스 식으로 개장한 곳. 24시간 영업하는 카지노 객장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객장에는 국경도 인종도 언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한 게임에 홍콩달러로 1달러(약 130원) 하는 슬롯머신에 붙어있는 젊은이들도, 최소 배팅금액이 300달러 이상인 블랙잭을 하는 겜블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일 터. 2년전 재미삼아 들렀다가 30분만에 30억원을 따고 간 한국인도 있었다고.
◆찾아보면 색다른 재미도 = 세계적인 불꽃놀이 대회중 하나인 ‘마카오 국제 불꽃놀이 대회’가 지난 3일부터 내달 1일까지 매주 주말 밤 9시부터 열린다.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대회다. 마카오의 랜드마크중 하나인 마카오 타워 앞바다에서 진행되는 불꽃놀이는 마카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덤중 하나다. 마카오 타워와 우정의 다리 위로 터지는 형형색색의 불꽃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1954년 이후 매월 11월 셋째 주에 나흘 동안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모터사이클 경주와 F3 자동차 경주로 나뉘어 진행된다. 시내 전역 교통을 통제하며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오랜 역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가지 경주로로도 유명하다. 마카오 시내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세계적인 카 레이서인 미하엘 슈마허가 탔던 차를 비롯, 각종 경주용차가 전시돼 있다.
마카오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할 곳은 또 있다. 현대건설이 만든 마카오타워도 그중 하나다. 짜릿함을 즐기는 여행객들은 마카오타워를 가장 먼저 찾는다. 61층 223m 높이에서 줄 하나만 달고 뛰어내리는 ‘스카이점프’와 타워 밖으로 나가 하늘 위를 한바퀴 돌고 오는 ‘스카이 워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참가자들에게는 인증서도 발급된다.
글·사진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이것은 알고 떠나자
마카오는 겨울 기온이 평균 섭씨 16도. 아열대성 기후다. 10~12월이 기온도 적당한데다 맑은 날이 많고 습도도 낮아 여행하기에는 딱 좋다.
인천공항에서 마카오까지 비행시간은 약 3시간10분. 시차는 마카오가 우리나라보다 한시간 늦다.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특별행정자치구. 홍콩에서 서쪽으로 약 64㎞ 떨어져 있어 홍콩과 배편으로 한시간여 걸린다. 남중국의 ‘진주’라 불리는 주하이와도 맞닿아 있어 주하이, 홍콩 등과 연계해 여행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공식 화폐는 파타카(MOP)이지만 여행객들은 대부분 홍콩달러를 쓴다. 파타카는 마카오 이외에서 쓰이지 않는데다 환전도 어렵기 때문. 파타카는 홍콩달러와 환율이 거의 같다.
호텔, 대형음식점, 카지노 등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호텔을 나설 때는 호텔 명함을 들고 다니는게 좋다. 말이 안통하더라도 택시기사에게 호텔명함을 보여주면 돌아오기 쉽기 때문. 택시 기본요금은 10홍콩달러. 버스요금은 섬지역을 제외하고 2.5달러 정도다. 마카오 전압은 220볼트.
마카오 역시 홍콩처럼 ‘딤섬’(아래사진)이 유명하다. 만두처럼 생긴 딤섬은 모양도 예쁘지만 맛도 좋다.
마카오는 특히 포르투갈 요리와 중국 광둥식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다. 빵과 계란을 넣어 만든 포르투갈식 ‘에그타트’는 별미.
어떤 상품이 있나
지난해부터 에어마카오는 인천에서 마카오를 오가는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에 출발한다. 10월26일부터는 부산에서도 매주 수, 목요일 2회 운항한다. 12월부터는 광주 직항노선도 생긴다.
홍콩에서는 24시간 운항하는 여객선을 타면 1시간만에 마카오로 들어올 수 있으며 육로로 연결된 주하이를 오갈때는 간단한 출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유여행사(02-3455-8888)는 마카오와 주하이를 묶은 ‘마카오-주하이 웰빙투어 3일(42만9000원부터)’ 상품과 홍콩과 마카오를 엮은 ‘홍콩-마카오 4일(57만9000원부터)’ 등 마카오 관련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예 마카오-홍콩-심천-주하이를 모두 묶은 6일짜리 상품(64만9000원부터)도 있다.
추석연휴 기간인 16, 17, 18일 떠나는 ‘홍콩-마카오 4일’ 상품은 79만9000원, ‘홍콩-마카오-심천 5일’ 상품은 84만9000원이다.
이밖에 에어마카오(02-3455-0005)에서는 매일 출발하는 ‘에어텔 3일’ 상품을 39만90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골프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주하이CC, 금만CC, 만성CC를 18홀씩 돌 수 있는 ‘주하이 골프 4일(56홀) 상품(109만9000원부터)도 판매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 숨결을 찾아보자
마카오 성바울 성당은 아시아 최초의 신학교. 마카오는 이를테면 천주교 아시아 전파의 전진기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도 1837년 신학 공부를 위해 마카오에서 공부했다.
때문에 마카오 곳곳에서 김대건 신부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마카오는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순례’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성바울 성당에서 골동품·재활용가구 거리를 통과하면 까모에스 정원이 나온다. 시인 까모에스와 왕비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얘기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김대건 신부의 자취가 있다. 정원 한곳에 갓을 쓰고 서 있는 ‘이방인’ 동상으로 자연스레 발길이 간다.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다. 김대건 신부는 16세대 신학 공부를 위해 성바울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불탄 뒤여서 김대건 신부는 성 안토니오 성당에서 공부를 했다. 성 안토니오 성당 안에는 김대건 신부의 목상이 모셔져 있다.
김대건 신부 목상은 갓을 쓰고 두루마리를 입고 오른손에 십자가, 왼손에 성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서 있다. 차림은 영락없는 조선시대 선비 모습이나 얼굴이 서양인처럼 조각돼 이채롭다.
마카오 두 개의 섬중 하나인 꼴로안섬 원주민 마을의 오래된 작은 성당에는 김대건 신부의 초상이 걸려 있다. 이 작은 성당에는 또 교황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의도 광장을 가득 메운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찍은 사진도 액자에 정성스레 담겨 있다.
이같은 인연 때문인지 마카오를 찾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제법 있다고. 현지가이드 이동아씨는 “사스로 마카오 관광객이 뚝 끊겼을 때에도 찾아온 한국인 신도들이 있었다”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든 41송이 장미꽃다발을 김대건 신부 목상에 걸어주던 여신도의 모습이 아직 기억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카오 식당가에까지 한류열풍
한류열풍은 마카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카오 현지에서 TV를 틀어보면 언제든 ‘대장금’을 비롯해 ‘한명회’, ‘파란만장 미스김…’, 시트콤 ‘세친구’, 가요프로 등 한국 관련 프로그램 대여섯개가 상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 대회 준비에 한창인 마카오돔 매니저 시오 혼 판씨는 한국인을 보자마자 ‘대장금’ 얘기부터 꺼낸다. 남자주인공인 지진희씨 팬이란다.
이같은 한류열풍은 마카오내 한국식당으로도 이어진다. 교민이래봐야 100여명에 불과하고 한국인이 하는 한국식당도 세곳에 불과하지만 한국식당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중 관광가이드 출신인 정종현(41), 이미화(38)씨 부부가 마카오 한복판 랜드마크 카지노 맞은편에 차려놓은 ‘동대문’ 식당은 식사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썰렁’한 양 옆 일본식당과 포르투갈 식당과는 대조적이다. 6년전 처음 문을 연 이 가게는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한국음식을 흉내내 만든 다른 식당과 달리 ‘완전한’ 한국식 요리로 마카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물론 여기에는 마카오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예 식당 이름에 ‘대장금’인 식당도 있다. 뉴센추리호텔과 하얏트호텔 옆 ‘대장금한국관’이 그곳. 한류 탓에 이름만으로도 식당 영업에 대한 걱정은 없을 터.
에어마카오는 이들 식당 이용객들을 위해 비행기 티켓에 1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타이파섬 마카오국제공항 앞에도 한국식당이 한곳 더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국이름 또는 한자로 ‘한국요리’를 써 놓은 곳을 이따금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마카오는 접점의 도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경건함과 쾌락이 함께 있으며 희망과 현실이, 전통과 현재가 만난다. 접점이면서도 섞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모습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절묘하다.
유네스코가 지난 7월 마카오 곳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도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마카오만의 독특한 모습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금 마카오에서는 10월 1일까지 주말마다 한국 등 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국제 불꽃놀이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내달말에는 동아시안게임도 개최된다. 11월에는 트랙이 아닌 도심 도로에서 열리는 51년 전통의 ‘마카오 그랑프리’ 대회도 있다.
굵직한 행사들이 열리는 마카오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역동적이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땅 = 마카오는 16세기부터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되기까지 4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때문에 마카오에는 건축물은 물론 음식, 종교는 물론 공휴일까지 중국문화와 포르투갈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마카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카지노만 떼어놓고 봐도 마카오는 토종자본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경쟁하는 접점지대다.
마카오를 다녀온 사람들 사진첩에 꼭 들어있는 곳, 성바울 성당도 예외는 아니다. 1637년에 완공된 이후 1835년 화재를 비롯해 모두 세 번의 불이 났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곳 사람들은 ‘마리아의 뜻’ 이라며 건물을 다시 짓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은 성당 앞면만 남아 있다.
성당 앞면 조형물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채롭다. 중국 최고권력을 뜻하는 용과 해골 상이 조각돼 있다. 해골 옆에는 ‘사후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말라’는 내용의 한자 경구도 새겨져 있다. 성당 유적 바로 옆에는 작은 도교 사원도 함께 있다. 이를테면 이곳은 동서양 종교가 한군데서 만나는 접점인 것이다.
마카오반도 남쪽 주강 위에 있는 관음상도 마찬가지. 관음보살상이지만 우리가 흔히 봐온 관음상과는 모양이 다르다. ‘누굴 닮았는데…’ 바라보다 무릎을 친다. ‘성모 마리아를 닮았구나.’ 포르투갈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성바울 성당 바로 뒤에는 마카오박물관과 몬테요새가 있다. 박물관 동선을 따라 건물 위로 올라가면 몬테요새가 나온다. 1624년 네덜란드 공격으로부터 마카오를 방어한 이 요새에는 수십문의 대포가 금방 불을 뿜을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마카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세나도 광장도 근처에 있다. 이들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들. 마카오에 머물 시간이 많지 않다면 이곳들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세나도 광장은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곳. 물결무늬 바닥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 바닥은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때 포르투갈인들이 직접 돌을 가져와 깔았다고 한다. 물결무늬를 따라 걸으며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포르투갈양식 건축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세나도 광장은 또 ‘면세지역’ 마카오 쇼핑의 중심지인 만큼 유명한 마카오 과자와 육포를 비롯, 다양한 상품들을 살 수 있다.
◆경건함과 쾌락이 함께 있는 곳 = 낮의 마카오 여행은 경건하다. 서울 종로구만한 마카오에는 삼십여개의 성당이 있다고 한다. 마카오는 아시아 천주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물론 인구의 95%가 중국인인 만큼 크고작은 불교 및 도교사원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중국인들은 각 건물 기둥마다에까지 향을 피워 놓아 어딜가나 향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아마사원. 도교 여신인 아마와 불교 여신인 쿤람을 봉헌하고 있다. 어부들의 수호신인 아마는 ‘마카오’라는 이름의 유래일 정도로 마카오에서는 상징적인 존재.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향불이 꺼질 틈이 없다. 향 연기 때문에 천장은 아예 불탄것처럼 시커멓다. 아마사원 뿐 아니라 마카오내 곳곳에서는 천장에 용수철같이 생긴 커다란 물건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무’라 불리는 향이다. 무려 보름간 탄다고 한다.
아마사원 근처에 있는 펜하성당은 일년에 한번만 미사를 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전 이 성당에는 바바라라는 미녀 수녀가 있었다. 바바라 수녀는 자신에게 반한 포르투갈 총독의 수청을 거절하다 참수를 당했다고. 이때부터 이 성당은 포르투갈 성모마리아 축제일인 5월 13일에만 미사를 올린다.
종로만한 곳이지만 이같은 성당과 사원, 요새와 등대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25곳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일정을 짜기가 빠듯하다.
마카오의 밤은 어떨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화려하다. 카지노를 빼놓고는 마카오를 설명할 수 없다. 46만의 인구 가운데 21만이 카지노와 관련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으니, 마카오는 카지노의 천국이다.
이중 가장 큰 카지노는 마카오 토종 자본인 ‘리스보아’와 라스베가스 자본인 ‘샌즈’ 두 곳. 리스보아는 1962년부터 지난해까지 42년간 마카오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던 마카오 카지노 대부 ‘스탠리 허’가 소유하고 있다. 샌즈는 미국 베네션 그룹이 2억4000만달러를 들여 지난해 5월 라스베이거스 식으로 개장한 곳. 24시간 영업하는 카지노 객장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객장에는 국경도 인종도 언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한 게임에 홍콩달러로 1달러(약 130원) 하는 슬롯머신에 붙어있는 젊은이들도, 최소 배팅금액이 300달러 이상인 블랙잭을 하는 겜블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일 터. 2년전 재미삼아 들렀다가 30분만에 30억원을 따고 간 한국인도 있었다고.
◆찾아보면 색다른 재미도 = 세계적인 불꽃놀이 대회중 하나인 ‘마카오 국제 불꽃놀이 대회’가 지난 3일부터 내달 1일까지 매주 주말 밤 9시부터 열린다.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대회다. 마카오의 랜드마크중 하나인 마카오 타워 앞바다에서 진행되는 불꽃놀이는 마카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덤중 하나다. 마카오 타워와 우정의 다리 위로 터지는 형형색색의 불꽃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1954년 이후 매월 11월 셋째 주에 나흘 동안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모터사이클 경주와 F3 자동차 경주로 나뉘어 진행된다. 시내 전역 교통을 통제하며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오랜 역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가지 경주로로도 유명하다. 마카오 시내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세계적인 카 레이서인 미하엘 슈마허가 탔던 차를 비롯, 각종 경주용차가 전시돼 있다.
마카오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할 곳은 또 있다. 현대건설이 만든 마카오타워도 그중 하나다. 짜릿함을 즐기는 여행객들은 마카오타워를 가장 먼저 찾는다. 61층 223m 높이에서 줄 하나만 달고 뛰어내리는 ‘스카이점프’와 타워 밖으로 나가 하늘 위를 한바퀴 돌고 오는 ‘스카이 워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참가자들에게는 인증서도 발급된다.
글·사진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이것은 알고 떠나자
마카오는 겨울 기온이 평균 섭씨 16도. 아열대성 기후다. 10~12월이 기온도 적당한데다 맑은 날이 많고 습도도 낮아 여행하기에는 딱 좋다.
인천공항에서 마카오까지 비행시간은 약 3시간10분. 시차는 마카오가 우리나라보다 한시간 늦다.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특별행정자치구. 홍콩에서 서쪽으로 약 64㎞ 떨어져 있어 홍콩과 배편으로 한시간여 걸린다. 남중국의 ‘진주’라 불리는 주하이와도 맞닿아 있어 주하이, 홍콩 등과 연계해 여행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공식 화폐는 파타카(MOP)이지만 여행객들은 대부분 홍콩달러를 쓴다. 파타카는 마카오 이외에서 쓰이지 않는데다 환전도 어렵기 때문. 파타카는 홍콩달러와 환율이 거의 같다.
호텔, 대형음식점, 카지노 등을 제외하고는 영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호텔을 나설 때는 호텔 명함을 들고 다니는게 좋다. 말이 안통하더라도 택시기사에게 호텔명함을 보여주면 돌아오기 쉽기 때문. 택시 기본요금은 10홍콩달러. 버스요금은 섬지역을 제외하고 2.5달러 정도다. 마카오 전압은 220볼트.
마카오 역시 홍콩처럼 ‘딤섬’(아래사진)이 유명하다. 만두처럼 생긴 딤섬은 모양도 예쁘지만 맛도 좋다.
마카오는 특히 포르투갈 요리와 중국 광둥식 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다. 빵과 계란을 넣어 만든 포르투갈식 ‘에그타트’는 별미.
어떤 상품이 있나
지난해부터 에어마카오는 인천에서 마카오를 오가는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에 출발한다. 10월26일부터는 부산에서도 매주 수, 목요일 2회 운항한다. 12월부터는 광주 직항노선도 생긴다.
홍콩에서는 24시간 운항하는 여객선을 타면 1시간만에 마카오로 들어올 수 있으며 육로로 연결된 주하이를 오갈때는 간단한 출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유여행사(02-3455-8888)는 마카오와 주하이를 묶은 ‘마카오-주하이 웰빙투어 3일(42만9000원부터)’ 상품과 홍콩과 마카오를 엮은 ‘홍콩-마카오 4일(57만9000원부터)’ 등 마카오 관련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예 마카오-홍콩-심천-주하이를 모두 묶은 6일짜리 상품(64만9000원부터)도 있다.
추석연휴 기간인 16, 17, 18일 떠나는 ‘홍콩-마카오 4일’ 상품은 79만9000원, ‘홍콩-마카오-심천 5일’ 상품은 84만9000원이다.
이밖에 에어마카오(02-3455-0005)에서는 매일 출발하는 ‘에어텔 3일’ 상품을 39만90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골프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주하이CC, 금만CC, 만성CC를 18홀씩 돌 수 있는 ‘주하이 골프 4일(56홀) 상품(109만9000원부터)도 판매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 숨결을 찾아보자
마카오 성바울 성당은 아시아 최초의 신학교. 마카오는 이를테면 천주교 아시아 전파의 전진기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도 1837년 신학 공부를 위해 마카오에서 공부했다.
때문에 마카오 곳곳에서 김대건 신부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마카오는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순례’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성바울 성당에서 골동품·재활용가구 거리를 통과하면 까모에스 정원이 나온다. 시인 까모에스와 왕비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얘기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김대건 신부의 자취가 있다. 정원 한곳에 갓을 쓰고 서 있는 ‘이방인’ 동상으로 자연스레 발길이 간다.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다. 김대건 신부는 16세대 신학 공부를 위해 성바울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불탄 뒤여서 김대건 신부는 성 안토니오 성당에서 공부를 했다. 성 안토니오 성당 안에는 김대건 신부의 목상이 모셔져 있다.
김대건 신부 목상은 갓을 쓰고 두루마리를 입고 오른손에 십자가, 왼손에 성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서 있다. 차림은 영락없는 조선시대 선비 모습이나 얼굴이 서양인처럼 조각돼 이채롭다.
마카오 두 개의 섬중 하나인 꼴로안섬 원주민 마을의 오래된 작은 성당에는 김대건 신부의 초상이 걸려 있다. 이 작은 성당에는 또 교황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의도 광장을 가득 메운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찍은 사진도 액자에 정성스레 담겨 있다.
이같은 인연 때문인지 마카오를 찾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제법 있다고. 현지가이드 이동아씨는 “사스로 마카오 관광객이 뚝 끊겼을 때에도 찾아온 한국인 신도들이 있었다”며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든 41송이 장미꽃다발을 김대건 신부 목상에 걸어주던 여신도의 모습이 아직 기억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카오 식당가에까지 한류열풍
한류열풍은 마카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카오 현지에서 TV를 틀어보면 언제든 ‘대장금’을 비롯해 ‘한명회’, ‘파란만장 미스김…’, 시트콤 ‘세친구’, 가요프로 등 한국 관련 프로그램 대여섯개가 상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 대회 준비에 한창인 마카오돔 매니저 시오 혼 판씨는 한국인을 보자마자 ‘대장금’ 얘기부터 꺼낸다. 남자주인공인 지진희씨 팬이란다.
이같은 한류열풍은 마카오내 한국식당으로도 이어진다. 교민이래봐야 100여명에 불과하고 한국인이 하는 한국식당도 세곳에 불과하지만 한국식당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중 관광가이드 출신인 정종현(41), 이미화(38)씨 부부가 마카오 한복판 랜드마크 카지노 맞은편에 차려놓은 ‘동대문’ 식당은 식사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썰렁’한 양 옆 일본식당과 포르투갈 식당과는 대조적이다. 6년전 처음 문을 연 이 가게는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한국음식을 흉내내 만든 다른 식당과 달리 ‘완전한’ 한국식 요리로 마카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물론 여기에는 마카오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예 식당 이름에 ‘대장금’인 식당도 있다. 뉴센추리호텔과 하얏트호텔 옆 ‘대장금한국관’이 그곳. 한류 탓에 이름만으로도 식당 영업에 대한 걱정은 없을 터.
에어마카오는 이들 식당 이용객들을 위해 비행기 티켓에 1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타이파섬 마카오국제공항 앞에도 한국식당이 한곳 더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국이름 또는 한자로 ‘한국요리’를 써 놓은 곳을 이따금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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