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북한경제를 살려야 하는 까닭(김영호 2005.12.12)

지역내일 2005-12-11
북한경제를 살려야 하는 까닭
김 영 호 (시사평론가)

2년 전 평양은 가는 곳마다 아파트 외벽공사가 한창이었다. 외벽에 허술하게 붙인 타일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흉하기도 하지만 누추해 보여 모두 떼어내기로 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거의 마무리되어 도시가 한결 산뜻해졌다. 오가는 시민의 옷차림도 밝아지고 한껏 멋을 낸 젊은 여성들도 눈에 띈다. 20년도 더 된 낡은 자동차들만이 간간이 다니더니 요즈음은 드물지만 새 승용차들이 지나다닌다.
가는 곳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매점이 있고 흥정도 이뤄진다. 상점도 늘었고 식당에는 창 너머로 담소하는 손님들이 눈에 띈다. 밤의 평양은 더 달라졌다. 어둠이 깔려도 전등을 켠 집집들이 드문드문하더니 형광등을 켠 집들도 늘어났다. 전기사정이 좀 좋아진 모양이다. 밤이면 사라지던 자동차들도 긴 헤드라이트로 어둠을 가르며 굴러가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지난 10년간보다 더 큰 변화가 조용히 이뤄진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남쪽사람을 자연스럽게 대하고 긴장감도 없어졌다.
지난해 북한의 무역규모는 28억5670만 달러이다. 이것은 1991년 이후 최대규모이다. 이제야 겨우 동구권과 구소련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되던 1989~199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선 셈이다.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공산권 시장을 잃으면서 북한 경제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15년간이란 긴 세월을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헤쳐 나오려는 형국이다. 중국과 남한과의 교역이 늘면서 말이다. 한국의 연간교역규모가 5000억 달러라는 점과 비교하면 북한의 경제규모가 얼마나 영세한지 말해준다.
통일은 언제, 어떻게 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 상태에서 통일이 갑자기 찾아온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남쪽으로 돌아온다. 남쪽도 빈부격차의 심화로 갈등구조가 점점 첨예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감당할 능력이 없다. 여기에다 민족의 동질성이 회복되지 않아 남북간의 이해의 접점도 좁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의 그 날이 온다면 집단적 마찰이 적대감으로 번져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참화가 예견된다.
하지만 통일을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경제교류를 확대하여 북한경제가 자립하도록 돕는 자세가 중요하다. 북의 인력-자원과 남의 자본-기술을 결합하여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남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해외투자를 북으로 돌리면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언어장벽이 없으니 기술-기능인력의 개발도 효과적이다. 개성공단을 서둘러 활성화시켜야 한다. 최대의 장애물은 북의 핵개발이다. 북은 폐쇄의 문을 활짝 열고 6자 회담을 조속히 성사시켜야 한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북한이 외국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모양이다. 합영-합작 외국기업에게 내수시장을 개방하고 감세혜택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간의 교류는 민족간의 내부거래로 간주하여 남쪽 기업이 해당하는지 모르겠다. 이미 중국은 북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올랐고 현지투자도 늘리고 있다. 중국투자가 증가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공산품은 거의 중국산이다. 중국이 상권도 상당히 장악하고 있고 자원개발에도 활발하다.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가 날로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정치적 영향력의 증대를 말한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고구려사를 침탈하려는 역사왜곡의 차원을 넘어선다. 북한을 자국영토로 편입시킬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책략을 깔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북반구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북은 해마다 식량 100만t을 외국원조에 의존해야 산다. 농업기술이 낙후하여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기 어렵다. 비료만 원조 받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종자개량을 추진하는 한편 농자재를 체계적으로 공급받고 재배기술을 전수 받아야 한다. 이 문제도 남과 손을 잡아야 해결된다. 무엇보다도 자영농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1988년 집단농장을 폐지한 베트남은 식량난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미곡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남북교역액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선다. 왕래인원도 9만명에 이른다. 함께 일하는 남북 일꾼도 개성공단 6000명, 금강산 1500명에 달한다. 북한주민의 의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남쪽의 경제적 우월성도 안다.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면 군사적 긴장도 완화된다. 서로 경제적으로 잃을 것이 많아지면 전쟁억지력을 발휘한다. 남북간의 경제교류는 긴 안목으로 보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