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매칭그랜트 시대> 기업들 “고객도 기부에 참여하세요”
GS칼텍스・한화・삼성전자・CJ몰 등 캠페인 호평 // 사회공헌 새 흐름 … 기부문화 시민사회에 확산 기대
지역내일
2005-09-13
국내 주요기업들이 앞 다퉈 매칭그랜트를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도입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확산속도는 급속히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임직원의 참여뿐만 아니라 고객이나 지역시민들도 참여토록 하는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어 매칭그랜트 활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 3회 연재기사를 통해 기업경영과 사회 문화적 영향을 예측키로 했다.
편집자주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 ‘GS칼텍스 개나리주유소’에선 주유고객을 대상으로 낯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고객이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1000원짜리 ‘아름다운 팔찌’를 사면 GS칼텍스가 같은 액수를 보태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1시간동안 이 주유소에서 판매된 팔찌는 모두 10개였다. 주유소 거래처 직원들이 구매한 것도 포함된 수치지만, 예상보다 고객 호응은 좋았다. 이 주유소 직원 김은숙(27)씨는 “캠페인 내용에 대해 아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결식아동을 돕는데 쓰인다고 설명해주면 참여하겠다는 이들은 선뜻 돈을 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최근 비영리공익재단인 ‘아름다운 재단’과 사회공익기금 마련을 위한 ‘아름다운 팔찌’ 캠페인을 추진키로 하고 약정을 맺었다.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 활동은 고객과 회사가 낸 기부금을 아름다운 재단에 전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부금 일체는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소년소녀가장돕기, 환경단체활동, 장애우돕기 등에 사용된다. 이날 약정식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직접 나섰다. 약정식 이후 GS칼텍스는 내달 8일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6대 도시(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자사 주유소・충전소와 고객사이트에서 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허동수 회장은“아름다운 팔찌가 의미하는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이번 캠페인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캠페인 배경을 소개했다.
최근 기업들이 사회 기부활동에 임직원뿐만 아니라 자사 고객도 참여시키려고 노력중이다. 매칭그랜트를 통해 벌이는 이 같은 활동은 기업경영을 넘어 사회적으로 빈약한 기부문화를 시민사회에 정착시키려는 공격적 시도로 풀이된다.
한화에서도 매칭그랜트 기부활동에 고객을 참여시키려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화는 야후코리아와 함께 지난달 소외계층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기부금을 낼 수 있는 사이트를 마련했다. 네티즌들이 기부사이트 ‘야후나누리’에서 소외계층을 돕는 기부를 하면 같은 금액을 후원키로 한 것이다. 이 사이트는 네티즌 사이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켜 호응을 얻었다.
삼성전자도 지역주민을 기부활동에 동참토록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지역주민을 위해 문화공연을 벌이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지역의 결식 이웃돕기 성금을 내도록 매칭그랜트 모금함을 설치했다. 삼성전자도 모금된 금액만큼 추가 출연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전국 주요 도시의 디지털프라자를 순회하며 ‘여행스케치와 함께 하는 나눔 콘서트’를 실시중인데, 이 거리 콘서트에서 모은 성금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전달키로 했다.
인터넷쇼핑몰 CJ몰이 지난 7월 한달간 벌인 ‘36.5C 사랑의 체온을 올려주세요’라는 행사도 고객을 기업의 기부활동에 참여시키는 매칭그랜트의 하나다. CJ몰은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적립금 모금 행사로, 고객이 적립금을 기부하면 같은 금액의 후원금을 출연해 북한 결식아동을 도왔다.
일반 소비자는 아니지만 협력업체들을 기부활동에 참여토록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지난달 협력업체 모임인 ‘삼협회’가 정기적으로 조성하는 사회봉사기금에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기금을 지원키로 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삼협회에서 올해 상반기 조성한 250만원의 봉사기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매칭그랜트 활동에 대해 사회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기부활동은 경영전략에 의해 출발했지만 기부문화를 시민사회에 촉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기부문화 현실은 해외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기업 기부금 비중이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이 개인 기부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기부금 비중이 80~90%에 이르러 개인의 사회적 공헌활동이 취약한 구조다.
기부정보가이드 정선희 대표는 “매칭그랜트는 기업에서 직원들의 의식을 건강하게 하면서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참여할 경우 시민들도 기부활동에 대해 익숙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