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 칼럼>DJ 덕담과 신문 시각 (2005.11.18)

지역내일 2005-11-17
DJ 덕담과 신문 시각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DJ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니 한국 정치판에서는 희귀한 사건이다. 아쉽다면 이 정치덕담의 여운이 DJ시절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건으로 이내 덮여버리고 전 대통령으로서 김대중이 도덕적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박정희의 생일을 골라서 박정희의 딸이 동교동을 찾아가고, 박정희의 딸을 맞이한 DJ가 아낌없는 덕담을 건넨 일은 정치적 눈으로 보아도 헛노릇이 아니다. 박정희가 가장 강력한 정치 경쟁자였던 김대중을 목숨까지 위협하면서 모질게 박해한 일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DJ는 박근혜에게 인상적인 대목을 얘기한다. “목포 선거에서 이겨서 청와대 신년하례회에 갔을 때 박대통령이 너무 반가워하셔서 수많은 사람을 제치고 약 7분 동안 이야기했습니다. 육영수 여사가 친동기간처럼 정이 뚝뚝 흐르게 살갑게 대해줬습니다….”

‘모성애’의 여성성을 훈수하다
더구나 DJ는 “박대표가 ‘모성애’를 발휘해서 국민을 감싸 안으세요”라고 훈수한다. 21세기가 ‘여성성’ 리더십을 강조하는 큰 추세(메가트렌드)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궤뚫어 보는 정치 10단의 훈수라고 여겨도 무방한 대목이다. 아무튼 이 보기 드문 정치사건을 신문들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하다. 인상비평을 하자면 가장 눈에 띄게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이다. 4쪽 정치면에 DJ가 박근혜 대표에게 녹차를 받는 사진을 올리고 ‘박대표 큰 포부 갖고 잘해보시라’는 DJ의 덕담을 머리제목으로 올렸다. 다음 기사 크기로 보자면 조·중·종 순이다. 조선일보는 ‘박대표·한나라 잘하고 있다’는 DJ의 말을 제목으로 삼았다. 동아와 중앙은 맥아더 동상 철거반대와 인천상륙작전 지지의 DJ 발언을 실었다. 한국일보는 ‘큰 포부 갖고…/ 선거 때마다 싹쓸이 대단’이라는 DJ의 칭찬을, 한겨레는 ‘박 대표, 김 전 대통령 예방’이라는 중립적인 제목을 달았다. 내일신문은 ‘박 대표, DJ 면담’을, 문화일보는 ‘DJ의 덕담정치’를 제목으로 삼았다. DJ와 박근혜의 만남에서는 친정부 성향의 신문들과 반정부 성향의 신문간에 유의한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제목은 신문마다 입맛에 따라서 강조점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청문제나 대북문제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생기면 양쪽 신문은 쉽게 시각차를 들어내는 것을 본다.
뉴스를 명쾌하게 개념화하거나 정의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관점이나 강조 점을 달리해서 볼 때 서로 충돌하는 듯 보이거나 다른 대상을 놓고 얘기하는 듯 보이는 것은 뉴스의 본질과 속성이 그만큼 다차원적이기 때문이다. 본래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독자적인 결정권과 선택권을 행사해서 환경을 만든다. 결국 뉴스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홍보수석은 두려워하라”
아시다시피 청와대 및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권력자들과 열린우리당은 ‘조·중·동(조선·중앙·동아 일보)’에 ‘문(문화일보)’을 묶어서 반개혁 보수기득권 신문으로 낙인을 찍고 끝없이 매질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조·중·동등의 저항은 격렬하다. 그저께 보수계인 대한언론인회가 개최한 토론회도 그 하나로 본다. 한 방송전공 교수는 ‘언론과 권력과의 갈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문에서 참여정부의 홍보정책은 아군과 적군, 정과 반, 흑과 백, 진실과 거짓의 공존을 부인하고 일방적 선택을 강요하는 ‘나치식 선절술’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콩쥐팥쥐 전법은 조·중·동 같은 비판 주류언론은 계모인 정부가 핍박하는 콩쥐 격이고 방송 및 비주류언론은 친모인 정부가 감싸고도는 팥쥐 격이라고 비유했다. 뒤를 이은 17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조기숙 청와대 홍조수석을 정조준 했다. 이 사설은 현 정권이 출범 이후부터 ‘비판 신문들을 잡기 위해 위헌적 신문관련 악법들을 무리하게 만들고, 우호적 신문엔 정부가 돈을 대주면서 배달까지 대신 해주고, 정권과 어깨동무한 방송엔 방송시간과 광고를 무제한으로 풀어주는 푸짐한 선물보따리를 꾸리고 있다’면서 조기숙 홍보수석을 이렇게 맹공 한다. “홍보수석이 지금은 대통령의 등뒤로 숨었다고는 하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악의적 언론’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자신의 행위가 충분한 근거 없이 불확실한 소문만을 근거로 부당하게 국민 또는 국민의 조직을 중상하거나 대외적으로 공표 하는 행위(선진 민주국가의 법이 명시한 공직자의 불법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누가 양편이 벌이는 다툼을 ‘일리 있는 전쟁’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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