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관리 기업이 나선다

삼성방재연구소, 정부와 재해관리 협력

지역내일 2005-09-30
“태풍·지진 위협 갈수록 커질 것”
오늘날 기업들은 과거 정부가 담당하던 공적 영역의 상당 부문으로 그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세계 초일류기업의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공적인 사회적 책임을 기업 고유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본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이 공공 부문에서 펼치는 활동을 환경보존·재해관리 두 분야로 나누어 살핀다. 편집자 주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8~9일 양일간 “제3회 아시아 위기관리회의”를 열어 아시아 주요도시와 재난·재해대비 협력체제를 다졌다. 12개 회원도시에서 도착한 80여 명의 방문객들은 회의 뒤 시가 마련한 재난관리 시스템과 긴급구조 종합훈련을 참관했다. 참관객들은 용산 데이콤 빌딩에서 테러와 화재상황을 가상해 실시한 긴급구조 종합훈련에 감탄을 연발했는데, 이 훈련에서 소방방재본부와 긴밀한 민관 합동작전을 펼친 삼성구조대의 인력과 장비는 그들의 놀라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민간연구기관이 국가재난을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등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지진 및 지진해일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통해 삼성화재 산하 삼성방재연구소를 참여시킨 것이 그 출발점이다. 정부의 행정력과 기업의 방재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이 협약은 삼성방재연구소의 역량을 세간이 주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지진은 그다지 낯익은 장면이 아니라서 피부로 위험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3월 중순에 발생한 이래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인근 일본 후쿠오카 지진은 이러한 선입견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 사이에도 3월말 충남·제주 지역에 하루걸러 지진이 발생했고, 5월에는 다시 후쿠오카 지진의 여파로 부산과 양산 해안을 따라 리히터규모 2의 지진이 발생했다. 6월에는 경남 거제 동남동쪽 54km 해역에서 리히터규모 4의 지진이 일어나더니, 지난 9월 12일에는 다시 일본 후쿠오카 지진의 여파로 부산·울산 일대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문제는 지진 발생 횟수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1978년 6회, 1980년 16회, 1990년 15회였던 지진은 2000년에는 29회로 늘어났으며 2002년 49회, 2003년 38회, 지난해엔 42회나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삼성방재연구소 이호준 수석연구원은 “태풍 매미로 인한 해일이나 남아시아 쓰나미 그리고 후쿠오카 지진 등은 모두 잠재된 위험요소가 재현된 사례”라며 “지진에 대비하는 일은 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정비와 사전 훈련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두는 얼핏 보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영역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재난이 결국 국민 모두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기업이라고 대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물며 미국 정부조차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자국 주민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음에야.
삼성화재가 방재연구소를 설립한 동기는 단순하다. 대형 재난은 곧 보험사의 경영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보험사들이 가장 큰 위기에 처한 때가 9·11테러 당시였다. 때문에 대형사고를 예측 진단하여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재해예방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그 규모인데, 삼성방재연구소는 인력이나 시설 면에서 국립방재연구센터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난방지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진에 비해 태풍은 우리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자연재해다. 한반도를 스치는 태풍은 대부분 상당한 피해를 야기하는데, 최근 기상학자들은 그 위협이 해마다 커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하나로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지난 8월 16일 흥미로운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우리나라에 1998년도와 같은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측의 정확성을 떠나서, 문제는 연구소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기상 추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관측 이래 지구 평균 기온 중 상위 13위가 80년대 이후에 발생했고 그중 2001~2004년이 모두 5위권에 포함되는데,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1998년에 우리나라는 집중호우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기상재해를 겪었는데, 올해 평균기온이 당시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티벳고원의 올봄 적설량이 예년보다 많아 기상이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았다. 한반도 여름철 기후 변동은 티벳고원의 봄철 적설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기상청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1998년 우리나라에 집중호우가 발생한 사실도 이변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그 정도 양이었을 지는 의문이지만 8월 초중순에 상당 규모의 게릴라성 집중 호우와 장기간의 무더위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1998년에 세계를 강타한 엘니뇨현상이 올해 없었다는 점이 보고서가 지적하는 차이다.
보고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재해를 우려할 기상이변의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는데, 해마다 더해가는 태풍의 강도가 그렇다. 한반도에 피해를 주는 슈퍼급 태풍은 70년대만 해도 전체 발생 건수의 10% 내외였다. 최근 그 양상은 확연히 변해, 2001년과 2004년에는 슈퍼급 태풍이 50%를 넘어섰다. 2003년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태풍 매미도 그중 하나다.
위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바람 속도, 특히 최대순간풍속은 갈수록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매미의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60m로 기상관측 이래 최고였음을 상기시킨다. 이와 유사한 태풍이 2000년 이후 벌써 네 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볼 때 태풍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는 정 연구원의 분석에는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우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임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재난을 맞이해 피해 복구에 나서는 기업의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나눔경영의 일환으로 그룹 차원에서 11년째 매칭 그랜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월 일정한 금액을 임직원 자율로 기부하기로 하면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회사에서 출연한다. 9월 현재 매칭그랜트로 모금한 금액은 69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이러한 본사의 방침과 미국의 기업풍토 덕에 이 제도가 활발하게 운용되는 경우. 지난 뉴올리언스 수몰사태에 삼성 북미법인이 발빠른 지원에 나선 것도 이 시스템 덕택이 크다.

이 회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자 지원모금을 실시했다. 미주 전역의 직원들이 참여했는데, 여기에 매칭 펀드가 더해지자 규모는 두 배에 달해 보름 만에 15만4천달러가 조성됐다.
삼성 북미법인은 모금액 중 상당 부분을 미국 적십자사와 특히 교민 피해가 컸던 휴스턴 총영사관에 전달하는 한편, 식량 기부와 종업원 헌혈을 함께 실시하여 전달하고 자원봉사자를 뽑아 오스틴 컨벤션 센터에 급파했다. 또한 댈라스 주정부가 마련한 재해 센터에 휴대전화 5000대를 지원하여 피해 주민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직원의 모금, 식량기부, 헌혈 등에 대해, 기부한 만큼 회사가 더해주는 도네이션 펀드(Donation Fund) 제도를 시행중이다.
뉴올리언스 사태에 삼성 북미법인이 다양한 경로로 지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 회사의 현지화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반증한다. 이와 관련 오동진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2005 CES’ 행사장에서, 삼성의 성장은 “더불어 살려는 미국 소비자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여기에 스며드는 활동을 펴온 결과”임을 거듭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환경보호나 재난방지로 확장되는 현실은, 시장경제의 확산에 따라 공적 영역에서 기업의 리더십이 정부의 그것을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사회에 대한 기업의 지배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이 확대된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와 같은 활동을 자본-노동의 양극화 조짐으로 본다면 이는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며 사회를 오늘날까지 발전시켜 온 대중의 노력과 인류의 지성을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 할 수 있다.
사회현상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려는 시도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여기 일군의 학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자 배타적인 권위를 주장한다. 먼저 사회학자는 자신이 누구보다 천착한 분야이므로 인간 사회의 기원은 자신만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인류학자는 사회란 원시상태의 인류가 일련의 문화적 행동을 통해 발전시켰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번에는 영장류학자가, 수만년에 불과한 인간 행동은 수천만년간 이어진 영장류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생물학자가 나서서 그 모두가 수억년 단위에 걸쳐 일어난 유기체 집단들의 진화가 만들어 낸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DNA의 복제물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분명한 사실은 인류 사회가 원시 유기체 집단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발전도 역사를 거꾸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미 그 존립을 결정할 충분할 능력을 지닌 대중, 즉 소비자와 시장이 만들어낸 산물이며, 따라서 그 영역 또한 소비자와 시장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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