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21세기 도전의 유일한 외교적 지침

전 미 국무부 국장이 밝힌 부시 외교정책의 한계

지역내일 2006-01-23
미국 외교정책의 대반격
리처드 하스 지음 /장성민 옮김
김영사 /1만2000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제1기 부시행정부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핵심 자문역할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한 리처드 하스가 미국 외교정책을 비판한 책 ‘The Opportunity’ 한국어판 ‘미국 외교정책의 대반격’이 출간됐다. 이 책은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직접 구상하고 실행하는 데 참여했던 사람이 부시행정부에 새로운 외교정책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펴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 하다. 역자 장성민 전 국회의원은 이같은 이유로 국내 전문가들과 정부,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던져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그들에게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다. 북한 핵문제만 봐도 그렇다. ‘예방전쟁’ ‘외부로부터의 정권교체’ ‘경제봉쇄조치 해제’ 등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미국에게는 그저 ‘당근이냐 채찍이냐’의 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국가 존망이 걸리는 일이다. 미국은 비록 ‘예전만 못하다’ 할지라도 세계 정치·외교 무대에서 여전히 ‘유일한 초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미국 외교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처드 하스는 책을 통해 그동안 미국 외교정책이 일방주의적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하스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단호히 비판하고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대처가 결코 제한된 목표와 기간을 가진 ‘전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를 간과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현실은 언제나 ‘강대국간의 정치’이고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이들 간의 협력을 제도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21세기 세력협조체제’의 구상이 이 책의 핵심 주제인 ‘통합’이다.
통합은 강대국간의 갈등,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국제 테러리즘, 보호무역주의의 부활, 대량학살과 같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비롯, 지구 온난화 등 전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21세기의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교적 지침이라고 하스는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세계적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세계는 미국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그러나 리더십은 혼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추종을 전제로 한다. 일방주의는 미국 외교정책을 실패로 이끌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이런 면에서 하스는 이라크전쟁에 극히 비판적이다. 근대국제질서의 근간인 주권체제를 뒤흔든 ‘예방전쟁’으로 강대국간 협력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단기적 정권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부시행정부는 민주주의의 증진이라는 목표를 최우선순위에 두고 그 수단으로 예방전쟁과 정권교체를 애용하고 있다. 하스는 “민주주의의 증진은 결코 평화보다 우선될 수 없다. 군사력의 사용이 배제돼서는 안되지만 예측에 의한 예방전쟁은 허용될 수 없으며 단기적 정권교체보다는 당근(보상)과 채찍(제재)을 통한 점진적 정권진화가 타당하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네오콘’으로 불리는 미국 강경주의자들은 미국에 대한 가장 중요한 도전으로 중국의 부상을 들고 있다.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아시아의 패권국가로서 미국 중심의 질서를 전복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할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봉쇄는 중국의 적대감만 키워 미·중간 신냉전을 초래하는 자기예언이 되기 십상”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부시행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나타나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찬양’은 다소 거슬리기까지 한다. 하스 역시 ‘인도의 핵무장은 용인하면서 북한과 이란은 정권교체를 통해서라도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이중잣대’를 부인하지 않으며 이것이 전략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역자는 “하스의 이런 현실주의적 접근 방식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한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스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통합은 한국에게 특히 적실성이 있다. 지난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통합적 행동의 중요한 예”라며 “성숙한 민주주의의 특징중 하나는 논쟁인 만큼 이 책에 소개된 생각들이 한국 내에서 외교정책 논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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