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정리해고는 구조조정 최후수단

<내일진단>

지역내일 2001-01-26 (수정 2001-01-26 오전 11:07:51)
설 연휴가 고통스러웠던 가정들이 있다. 가장(家長)이 실직했거나 실직의 위기에 처해있는 집들이 그
런 곳이었다. 지난해말 전면파업에 나섰던 국민·주택 은행원들은 “너는 괜찮냐”라는 친·인척의 물
음에 답하느라 설음식이 돌덩이 같았다고 한다.
실업은 월급쟁이와 가족들을 크게 위축시킨다. 퇴직금으로 자영업하게 생겨 본의아니게 ‘사장’호칭
을 듣게 됐다고 자위해 보지만 주변의 눈빛은 ‘걱정된다’는 것이다. 시장(Market)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굉장한 모험임을 알기 때문이다.
‘국민의정부’라고 자처하는 현 정부가 ‘실업률 줄이기’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노
력들이 ‘수치 줄이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 미국식 구조조정 세례 받았나
노동부는 지난 17일 당정회의를 갖고 ‘2001년 종합실업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업대책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그간 나왔던 대책들을 ‘종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실업대책 백화점’을 차려놓
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했다고 할 수 있다.
연중 실업률이 가장 높은 1분기 때의 핵심 실업대책으로 또다시 공공근로사업이 꼽혔다. 그간 효율성
에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했다. 공공근로사
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실업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실업자 통계 때 ‘취
업자’로 분류된다.
요즘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인원을 감축한 다음 기업의 경쟁력과 효율을 높여서 잘랐던 인원보다 더 많
은 인원을 고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지배하는 것 같다. 최소한 30% 이상의 인원감축이 예
상되던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강행하도록 부추긴 것만 봐도 이것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고용의 급증을 우려하는 소리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가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편다.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을 자제했던 서유럽의 실업률은
7% 이상인 반면,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미국의 실업률이 3%대에서 안정된 것에 주목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최대 호황을 구가했다던 미국 클린턴정부는 재집권에 실패했다.
나스닥을 중심으로 연간소득이 100만 달러가 넘는 벤처산업 종사자들이 속출했지만, 그들은 근로대중
가운데 극소수였다. 그래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굴뚝산업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
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는 다우존스 지수를 대변하고 있고, 엘 고어
민주당 후보는 나스닥 지수를 반영하고 있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경쟁력과 효율성의 원천은 사람이다
현 정부 들어 ‘부유층 20% 대 빈곤층 80%’의 사회라는 말이 일반화됐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
다. 더구나 한국사회는 다인종국가인 미국사회와는 달리 한 핏줄로 구성돼 있다. 혈연관계를 기초로 한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누구를 잘랐다’는 것이 화제거리일 뿐만 아니라 한(恨)까지 품게 만든다.
정부는 한편에서는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을 지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률을 줄이겠다고 장담
하고 있다. 서로 모순된 양 측면을 주장하면서 이를 통일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민심이 흉흉하면 실
업률을 줄이겠다고 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기업주들이 ‘대체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이냐, 하지 말
자는 것이냐’고 아우성 치면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을 독려한다.
‘실업률 줄이기’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력감축을 구조조정과 동일시
하는 시각을 근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해고 역시 구조조정의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것도 저것도 안될 것 같다는 구성원들의 공감
대가 형성됐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노동개혁’이란 ‘근로자가 마음놓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생각 속에서는 신명이 나올 수 없다.
인력이 효율과 경쟁력의 원천임을 잊지 않았다면 노동자를 비롯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거려
줘야 한다.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강연/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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