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 : ‘잊혀진 영웅’순직·부상 소방관<표 2개="">
제목 : 사고 때만‘호들갑’… 시간 지나면‘무관심’
부제 : 월 3만원 위험수당에 목숨 걸어, 6년간 62명 순직
유족보상 최저 생계비 수준, 공상자 대책 전무
#1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 현장에서 뒤엉켜 신음하던 100여명의 청소년을 구하다 유독가스를 잘못 마신 김재국(50세) 소방장은 임파선 결핵 진단을 받았다. 휴직 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로 인한 질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직무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는 투병생활을 하다 빚만 남긴 채 지난해 순직했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김씨의 부인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당시 고3 아들은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다.
#2 2001년 3월 지하철안에서 노숙자에게 봉변을 당하던 여대생을 돕다 흉기에 찔려 숨진 서울 관악소방서 전 소방교 채희수(당시 37세)씨는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측은 “통상적 출퇴근 경로를 이탈했기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절했다. 다행히 채씨는 ‘의사자’로 인정됐지만, 유족들은 생계가 어려워 구슬을 꿰는 일을 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소방관들의‘의로운 죽음’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현장에서 부상이나 질병을 얻어 직장을 떠난 소방관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태 =
2000년부터 2005년 10월말까지 6년간 화재진압과 구조·구급활동현장에서 일선 소방관 62명이 순직했다. 1년에 10명꼴이다.
공무 수행 중 질병을 앓거나, 사고를 당한 소방관은 1720명이나 된다. 200년에는 268명이었으나, 2003년에는 360명으로 늘어났고, 올해 7월말 현재 160명이나 된다.
직업병에 시달리는 소방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경남소방본부에서 소방관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답변이 무려 39%나 됐다.
전직 구급대원인 박정호(38)씨는 “1년 이상 근무한 구급대원은 5명 중 4명이 허리에 이상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망률이 높고 직업병이 많은 것은 소방공무원의 근무 특성과 연관이 깊다. 화재 진압 소방관의 경우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고, 직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건강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구급대원은 24시간 맞교대로 몸의 균형이 무너져 허리 부상 등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상체계 =
순직자의 경우 당해 보수월액의 36배가 유족 보상금이 생명줄이다. 13년쯤 재직한 소방장 15호봉을 기준으로 하면 6900여만원 수준이다. 다만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인 소방관은 퇴직연금액의 70%가 유족연금으로 추가 지급된다.
올해 10월 경북 칠곡 왜관읍 지하단란주점 화재현장에서 시민을 구조하다 연기에 질식해 순직한 최희대(37) 소방장의 경우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지급된 유족보상금 6104만1600원 등 1억1012만9020원이 유족에게 지급됐다. 김성훈(29) 소방교의 유족은 9298만7290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김재국 소방장처럼 장기간 화재진압 등 현장 활동에서 오는 질병이 원인이 돼 퇴직 후 장애나 사망에 이르게 되더라도 업무와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워 보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공무수행 중 질병을 앓거나 부상을 당해 공상자로 인정돼도 장애등급에 따른 장애연금 외에는 보상이 없다. 허리가 아파 퇴직한 전직 119구급대원 박씨는 36만원의 장애연금을 받는 것 이외에 다른 보상은 받지 못했다.
◆개선방안 없나 =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일선 소방관들은“24시간 맞교대로 주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3교대 근무로 전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연금액의 현실화도 거론된다. 소방관의 재직기간이 20년이 넘어도 최저생계비 수준인 매월 110만원의 연금이 지급돼 유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소방관의 건강검진 항목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관의 업무 특성상 검진이 필요한 폐기종 유무, 폐활량 측정, 심전도 검사, 기관지천식유무, 폐소공포증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성금을 모으고 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해지는 사회풍토가 아쉽다”며 “근무조건의 개선과 유족생계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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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고 때만‘호들갑’… 시간 지나면‘무관심’
부제 : 월 3만원 위험수당에 목숨 걸어, 6년간 62명 순직
유족보상 최저 생계비 수준, 공상자 대책 전무
#1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 현장에서 뒤엉켜 신음하던 100여명의 청소년을 구하다 유독가스를 잘못 마신 김재국(50세) 소방장은 임파선 결핵 진단을 받았다. 휴직 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로 인한 질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직무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는 투병생활을 하다 빚만 남긴 채 지난해 순직했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김씨의 부인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당시 고3 아들은 수능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다.
#2 2001년 3월 지하철안에서 노숙자에게 봉변을 당하던 여대생을 돕다 흉기에 찔려 숨진 서울 관악소방서 전 소방교 채희수(당시 37세)씨는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측은 “통상적 출퇴근 경로를 이탈했기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절했다. 다행히 채씨는 ‘의사자’로 인정됐지만, 유족들은 생계가 어려워 구슬을 꿰는 일을 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소방관들의‘의로운 죽음’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현장에서 부상이나 질병을 얻어 직장을 떠난 소방관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태 =
2000년부터 2005년 10월말까지 6년간 화재진압과 구조·구급활동현장에서 일선 소방관 62명이 순직했다. 1년에 10명꼴이다.
공무 수행 중 질병을 앓거나, 사고를 당한 소방관은 1720명이나 된다. 200년에는 268명이었으나, 2003년에는 360명으로 늘어났고, 올해 7월말 현재 160명이나 된다.
직업병에 시달리는 소방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경남소방본부에서 소방관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답변이 무려 39%나 됐다.
전직 구급대원인 박정호(38)씨는 “1년 이상 근무한 구급대원은 5명 중 4명이 허리에 이상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망률이 높고 직업병이 많은 것은 소방공무원의 근무 특성과 연관이 깊다. 화재 진압 소방관의 경우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고, 직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건강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구급대원은 24시간 맞교대로 몸의 균형이 무너져 허리 부상 등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상체계 =
순직자의 경우 당해 보수월액의 36배가 유족 보상금이 생명줄이다. 13년쯤 재직한 소방장 15호봉을 기준으로 하면 6900여만원 수준이다. 다만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인 소방관은 퇴직연금액의 70%가 유족연금으로 추가 지급된다.
올해 10월 경북 칠곡 왜관읍 지하단란주점 화재현장에서 시민을 구조하다 연기에 질식해 순직한 최희대(37) 소방장의 경우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지급된 유족보상금 6104만1600원 등 1억1012만9020원이 유족에게 지급됐다. 김성훈(29) 소방교의 유족은 9298만7290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김재국 소방장처럼 장기간 화재진압 등 현장 활동에서 오는 질병이 원인이 돼 퇴직 후 장애나 사망에 이르게 되더라도 업무와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워 보상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공무수행 중 질병을 앓거나 부상을 당해 공상자로 인정돼도 장애등급에 따른 장애연금 외에는 보상이 없다. 허리가 아파 퇴직한 전직 119구급대원 박씨는 36만원의 장애연금을 받는 것 이외에 다른 보상은 받지 못했다.
◆개선방안 없나 =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일선 소방관들은“24시간 맞교대로 주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3교대 근무로 전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연금액의 현실화도 거론된다. 소방관의 재직기간이 20년이 넘어도 최저생계비 수준인 매월 110만원의 연금이 지급돼 유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소방관의 건강검진 항목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관의 업무 특성상 검진이 필요한 폐기종 유무, 폐활량 측정, 심전도 검사, 기관지천식유무, 폐소공포증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성금을 모으고 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해지는 사회풍토가 아쉽다”며 “근무조건의 개선과 유족생계방안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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