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이웃 지자체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단체장간 정책협의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지방의 한 단체장은 “ ‘직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주민과 약속했는데 강제성 없는 조정협의에서 이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설사 조정협의에서 합의했다고 해도 주민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협의결과를 거부하기도 한다.
매년 20건 이상씩 분쟁이 발생하지만 이를 조정하기 보다 지자체간 세대결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민선자치 이후 기초단체 간 갈등조정을 광역자치단체에 신청한 135건 중 조정이 성사된 것은 11건에 불과하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앙-지방간에 발생한 갈등 41건 중 분쟁조정제도를 통해 해결된 것은 6건에 지나지 않았다.
성공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갈등을 지혜롭게 푸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협의에 성공한 지자체 관계자들은 ‘꾸준히 만나서 설득하는’ 방법이 최선 이라고 입을 모은다. 책임자급 공직자에게 권한을 주고 충분한 협의시간을 부여한 것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명환 홍범택 선상원 곽태영
대전 김신일 광주 방국진 대구 최세호 기자
mhan@naeil.com
‘아름다운 양보’로 예산 줄이고 현안 해결
- 성공사례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윈-윈’하는 사례의 배경에는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다.
‘낯 내기식 사업추진’을 접고 이웃 지자체와 손을 잡고 힘을 키웠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유치에 나선 전주-김제, 남원-임실 등은 서로의 장점을 합치기로 뜻을 모으고 공동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 16개 시군은 2008년 이전하는 충남도청을 유치하기 위해 서해안권, 백제권, 북부권, 남부권 등 권역별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선정된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충북 영동군 등 인근 5개 시군은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태권도공원과 무주군 안성면 일대에 조성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서 파생되는 개발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중부권 균형발전 및 개발이익 공유’ 협약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안성시, 충남 천안시, 충북 진천군 등 3개 시군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6월 공동체육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교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3시군 공동문화권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등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단위사업에 대한 공동대응도 돋보인다. 대구광역시와 경북도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경계를 지나는 낙동강 위로 ‘사문진교’를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 470억원 가운데 다리길이가 긴 고령군이 126억원을 부담하고 대구시가 99억원을 내놨다.
또 대구 수성구 사월동에서 끝나는 대구지하철 2호선을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앞까지 3km를 연장하기 위해 지방비를 반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하수처리장 지상시설을 체육시설로 변화시킨 수원하수처리장도 인접 지자체의 지혜가 돋보이는 사례다. 수원시가 95%의 예산을 투자해 화성시 태안읍 황구지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해 수원시와 화성시에서 나오는 하수를 처리하고, 지상에는 체육시설을 조성해 매년 12억원 이상의 체육시설 이익금을 공동으로 분배하기로 했다.
경기 군포시와 의왕시는 분점하고 있던 토지를 상대에게 양보해 자율적으로 행정구역 분쟁을 해결하기도 했다. 의왕시 토지 13만7119㎡(4만1478평)를 군포시에 넘겨주고, 군포시는 16만3298㎡(4만9397평)을 의왕시에 넘기는데 합의했다. 지가의 차이가 있었으나 지역 특성에 맞게 택지개발을 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경기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는 2000년 구로구 쓰레기는 광명시에서, 광명시 하수는 서울시 하수처리장(강서구 마곡동)에서 처리하는 ‘환경 빅딜’을 성사시켰다. 광명시는 하수처리장 건설비용 1655억원을, 서울시는 소각장 건설비용 603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남 창원시와 마산시도 마산하수처리장과 창원쓰레기소각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부 단체장 ‘정치 생명’ 걸고 갈등 부추겨
- 실패사례
경기 부천시와 서울 구로구는 화장장 건립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부천시는 올 2월 원미구 춘의동 462 일대 개발제한구역에 화장로 6기와 납골 3만기를 갖춘 생태공원 형태의 추모공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구로구가 부천시와 인접한 구로구 항동 산 50의 2 일대 5747평을 매입, 청소환경시설을 짓기로 했다. 해당 지역은 부천시 범박동 현대홈타운 아파트단지와 직선거리로 300m 가량 떨어져 있고, 정부가 추진중인 범박쪾괴안동 국민임대주택 건설 예정지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방폐장 후보지 신청도 대표적인 갈등사례. 유치에 나선 지자체 인근 지역이 강하게 반발하며 유치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북 군산시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충남 서천군이 반대대책위를 구성해 반대활동에 나섰고, 경북 청송군도 포항시의 유치신청에 반발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경주시의 유치신청에 대해 “이득은 경주시가 다 갖고 피해는 울산시가 다 입는다”며 신청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과 함평군은 ‘연꽃’을 놓고 대립했다. 함평군은 함평천과 대동저수지 수질정화 명분을 내세워 2006년까지 30ha(9만평) 규모로 연을 재배하고 관광단지 개발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10여년 가까이 ‘백련대축제’를 열어 온 무안군은 ‘너무한다’며 반발했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은 시내버스 환승 문제를 놓고 올해 초 시범시행 20일만에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시범시행에 합의했던 완주군수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끄는 촌극을 연출 했다.
이웃 지자체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단체장간 정책협의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지방의 한 단체장은 “ ‘직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주민과 약속했는데 강제성 없는 조정협의에서 이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설사 조정협의에서 합의했다고 해도 주민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협의결과를 거부하기도 한다.
매년 20건 이상씩 분쟁이 발생하지만 이를 조정하기 보다 지자체간 세대결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민선자치 이후 기초단체 간 갈등조정을 광역자치단체에 신청한 135건 중 조정이 성사된 것은 11건에 불과하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앙-지방간에 발생한 갈등 41건 중 분쟁조정제도를 통해 해결된 것은 6건에 지나지 않았다.
성공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갈등을 지혜롭게 푸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협의에 성공한 지자체 관계자들은 ‘꾸준히 만나서 설득하는’ 방법이 최선 이라고 입을 모은다. 책임자급 공직자에게 권한을 주고 충분한 협의시간을 부여한 것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명환 홍범택 선상원 곽태영
대전 김신일 광주 방국진 대구 최세호 기자
mhan@naeil.com
‘아름다운 양보’로 예산 줄이고 현안 해결
- 성공사례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윈-윈’하는 사례의 배경에는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다.
‘낯 내기식 사업추진’을 접고 이웃 지자체와 손을 잡고 힘을 키웠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유치에 나선 전주-김제, 남원-임실 등은 서로의 장점을 합치기로 뜻을 모으고 공동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 16개 시군은 2008년 이전하는 충남도청을 유치하기 위해 서해안권, 백제권, 북부권, 남부권 등 권역별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선정된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충북 영동군 등 인근 5개 시군은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태권도공원과 무주군 안성면 일대에 조성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서 파생되는 개발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중부권 균형발전 및 개발이익 공유’ 협약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안성시, 충남 천안시, 충북 진천군 등 3개 시군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6월 공동체육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교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3시군 공동문화권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등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단위사업에 대한 공동대응도 돋보인다. 대구광역시와 경북도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경계를 지나는 낙동강 위로 ‘사문진교’를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 470억원 가운데 다리길이가 긴 고령군이 126억원을 부담하고 대구시가 99억원을 내놨다.
또 대구 수성구 사월동에서 끝나는 대구지하철 2호선을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앞까지 3km를 연장하기 위해 지방비를 반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하수처리장 지상시설을 체육시설로 변화시킨 수원하수처리장도 인접 지자체의 지혜가 돋보이는 사례다. 수원시가 95%의 예산을 투자해 화성시 태안읍 황구지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해 수원시와 화성시에서 나오는 하수를 처리하고, 지상에는 체육시설을 조성해 매년 12억원 이상의 체육시설 이익금을 공동으로 분배하기로 했다.
경기 군포시와 의왕시는 분점하고 있던 토지를 상대에게 양보해 자율적으로 행정구역 분쟁을 해결하기도 했다. 의왕시 토지 13만7119㎡(4만1478평)를 군포시에 넘겨주고, 군포시는 16만3298㎡(4만9397평)을 의왕시에 넘기는데 합의했다. 지가의 차이가 있었으나 지역 특성에 맞게 택지개발을 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경기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는 2000년 구로구 쓰레기는 광명시에서, 광명시 하수는 서울시 하수처리장(강서구 마곡동)에서 처리하는 ‘환경 빅딜’을 성사시켰다. 광명시는 하수처리장 건설비용 1655억원을, 서울시는 소각장 건설비용 603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남 창원시와 마산시도 마산하수처리장과 창원쓰레기소각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부 단체장 ‘정치 생명’ 걸고 갈등 부추겨
- 실패사례
경기 부천시와 서울 구로구는 화장장 건립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부천시는 올 2월 원미구 춘의동 462 일대 개발제한구역에 화장로 6기와 납골 3만기를 갖춘 생태공원 형태의 추모공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구로구가 부천시와 인접한 구로구 항동 산 50의 2 일대 5747평을 매입, 청소환경시설을 짓기로 했다. 해당 지역은 부천시 범박동 현대홈타운 아파트단지와 직선거리로 300m 가량 떨어져 있고, 정부가 추진중인 범박쪾괴안동 국민임대주택 건설 예정지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방폐장 후보지 신청도 대표적인 갈등사례. 유치에 나선 지자체 인근 지역이 강하게 반발하며 유치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북 군산시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충남 서천군이 반대대책위를 구성해 반대활동에 나섰고, 경북 청송군도 포항시의 유치신청에 반발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경주시의 유치신청에 대해 “이득은 경주시가 다 갖고 피해는 울산시가 다 입는다”며 신청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과 함평군은 ‘연꽃’을 놓고 대립했다. 함평군은 함평천과 대동저수지 수질정화 명분을 내세워 2006년까지 30ha(9만평) 규모로 연을 재배하고 관광단지 개발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10여년 가까이 ‘백련대축제’를 열어 온 무안군은 ‘너무한다’며 반발했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은 시내버스 환승 문제를 놓고 올해 초 시범시행 20일만에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시범시행에 합의했던 완주군수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끄는 촌극을 연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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