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칼럼>젊은 한국인들의 미국관은 건강하다(2005.10.13)

지역내일 2005-10-12 (수정 2005-10-13 오전 6:21:22)
젊은 한국인들의 미국관은 건강하다

이 영 일 한성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지금 우리 사회는 미국에 대한 시각을 놓고 심각한 국론 분열의 와중에 있다. 전통적 대미관과 새로운 대미관 간에 심각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여기에 이른바 좌파들의 반미선동이 가미됨으로 해서 미국에 대한 시각차이가 심각한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론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한국사회는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6.25동란을 거치면서 부지불식간에 미국을 우리에게 해방, 자유, 경협과 더불어 안전을 보장해 줌으로써 오늘과 같은 발전의 기초를 제공해준 고마운 나라로 보는 숭미(崇美)콤플렉스를 갖게 되었다. 특히 한미우호를 한국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의 것으로 간주하고 구태여 이 사실을 외면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또 미국 사람들도 한국인들의 이러한 우호적 태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자 미국의 조야는 전후 유럽복구재건을 지원한 마셜 플랜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재건된 나라들이 미국에 등을 돌렸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한미동맹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잘 유지되어 왔다고 미국인들 스스로도 평가하고 있다. 물론 미국을 한국의 독립상실과 분단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미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한낱 소수파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0년이 지나고 동서간의 냉전도 종결됨으로 해서 미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태도 특히 신세대들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해방이나 한국전쟁, 그리고 전후복구과정을 의식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로 인구의 구성비가 바뀌고 있다. 따라서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미국인들은 더 이상 냉전 시에 형성된 숭미의 대상이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의 치열한 경쟁의 상대로 투영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한미 간에 시장점유, 투지유치, 증권, 합병 등의 모든 영역에서 매일 같이 불꽃 튀기는 경쟁이 일고 있다. 재작년 휴전선 부근에서 미군트럭원전사가 여고생 두 명을 교통사고로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기성세대들에게 이 사건은 ‘작전 중’에 일어난 사건은 불벌(不罰)이라는 관행화된 사고에 젖어 심각한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GNP세계랭킹 12위에 오른 오늘의 젊은 한국인들에게는 기성세대들의 사고가 전혀 용납되지 않았다. 운전부주의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간 사병은 마땅히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소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젊은 한국인들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젊은 한국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일부 기성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반미친북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 독재정권을 직간접으로 옹호할 때는 미국을 신랄히 비판하였고 지구 최강국임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편무적으로 한국을 다루거나 사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는 단호히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친북반미운동에 치우치거나 휩쓸리는 것은 아니다. 젊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북한을 응원하겠다고 하면서도 북한에 가서 살겠느냐는 설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젊은 한국인들은 영악하고 진솔하고 자기들의 감정과 인식에 충실함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미국과 협력하기도하고 미국에 편승할 때도 있으며 이해가 충돌할 때는 견제와 비판을 스스럼없이 해낸다. 일부 좌파논객들 가운데는 젊은 한국인들의 이러한 미국비판태도를 그들이 지금까지 벌여온 선전, 선동의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무드를 그들의 정치목적달성에 활용하려고 한다. 또 우파논객들 가운데는 한국 젊은 세대들의 미국비판정서를 북한대남공작의 산물로 간주, 심각히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젊은 한국인을 보는 이러한 좌우양측의 태도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와 의식에 대한 곡해에 기인한다.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지구 최빈국(最貧國)으로 전락한 북한의 선전선동에 놀아날 만큼 우매하지도, 한가롭지도 않다.OECD 회원국들의 젊은이들과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유사한 의식과 가치관을 가지면서 그들과 경쟁할만한 능력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정책에도 반대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가 밝힌 대로 북한에 가서 살고 싶지 않다는 젊은층의 태도는 북한지도층의 정책실패를 냉철히 인식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한국의 좌우냉전세력들은 젊은 한국인들의 새로운 미국관을 더 이상 우려하거나 칭찬할 필요도 없다. 그들의 젊고 막히지 않고 열린 태도는 극단적인 숭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21세기 새로운 한국건설의 믿음직한 담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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