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지역내일 2001-02-05 (수정 2001-02-05 오후 2:01:05)
며칠전 대법원이,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현행 선거법에 반하여 낙선운동을 전개한 시
민단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확정하였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의연한 자세로 독배를 마시
고 죽은 소크라테스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법의 존엄성과 준법정신의 필요성은 민주국가의 사활
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법은 국민들이 지켜야 할 약속인데도 우리 사회는 어쩌다가 “법을 지키면 손해본다, 법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는 그릇된 법의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실로 안타까운 일
이며, 법집행 업무의 일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송구스러움과 자괴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지도층 법무시 냉소주의 불러
우리 민족이 원래부터 다른 민족에 비하여 준법질서의식이 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조선의 유
교사상에 비롯된 가부장적인 인치주의와 정실주의로 인하여 법이 효과적인 사회통제 수단으로 정착
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일제 36년의 잘못된 유산이라고 본다. 일제가 우
리를 통치하기 위하여 일본 국내와 다른 특례를 적용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은 일본이 독일·프랑
스 등 선진제국에서 도입한 근대 법령을 우리에게 시행하였음에도 일본법은 곧 식민통치의 수단이므
로 법을 무시하고 거부하고 위반하는 것이 항일이요 애국이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잡아 지금까지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해방 및 6·25 전쟁 혼란기를 거치면서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게 되고, 급속한 근대화 추
진 과정에서 법과 상식보다 돈과 요령이 우선하는 사회병리가 점차 심화되었고, 사회지도층이 스스
로 법을 지키지 않거나 법 위에 군림하는 사례들이 발생하여 법은 힘이 없으면 걸리는 것이라는 서민
층의 냉소주의가 법의 권위에 대한 불신과 준법의식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중진국이라고 한다. 곧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비전도 제시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OECD) 가입에도 불구하고 단 시일 내에 결코 선진국
에 진입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너그럽게 보아 경제적 성장에 힘입어 중진국의 수준은 어떻게 유지할지 모르나 선진국 진입은 중진
국보다 또 다른 엄격한 조건의 충족을 요한다.
법을 지키는 사람에 대한 보호도, 이를 어기는 사람에 대한 제재도 예외 없이 공평한 나라, 게임의
법칙과 처벌의 잣대가 명확하고 동일하고 일관된 나라, 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만이 가장 튼튼한 사
회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이 토대 위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국가경쟁력, 경제적 활력
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영국 수상 처칠의 사례는 우스개로 이야기되지만, 선진국이 어떤 사회적 장치가 되어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처칠을 태운 승용차가 매우 급한 의회일정으로 과속을 하다가 경찰관에게 단속되었다. 운전사는 뒤
에 처칠 수상이 타고 있다고 말하였지만, 경찰관은 법규위반 차량에 처칠 수상이 탈 리 없고, 가령
수상이 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딱지를 떼었다. 그 사정을 안 처칠은 경시청장을 만났을 때
단속 경찰관이 매우 충실한 공무원이므로 특진을 해야 한다고 하자 경시청장은 당연한 자기직무 수
행으로 특진하는 규정이 없다고 이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정의의 여신’, 공평한 법 적용 강조
예로부터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고 한 손에는 저울과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는 모습으
로 그려지고 있다. 왜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을까?
법의 적용은 사회적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적용하라는 상징인 것이다.
저울과 같이 형평을 유지하며 칼로 흔들림 없는 권위를 지켜 나가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
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의 자의와 독선이 통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이제 기본(basic)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입법과정에서 민의를 수렴하여 최선을 추구하여야 하지만 일단 법이 제정된 뒤에는 다소 마음
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우리 공통의 사회규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법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주춧
돌,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임의 룰이 될 수 있도록 우선 ‘나부터 지킨다’는 겸허한 생각으로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실천해 가야 한다.
법무부가 작년부터 추진하는 준법풍토 확립 시책은 결국 모든 국민, 언론의 호응과 동참 없이 성취하
기 어려운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다.
김 진 환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