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거수기’ 이젠 그만

사외이사추천·평가보상위원회 행장입김 완전배제

지역내일 2005-11-21
최소 연 250시간 회의 … 활동평가결과 공개키로
확 달라진 국민은행 이사회
한 제조업체 CEO는 올 초 국민은행으로부터 사외이사 제안을 받았다.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은행인데다 대우도 괜찮다고 판단해 일단 수락했다.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우연한 기회에 예전에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했던 다른 CEO에게 국민은행 이사회에 대한 악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규모가 커서 공부할 게 많고 자주 나와야 한다”는 말이 부담됐다.
이미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수락한 이 CEO는 그날로 “해외진출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사외이사들만의 ‘성역’ = 국민은행 이사회가 확 달라졌다. ‘사외이사=거수기’ 등식을 거부하고 나섰다. 권한을 확대했다. 우선 사내이사들이 범접할 수 없게 ‘성역’을 만들었다. 사외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했다. 과거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은행장도 참여했다.
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누구를 뽑느냐가 중요하다”며 “은행장이 사외이사를 뽑는데 참여하면 은행장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보상위원회도 사외이사로만 꾸며졌다. 이 위원회에서는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평가대상인 은행장이나 상임부행장(두 명)을 제외한 것이다. 평가보상위원회는 은행장과 사외이사 후보군을 평상시에 관리하는 임무도 맡게 됐다. 임기가 끝나거나 중간에 그만둔 후 급하게 찾으려면 적합한 인재를 뽑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를 지원하는 사무국을 따로 뒀다. 예전에는 비서팀에서 맡은 업무였다.
사외이사 모임은 일년에 두 번이상에서 네 번이상으로 늘렸다. 국민은행 이사는 13명이며 이중 9명이 사외이사다. 4명의 사내이사는 은행장, 감사, 부행장 두 명(리스크관리담당 도날드 에이치 맥킨지 부행장, 재무관리담당 신현갑 부행장)이다.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자유롭게 말할 시간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게 사외이사 모임이다.
사무국 최종근 차장은 “사외이사들이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 이사회로 제안돼 있어 독립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로 사외이사 모임을 만들었다”면서 “비공식적이지만 여기서 나온 의견은 행장에게 건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은 ‘무더기’로 = 지난달 28일 한창 회의를 진행중인 국민은행 이사회장에 점심식사가 배달됐다. 점심을 도시락으로 대신하면서 ‘종일 회의’가 이어졌다. 이날 회의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최 차장은 “연구용역결과 해외사례 권고로 ‘이사는 최소한 250시간의 회의를 해야 한다’는 게 포함됐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회사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에게는 정기이사회 일년에 네 번, 임시이사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기본이다. 네 개의 소위원회 중 두 개씩 맡고 있는데 소위원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열린다.
회의 준비를 위해 예습을 해야 할 정도다.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는 견제와 균형, 감시와 감독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회의시간이 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장형덕 감사는 “은행업종이 복잡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를 평가하고 지적할 수 없다”면서 “질문도 많아 부행장들도 준비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평가와 주식매입 = 지금껏 사업보고서에는 이사회 안건과 이사들의 출석 여부, 표결 결과 등이 공개됐다. 국민은행은 평가결과까지 올해 사업보고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주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 이사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사들에 대한 평가는 이사회에 보고돼 재선임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국민은행 이사 중 일부는 보수를 국민은행 주식 매입에 쓰고 있다. 실무는 사무국에서 한다. 지난 3월에 사외이사로 선임된 ‘초임’ 사외이사는 예외다. 김정태 행장시절부터 사외이사를 했던 ‘중임’ 사외이사 중 국민은행 주식이 가장 많은 사람은 김기홍 교수로 2600주다. 차석용 이사가 2490주로 뒤를 이었고 정동수 이사회 의장은 1660주, 전영순 이사는 1590주였다.
한 사외이사는 “김정태 행장 시절부터 이사들이 경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면서 “보수 전부나 일부를 월급날 자동으로 주식매입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