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검찰은 수사로 승부해야 한다

지역내일 2005-11-30
정상명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1주일 가량됐다. 참여정부 이후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을 지낸 ‘준비된 총장’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 총장은 취임사에서 요즘 경영인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솔개론’을 사례로 들면서 검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솔개의 수명이 보통 40년이지만 일부 솔개는 최고 70년까지 사는데 그 비결이 뼈를 깎는 자기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 인권 보호하며 사법정의 세워야
정 총장의 취임사에는 검찰이 죽을 날을 기다리는 솔개와 처지가 비슷하다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있다. 사냥감을 잡을 수조차 없게 노화된 발톱, 길게 자라 구부러져 가슴까지 닿는 부리, 짙고 두껍게 자라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힘겨운 깃털을 가진 늙은 솔개와 검찰이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 총장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서비스를 거듭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검찰은 아직도 국민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궁극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후폭풍이 검찰을 강타하면서 검찰에는 ‘봉사활동’과 ‘친절캠페인’이 유행한 적이 있다. 검찰 수뇌부가 극빈자에게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어깨띠를 두르고 민원인을 상대로 친절캠페인을 벌이는 일도 필요하다. 검찰이 진정한 ‘인권의 수호자’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고 손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죽은자의 원혼도 달랠 수 있는 수사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부당한 권력과 금력에 의해 자행되는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그런 사례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지난 2002년 서울지검에서 진행한 ‘수지김 피살사건’에 대한 수사가 그중 하나이다. 이 사건은 아내를 살해한 파렴치범 윤태식이 반공투사가 되고 그것을 안기부 등 국가 기관이 주도하고 은폐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였다. 살해된 수지김의 가족은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풍비박산이 났다. 어머니는 실어증을 앓다가 화병으로 사망했고, 술로 세월을 보내던 오빠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다. 큰언니는 정신병을 앓다가 변사체로 발견됐고 두 동생은 이혼 당했다.
반면 윤태식은 지문감식의 첨단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하며 승승장구했다. 2000년에도 사건의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국정원의 압력을 받은 경찰은 내사를 중단했다. 진실이 영원히 묻혀버릴 뻔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서 밀려오는 각종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벌여 공소시효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윤태식을 기소했다. 검찰 수사가 없었다면 수지김은 남편의 납북을 기도한 여간첩이라는 누명을 영원히 벗지 못했을 것이다. 14년 동안 구천을 떠돈 수지김과 그의 가족에게 검찰은 공명정대한 수사로 최고의 봉사를 한 것이다.
정 총장은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그는 28년간 검찰에 근무하며 특수·형사·공안·기획 등 주요 분야에서 다양한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평검사 시절 이철희·장영자 부부 금융비리 사건과 5공 새마을비리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고 서울지검 2차장으로 근무하던 99년 ‘총풍사건’을 지휘했다. 어떤 사건도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정 총장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위해 자신에게 다가올 어떠한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기업 관련 사건에는 관대’ 섣부른 걱정도
다만 기업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 때문에 두산그룹 총수를 불구속 기소한 것과 삼성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섣부른 걱정도 나오고 있다.
솔개가 부리로 바위를 쪼아 새부리가 돋아나게 하는 등 반년동안 고통스런 재탄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사냥’을 통해 생존하기 위해서이다. 검찰이 자기개혁을 선언하고 혁신에 나서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권력과 돈에 의해 왜곡된 진실과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경쟁력 갖추기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 기 수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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