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세대의 선택] (하) 스스로를 말하다
“20대 보수화요? 언론이 만든 거 아닌가요”
“2007년 대선엔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보고 투표”
지역내일
2005-12-01
1929 세대의 보수화 가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지로 판단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예전의 낡은 틀을 그대로 들이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스스로는 자기네들이 속한 1929세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신들이 과연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대학생 여섯 명이 모여 1시간 반에 걸쳐 자신들에 대해 나눈 솔직한 애기들을 방담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모인 학생들은 보수화라는 말 자체에 개념이 없다 보니 자신들이 나름대로 생각하는 보수화라는 개념을 쏟아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보수화는 현실타협 또는 어른처럼 돼 가는 것이었고, 반대로 진보는 운동권을 뜻했다. 자신들이 현실타협적으로 돼 가고 있다는 것에는 동감하면서도 자신들을 그렇게 만드는 취업현실 등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방담에는 김시나(인천대 경영 2학년) 김은호(한양대 사회과학부 1학년) 김철웅(한양대 신문방송 2학년) 이지희 (숙명여대 중문 2학년) 장은정(숙명여대 국문 2학년) 최윤영(경희대 국제통상 2학년) 학생이 참여했다.
◆1929세대의 보수화 가설에 대한 생각?
김시나 - 보수화라는 개념이 너무 포괄적인 것 같아요. 대학생들이 취업이 안 되고 자기 미래가 불안하니까 보수적이 되는 것 같긴 해요. 막말로 백수가 될 수도 있으니까.
김은호 - 보수화라는 단어는 워낙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보니까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에요. 지금 한양대는 선거기간인데요. 선거 공약들이 전부 학생복지나 학생 권익에 대한 인기영합주의적인 공약이 많거든요.
대학생들의 문화가 9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자기의 실질적인 권익이나 이익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얻으려고 하는 경향으로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보수화라면 보수화가 아닐까요.
김철웅 - 대학방송에서 국장을 맡고 있는데요. 대학 언론에 대해 ‘보수화’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희대 방송국 같은 곳에서는 기존 방송처럼 광고를 딴다든지 하거든요.
그러나 저같은 경우는 그런 건 절대 용납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보 보수 그 개념 자체가 모호하지만 흔히 보듯이 대학생이면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대학은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지희 - 젊은 세대들이 보수화된다고 한다면 사실 취업문제를 뗄레야 뗄 수가 없죠. 심지어 1학년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자원봉사같은 걸 하더라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펙관리’를 위해서 하고, 동아리 활동같은 것도 밴드부나 이런 건 소수의 매니아 계층들이 하는 걸로 여겨지고 그래요. 저희 학교에는 리더그룹이라고 학교에서 양성하는 그룹이 있거든요. 학생들이 동아리보다는 리더그룹 쪽으로 해서 자기 스펙관리에 좀더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 같아요.
최윤영 - 요즘은 스펙관리 게시판 같은 게 있어서 서로가 평가를 해요. 제 스펙이 이 정도인데 여기에 뭘 추가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으면 어떤 회사를 바라보고 있다면 영어 점수가 부족한 듯 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해주죠.
장은정 -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청소년의 특징을 배우면서 과거 청소년기의 특징은 이유없는 반항이었는데 지금은 보수적이라고 배웠어요. 그 때 나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님 보면 거의 386 세대 분들이 많으신데 그 분들 수업 들으면 ‘아 정말로 이 사회에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많구나’ 싶은데 막상 현실에 오면 ‘아 참 강의 시간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나도 별수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대학이 취업학원같은 느낌도 들구요.
저희는 여대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운동권같은 느낌은 거의 없어요. 진보 하면 운동권을 떠올리는 것도 편견일 수 있겠지만 만나면 취업 얘기밖에 안 하구요.
이지희 - 뭐 하나 스펙을 만들더라도 절대 비밀로 하고 남한테 절대 안 가르쳐줘요. 나중에 지원해서 됐으면 나 그거됐어 이런 식으로 말하고. 걔 그런 거 어떻게 알았대 하면 몰라 이러고. 정말 살벌해요.
최윤영 - 외부활동에 관심이 전혀 없던 친구들도 취업 때문에 하나씩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그 친구들은 관심있어서 하는 게 아니고 이력서 한 줄을 위해서 하는 거 보면 안타깝기도 해요.
정말 안타까웠던 게 봉사활동 나가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저희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이런 게 아니라 인증서 나오나요 이말이에요.
보수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거리껴지는 게 사실이에요. 현실 속에서는 우리도 이런 건 이렇게 바뀌어야 되고 그래야돼 생각하면서도 막상 현실에 오면 보수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묻혀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요.
김철웅 - 운동권이라는 말 자체도 조선일보가 제일 먼저 썼다고 들었는데 보수화라는 말 자체도 언론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 아닌가요. 그냥 그렇게 만들고 해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1929세대는 정말 감성적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가.
김철웅 - 저는 인터넷에 악플같은 것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전 독도 문제에 그렇게 민감하지도 않고 축구 가서 집단감을 느껴보고 싶지도 않아요. 황우석 교수 문제 대해서도 PD수첩에 그렇게 난리가 나는 것도 잘 이해가 안돼요.
이지희 - 그래도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안으로는 다 느끼는 것 같은데요.
김시나 - 인터넷이기 때문에 더 가능한 것 아닐까요. 평소엔 표출하지 않지만 익명의 공간이니까 표출하는 것 같아요.
이지희 - 근데 PD수첩에 네티즌들이 그런 댓글을 다는 걸 악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저같은 경우에는 민족주의랄까 그런 성향이 강하거든요. 지난번 방학 때 중국에 갔다 왔는데 중국 사람들이 워낙 우월주의가 대단하잖아요. 뭐든지 자기 거라고 하는 거에요. 견우와 직녀 얘기가 자기네 얘기라고. 그런 것 가지고도 선생님하고 싸우고 그런 적이 있거든요. 애들도 흥분해서 싸우고. 안 되는 중국어로 계속 선생님에게 얘기하고.
평소에 솔직히 독도 문제나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뭐가 터지면 사람들이 좀 그런 성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시나 - 자극제나 이슈가 하나 터지면 20대에게는 주 언론이 인터넷이잖아요. 군중심리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내뱉진 않고 있다가 인터넷은 또 쉽게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큰 언니 친구분 중에 학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요즘 아이들이 정말 바보같다는 얘기를 해요. 뭐 하나를 가르쳐주면 그거 하나밖에 모른다는 거에요. 수학 문제를 풀면 어떤 방법으로 푸나요라고 묻는게 아니라 이게 답이 뭐에요 묻는다는 거에요. 생각을 안하고 단순한 거죠.
기자 - 자기 내부에도 그런 단순한 심리가 있다는 생각 든 적은 없어요? 민족주의라는 것에도 어쩌면 그 기저에는 굉장한 단순함이 깔려 있는 것 아닐까요.
김은호 - 황 교수 문제에서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의 생명윤리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지희 - 집단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월드컵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거든요. 한참 기말고사 준비할 때였는데 단체로 응원을 가자고 하는 거에요. 그 때 사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기에 안 가면 도태되는 분위기 때문에 따라간 애들이 있었어요. 제가 여고를 다녔는데 여고는 특히나 그런 분위기가 더 심했어요. 그래서 다른 학교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을 배려해서 기말고사를 늦춰주거나 했는데 저희 학교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기자-영화는 어때요. 요즘 1929세대는 외국영화는 다운받아서 봐도 한국영화는 극장가서 본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이지희 - 친구들이 외화는 돈 주고 보기 아깝고, 한국영화는 가서 그냥 본다고 다들 그래요.
김시나 - 그게 정말 민족주의인 것 같아요. 자문화 중심주의. 우리 거니까 우리 돈 주고 보고, 남의 거는 공짜로 보든 말든 하는 거죠.
최윤영 -외국영화는 개봉 전에 인터넷에 많이 뜨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김시나 - 영화를 긁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나라 영화도 긁어오는 방법을 아는데 안 긁어오는 거에요. 우리 거니까.
김철웅 - 전 그냥 한국영화가 재밌어서 보는 건데요. 최근에 본 건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요.
장은정 - 전 웰컴 투 동막골
이지희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요.
김은호 - 야수와 미녀
이지희 - 그러고 보니 다 한국영화만 봤네요. 오늘 마침 수업에서 한국영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한국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국영화가 재미있고, 퀄리티가 높고 자막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김철웅 - 그게 젊은 세대의 단순한 심리랑 연결되지 않을까요. 자막 읽기 귀찮잖아요.
◆대학 안의 운동권과 진보
김은호 - 한양대의 경우, 소명이라는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에서 4년 동안 집권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한총련에서 후보를 냈는데 아마 ‘정권’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한총련이 그동안 학생들이 싫어했던 분위기같은 걸 많이 바꾸려고 노력하더라구요. 공약도 학생들 복지 위주의 공약을 주로 내구요. 그리고 학생들 분위기도 4년 동안 비운동권이 집권하니까 약간의 매너리즘도 있는 것 같아요.
최윤영 -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총학생회가 운동권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후보가 셋이 나왔어요. 1번은 둘다 운동권, 2번은 한명은 운동권 한명은 비운동권, 3번은 비운동권. 우리가 낸 등록금을 정치활동에 쓰는 걸로 쓴다든지, 축제 주제도 반미 이런 게 돼 버리니까 좀 그랬거든요. 사람들이 비운동권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심지어 이런 얘기도 나와요. 3번 비운동권 후보가 경영학과 출신인데요. 2번에 운동권과 같이 나온 비운동권 학생도 경영학과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비운동권 후보 표를 분산시키려고 일부러 후보로 내보냈다는 거에요. 우리가 맨날 정치인 보고 욕하고 음모론이 어쩌고 하는데 우리들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요즘 누구누구의 뇌구조 그림 그리는 게 유행이잖아요. 비운동권 후보가 뇌구조를 그려놨는데 뇌 한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한총련 탈퇴에요. 또 얼마 전에 한양대에서 전교생에게 USB를 줬다는데 저희도 그러겠대요.
◆요즘 정치에 대해
기자 - 열린우리당은 20대가 언젠가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김철웅 - 전대협 때 우리 학교 스타가 임종석 의원이었다고 해요. 전대협 의장이었으니까. 근데 요즘은 그 사람한테 정말 실망이에요. 요즘엔 정말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아요. 정말 요즘 정치권을 보면 혼란스러워요.
김은호 - 요즘 열린우리당 보면 대표도 많이 바뀌고 혼란스럽달까 불안정한 모습이에요. 근데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청계천이 뜨고 나서 이명박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됐고, 박근혜 씨에 대해서도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 같다. 더 두고봐야겠다 싶어요.
김철웅 - 기성세대들이 대학생들을 굉장히 간과하는 것 같아요. 자기네들이 조금만 어떻게 하면 지지가 오를 것 같고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근데 대학생들이 괜히 대학생이 아니거든요. 정치 관련 게시판 같은 거 보면 글도 많이 올라오고 읽어보면 정말 좋은 생각들이 많거든요. 근데 아무리 대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바쁘다고 해도 다 생각이 있는데 정치권은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요.
김시나 - 제가 생각하기에 20대는 결과주의고 굉장히 냉정한 세대에요. 2007년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결과를 냉정히 평가를 하고 그것에 따라서 투표를 할 것 같아요.
최윤영 - 솔직히 정치인들이 20대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20대가 지난 월드컵 때 뭔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죠.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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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들 스스로는 자기네들이 속한 1929세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신들이 과연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대학생 여섯 명이 모여 1시간 반에 걸쳐 자신들에 대해 나눈 솔직한 애기들을 방담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모인 학생들은 보수화라는 말 자체에 개념이 없다 보니 자신들이 나름대로 생각하는 보수화라는 개념을 쏟아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보수화는 현실타협 또는 어른처럼 돼 가는 것이었고, 반대로 진보는 운동권을 뜻했다. 자신들이 현실타협적으로 돼 가고 있다는 것에는 동감하면서도 자신들을 그렇게 만드는 취업현실 등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방담에는 김시나(인천대 경영 2학년) 김은호(한양대 사회과학부 1학년) 김철웅(한양대 신문방송 2학년) 이지희 (숙명여대 중문 2학년) 장은정(숙명여대 국문 2학년) 최윤영(경희대 국제통상 2학년) 학생이 참여했다.
◆1929세대의 보수화 가설에 대한 생각?
김시나 - 보수화라는 개념이 너무 포괄적인 것 같아요. 대학생들이 취업이 안 되고 자기 미래가 불안하니까 보수적이 되는 것 같긴 해요. 막말로 백수가 될 수도 있으니까.
김은호 - 보수화라는 단어는 워낙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보니까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에요. 지금 한양대는 선거기간인데요. 선거 공약들이 전부 학생복지나 학생 권익에 대한 인기영합주의적인 공약이 많거든요.
대학생들의 문화가 9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자기의 실질적인 권익이나 이익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얻으려고 하는 경향으로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보수화라면 보수화가 아닐까요.
김철웅 - 대학방송에서 국장을 맡고 있는데요. 대학 언론에 대해 ‘보수화’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희대 방송국 같은 곳에서는 기존 방송처럼 광고를 딴다든지 하거든요.
그러나 저같은 경우는 그런 건 절대 용납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보 보수 그 개념 자체가 모호하지만 흔히 보듯이 대학생이면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대학은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지희 - 젊은 세대들이 보수화된다고 한다면 사실 취업문제를 뗄레야 뗄 수가 없죠. 심지어 1학년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자원봉사같은 걸 하더라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펙관리’를 위해서 하고, 동아리 활동같은 것도 밴드부나 이런 건 소수의 매니아 계층들이 하는 걸로 여겨지고 그래요. 저희 학교에는 리더그룹이라고 학교에서 양성하는 그룹이 있거든요. 학생들이 동아리보다는 리더그룹 쪽으로 해서 자기 스펙관리에 좀더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 같아요.
최윤영 - 요즘은 스펙관리 게시판 같은 게 있어서 서로가 평가를 해요. 제 스펙이 이 정도인데 여기에 뭘 추가해야 할까요 이렇게 물으면 어떤 회사를 바라보고 있다면 영어 점수가 부족한 듯 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해주죠.
장은정 -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청소년의 특징을 배우면서 과거 청소년기의 특징은 이유없는 반항이었는데 지금은 보수적이라고 배웠어요. 그 때 나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님 보면 거의 386 세대 분들이 많으신데 그 분들 수업 들으면 ‘아 정말로 이 사회에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많구나’ 싶은데 막상 현실에 오면 ‘아 참 강의 시간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나도 별수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대학이 취업학원같은 느낌도 들구요.
저희는 여대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운동권같은 느낌은 거의 없어요. 진보 하면 운동권을 떠올리는 것도 편견일 수 있겠지만 만나면 취업 얘기밖에 안 하구요.
이지희 - 뭐 하나 스펙을 만들더라도 절대 비밀로 하고 남한테 절대 안 가르쳐줘요. 나중에 지원해서 됐으면 나 그거됐어 이런 식으로 말하고. 걔 그런 거 어떻게 알았대 하면 몰라 이러고. 정말 살벌해요.
최윤영 - 외부활동에 관심이 전혀 없던 친구들도 취업 때문에 하나씩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그 친구들은 관심있어서 하는 게 아니고 이력서 한 줄을 위해서 하는 거 보면 안타깝기도 해요.
정말 안타까웠던 게 봉사활동 나가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저희가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이런 게 아니라 인증서 나오나요 이말이에요.
보수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거리껴지는 게 사실이에요. 현실 속에서는 우리도 이런 건 이렇게 바뀌어야 되고 그래야돼 생각하면서도 막상 현실에 오면 보수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묻혀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요.
김철웅 - 운동권이라는 말 자체도 조선일보가 제일 먼저 썼다고 들었는데 보수화라는 말 자체도 언론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 아닌가요. 그냥 그렇게 만들고 해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1929세대는 정말 감성적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가.
김철웅 - 저는 인터넷에 악플같은 것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전 독도 문제에 그렇게 민감하지도 않고 축구 가서 집단감을 느껴보고 싶지도 않아요. 황우석 교수 문제 대해서도 PD수첩에 그렇게 난리가 나는 것도 잘 이해가 안돼요.
이지희 - 그래도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안으로는 다 느끼는 것 같은데요.
김시나 - 인터넷이기 때문에 더 가능한 것 아닐까요. 평소엔 표출하지 않지만 익명의 공간이니까 표출하는 것 같아요.
이지희 - 근데 PD수첩에 네티즌들이 그런 댓글을 다는 걸 악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저같은 경우에는 민족주의랄까 그런 성향이 강하거든요. 지난번 방학 때 중국에 갔다 왔는데 중국 사람들이 워낙 우월주의가 대단하잖아요. 뭐든지 자기 거라고 하는 거에요. 견우와 직녀 얘기가 자기네 얘기라고. 그런 것 가지고도 선생님하고 싸우고 그런 적이 있거든요. 애들도 흥분해서 싸우고. 안 되는 중국어로 계속 선생님에게 얘기하고.
평소에 솔직히 독도 문제나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뭐가 터지면 사람들이 좀 그런 성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시나 - 자극제나 이슈가 하나 터지면 20대에게는 주 언론이 인터넷이잖아요. 군중심리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내뱉진 않고 있다가 인터넷은 또 쉽게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큰 언니 친구분 중에 학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요즘 아이들이 정말 바보같다는 얘기를 해요. 뭐 하나를 가르쳐주면 그거 하나밖에 모른다는 거에요. 수학 문제를 풀면 어떤 방법으로 푸나요라고 묻는게 아니라 이게 답이 뭐에요 묻는다는 거에요. 생각을 안하고 단순한 거죠.
기자 - 자기 내부에도 그런 단순한 심리가 있다는 생각 든 적은 없어요? 민족주의라는 것에도 어쩌면 그 기저에는 굉장한 단순함이 깔려 있는 것 아닐까요.
김은호 - 황 교수 문제에서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의 생명윤리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지희 - 집단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월드컵 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거든요. 한참 기말고사 준비할 때였는데 단체로 응원을 가자고 하는 거에요. 그 때 사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기에 안 가면 도태되는 분위기 때문에 따라간 애들이 있었어요. 제가 여고를 다녔는데 여고는 특히나 그런 분위기가 더 심했어요. 그래서 다른 학교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을 배려해서 기말고사를 늦춰주거나 했는데 저희 학교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기자-영화는 어때요. 요즘 1929세대는 외국영화는 다운받아서 봐도 한국영화는 극장가서 본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이지희 - 친구들이 외화는 돈 주고 보기 아깝고, 한국영화는 가서 그냥 본다고 다들 그래요.
김시나 - 그게 정말 민족주의인 것 같아요. 자문화 중심주의. 우리 거니까 우리 돈 주고 보고, 남의 거는 공짜로 보든 말든 하는 거죠.
최윤영 -외국영화는 개봉 전에 인터넷에 많이 뜨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김시나 - 영화를 긁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나라 영화도 긁어오는 방법을 아는데 안 긁어오는 거에요. 우리 거니까.
김철웅 - 전 그냥 한국영화가 재밌어서 보는 건데요. 최근에 본 건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요.
장은정 - 전 웰컴 투 동막골
이지희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요.
김은호 - 야수와 미녀
이지희 - 그러고 보니 다 한국영화만 봤네요. 오늘 마침 수업에서 한국영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한국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국영화가 재미있고, 퀄리티가 높고 자막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김철웅 - 그게 젊은 세대의 단순한 심리랑 연결되지 않을까요. 자막 읽기 귀찮잖아요.
◆대학 안의 운동권과 진보
김은호 - 한양대의 경우, 소명이라는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에서 4년 동안 집권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한총련에서 후보를 냈는데 아마 ‘정권’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한총련이 그동안 학생들이 싫어했던 분위기같은 걸 많이 바꾸려고 노력하더라구요. 공약도 학생들 복지 위주의 공약을 주로 내구요. 그리고 학생들 분위기도 4년 동안 비운동권이 집권하니까 약간의 매너리즘도 있는 것 같아요.
최윤영 -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총학생회가 운동권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후보가 셋이 나왔어요. 1번은 둘다 운동권, 2번은 한명은 운동권 한명은 비운동권, 3번은 비운동권. 우리가 낸 등록금을 정치활동에 쓰는 걸로 쓴다든지, 축제 주제도 반미 이런 게 돼 버리니까 좀 그랬거든요. 사람들이 비운동권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심지어 이런 얘기도 나와요. 3번 비운동권 후보가 경영학과 출신인데요. 2번에 운동권과 같이 나온 비운동권 학생도 경영학과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비운동권 후보 표를 분산시키려고 일부러 후보로 내보냈다는 거에요. 우리가 맨날 정치인 보고 욕하고 음모론이 어쩌고 하는데 우리들도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요즘 누구누구의 뇌구조 그림 그리는 게 유행이잖아요. 비운동권 후보가 뇌구조를 그려놨는데 뇌 한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한총련 탈퇴에요. 또 얼마 전에 한양대에서 전교생에게 USB를 줬다는데 저희도 그러겠대요.
◆요즘 정치에 대해
기자 - 열린우리당은 20대가 언젠가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김철웅 - 전대협 때 우리 학교 스타가 임종석 의원이었다고 해요. 전대협 의장이었으니까. 근데 요즘은 그 사람한테 정말 실망이에요. 요즘엔 정말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아요. 정말 요즘 정치권을 보면 혼란스러워요.
김은호 - 요즘 열린우리당 보면 대표도 많이 바뀌고 혼란스럽달까 불안정한 모습이에요. 근데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청계천이 뜨고 나서 이명박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됐고, 박근혜 씨에 대해서도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 같다. 더 두고봐야겠다 싶어요.
김철웅 - 기성세대들이 대학생들을 굉장히 간과하는 것 같아요. 자기네들이 조금만 어떻게 하면 지지가 오를 것 같고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근데 대학생들이 괜히 대학생이 아니거든요. 정치 관련 게시판 같은 거 보면 글도 많이 올라오고 읽어보면 정말 좋은 생각들이 많거든요. 근데 아무리 대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바쁘다고 해도 다 생각이 있는데 정치권은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요.
김시나 - 제가 생각하기에 20대는 결과주의고 굉장히 냉정한 세대에요. 2007년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결과를 냉정히 평가를 하고 그것에 따라서 투표를 할 것 같아요.
최윤영 - 솔직히 정치인들이 20대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20대가 지난 월드컵 때 뭔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죠.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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