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4670명이 본 ‘경범죄처벌법’

새치기·배꼽티도 처벌 하나요

경찰, 황당한 경범죄 조항 연내 개정 … 찜질방 애정행각 처벌 검토

지역내일 2006-01-04 (수정 2006-01-04 오전 9:04:33)
가위와 이발기(일명 바리깡)를 든 경찰이 장발을 단속하던 70년대 풍경은 88년 경범죄처벌법 중 관련 조항이 삭제되면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무릎 위 20cm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근거인 ‘과다노출’은 여전히 범죄다.
길거리 뱀 노점상과 가정집 굴뚝은 사라졌지만 ‘뱀 진열행위’와 ‘굴뚝 관리소홀’ 규정은 경범죄처벌법 1조 52항과 30항에 살아있다. 아파트 공용구역의 전등을 꺼도, 자신의 가게 전단지를 돌려도, 길에서 손님을 끄는 호객행위도, 요부조자(要扶助者·도움이 필요한 사람)를 관계공무원에게 신고하지 않아도 모두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다.
유언비어 단속은 유신체제에 대한 비판을 막는 도구로 활용됐다가 88년 장발단속 조항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덮개 없는 음식물 판매’를 처벌하는 조항이 사라진 94년 이후 이후 현재까지 10년이 넘도록 규제조항은 그대로다.
10년 동안 강산은 변했는데 법은 낡은 모습 그대로 남아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다. (관련 표 참조)
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일선경찰서와 지구대 경찰관 4670명을 대상으로 경범죄처벌법 개정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청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올 6월까지 개정안을 만들어 이르면 10월쯤 국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합법·불법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시대 상황에 걸맞게 규제조항을 개정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조항 손질하나 = 현행 경범죄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범죄는 모두 50개. 금연장소 흡연이나 인근소란, 오물투기, 무단출입, 음주소란, 노상방뇨, 무전취식·무임승차 등 주요 경범죄를 제외하면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사문화된 조항이 대부분이다.
△춤 교습 및 장소 제공 △뱀·끔찍한 벌레 등 판매목적 진열 △통행에 불편 주는 굴뚝·물받이 관리소홀 △근거 없는 방법으로 병을 치료하려는 미신요법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며 신상정보 거짓 기재 △경기장·역에서의 새치기 등은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며 현실성도 떨어지는 규정이다.
응답자 다수가 6개 규정은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새치기’는 도덕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어 놓는 행위’를 단속하는 근거인 ‘과다노출’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70년대 미니스커트 단속 근거가 된 이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배꼽티나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요즘 사람까지 단속이 가능할 정도로 ‘고무줄 규정’이다.
기준이 애매하다보니 단속하는 경찰관은 단속대상자의 항의에 부딪히기 일쑤다. 단속대상자도 ‘법을 어겼다’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경범죄 단속을 실시하긴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반발도 심해 지도장을 발부하는 정도로 처리하고 있다”며 “경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은 데다 국민들의 법감정과도 일치하지 않아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 댓글 통한 욕설도 처벌 검토= 경찰청은 또 시대 흐름에 맞게 일부 조항은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 응답자 다수는 △공무원에 대한 욕설 시비 등 공무집행 방해 △범죄현장 상태를 변경하는 행위 △대중교통 수단 내 물품판매 △허위 인적사항 사용 △애완견 관리 소홀 관련 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찜질방 등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애정행위를 규제하고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타인을 모욕하거나 수치심을 준 경우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청은 찜질방 애정행위 규제의 경우 사생활 침해 소지뿐만 아니라 형법상 공연음란 조항과 충돌할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명예훼손과 겹칠 우려가 있는 인터넷 모욕처벌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김인옥 생활질서과장은 “경범죄 조항의 개정이나 추가는 기존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 지나친 규제는 아닌지,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하지 않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경찰관들의 의견수렴 차원에서 제시된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법개정에 포함할 지 현재로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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