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비극 중의 하나인 맥베드에서 주인공 맥베드는 오직 자기의 목적만을 위해 돌진한다. 그
는 지나친 야망 때문에 신세를 망친 후에야 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꺼져라 순간
적인 촛불이여! 인생이란 걸어가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고 정해진 시간만큼 무대에 나섰다가 이윽고
잊혀지고 마는 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을 …”
대우신화를 창조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전국금속노조연맹도
프랑스 등 6개국에 수배전단을 뿌리며 그를 뒤쫓고 있다.
그는 2년 전 만해도 지구촌 곳곳에 현지법인을 만들어 ‘세계경영’의 야망을 꿈꾸던 다국적기업 총
수였다. 88년 동베를린에 국내 최초로 동구권 지사를 설립한 이래 90년대 중반이후 폴란드 등 10
여곳에 잇따라 현지공장을 만들었다. 현지 법인에 근무한 외국인 종사자만도 23만명에 이르렀
다. 그는 이제 회계장부조작 등의 혐의로 ‘쫓기는 몸’이 됐다. 한국재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
는 듯 하다. 과욕으로 절망의 늪에 빠진 맥베드의 마지막 중얼거림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기극으로 귀결된 김우중씨의 세계경영
검찰은 김 전회장이 BFC을 통해 관리해오던 약 200억 달러(25조원) 가운데 상당액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대우의 비밀금고인 BFC는 해외 차입금을 조성해왔다. BFC는 (주)
대우 본사 소유의 예금채권과 계열사 대여금, 선급금 등 재무자산도 직접 관리해왔다. 자산규모는
97년 1조7천60억원, 98년 5천158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 돈으로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고급주택가에 수영장이 딸린 별장과 포도밭, 그리고 전용비행기 등을 구입하고 독
일, 수단 모로코와 가족이 있는 미국 등지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김 전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석진강 변호사는 그가 해외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
춰지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석 변호사는 김 전회장이 “부인과 둘이 외롭게 지내고
있으며 과거에 알았던 해외 유명인사나 기업인들조차 만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석 변
호사는 국내 웬만한 기업은 분식을 하고 있는데 대우만 닥달하는 것에 억울해하고 있다며 검찰이 밝
힌 41조원의 분식액수도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여부는 검찰의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 김 전회
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수사팀이 이
미 ‘쫑파티’를 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국민들은 수사가 사실상 장기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형경제비리가 터질 때마다 예외 없이 등장하는 이른바 ‘비자금 리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에도 ‘김우중 리스트’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뒤를 봐주는 사람 없이 김 전회장이 10조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41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통해 거액의 돈을 해외로 빼돌
릴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자진 귀국해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김 전회장은 97년 4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공여혐의로 집행유예형을 받은 바 있다. 지금까
지 불거져 나온 대형경제비리사건을 보면 예외 없이 정경유착이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본지(2
월7일자)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대형경제비리사건 사법처리내역을 보면 헛말이 아니다. 80년
대 이후 1000억원대 이상의 경제비리사건은 평균 2년에 한번 꼴로 터지고 있다. 권력층을 등에
업고 터져나오는 대형경제비리에 나라경제가 휘청거리고 그 때마다 노동자 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직장을 잃거나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했다. 국민들이 무슨 죄인가.
김 전회장은 한때 한국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 나라가 겪
고 있는 경제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으로 수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검찰이 조사를 마
무리하고 기소중지 등을 결정한 뒤 입국할 것인지 해외도피를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석 변
호사의 말은 검찰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김 전회장은 지금이라도 귀국해 검
찰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넓고 할 일이 많더라도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김우
중 리스트’를 포함한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한다.
왕길남/정치담당 편집위원
는 지나친 야망 때문에 신세를 망친 후에야 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꺼져라 순간
적인 촛불이여! 인생이란 걸어가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고 정해진 시간만큼 무대에 나섰다가 이윽고
잊혀지고 마는 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을 …”
대우신화를 창조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검찰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전국금속노조연맹도
프랑스 등 6개국에 수배전단을 뿌리며 그를 뒤쫓고 있다.
그는 2년 전 만해도 지구촌 곳곳에 현지법인을 만들어 ‘세계경영’의 야망을 꿈꾸던 다국적기업 총
수였다. 88년 동베를린에 국내 최초로 동구권 지사를 설립한 이래 90년대 중반이후 폴란드 등 10
여곳에 잇따라 현지공장을 만들었다. 현지 법인에 근무한 외국인 종사자만도 23만명에 이르렀
다. 그는 이제 회계장부조작 등의 혐의로 ‘쫓기는 몸’이 됐다. 한국재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
는 듯 하다. 과욕으로 절망의 늪에 빠진 맥베드의 마지막 중얼거림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기극으로 귀결된 김우중씨의 세계경영
검찰은 김 전회장이 BFC을 통해 관리해오던 약 200억 달러(25조원) 가운데 상당액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대우의 비밀금고인 BFC는 해외 차입금을 조성해왔다. BFC는 (주)
대우 본사 소유의 예금채권과 계열사 대여금, 선급금 등 재무자산도 직접 관리해왔다. 자산규모는
97년 1조7천60억원, 98년 5천158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 돈으로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고급주택가에 수영장이 딸린 별장과 포도밭, 그리고 전용비행기 등을 구입하고 독
일, 수단 모로코와 가족이 있는 미국 등지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김 전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석진강 변호사는 그가 해외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
춰지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석 변호사는 김 전회장이 “부인과 둘이 외롭게 지내고
있으며 과거에 알았던 해외 유명인사나 기업인들조차 만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석 변
호사는 국내 웬만한 기업은 분식을 하고 있는데 대우만 닥달하는 것에 억울해하고 있다며 검찰이 밝
힌 41조원의 분식액수도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여부는 검찰의 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 김 전회
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수사팀이 이
미 ‘쫑파티’를 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국민들은 수사가 사실상 장기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형경제비리가 터질 때마다 예외 없이 등장하는 이른바 ‘비자금 리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에도 ‘김우중 리스트’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뒤를 봐주는 사람 없이 김 전회장이 10조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41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통해 거액의 돈을 해외로 빼돌
릴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자진 귀국해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김 전회장은 97년 4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공여혐의로 집행유예형을 받은 바 있다. 지금까
지 불거져 나온 대형경제비리사건을 보면 예외 없이 정경유착이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본지(2
월7일자)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대형경제비리사건 사법처리내역을 보면 헛말이 아니다. 80년
대 이후 1000억원대 이상의 경제비리사건은 평균 2년에 한번 꼴로 터지고 있다. 권력층을 등에
업고 터져나오는 대형경제비리에 나라경제가 휘청거리고 그 때마다 노동자 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직장을 잃거나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했다. 국민들이 무슨 죄인가.
김 전회장은 한때 한국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 나라가 겪
고 있는 경제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으로 수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검찰이 조사를 마
무리하고 기소중지 등을 결정한 뒤 입국할 것인지 해외도피를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석 변
호사의 말은 검찰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김 전회장은 지금이라도 귀국해 검
찰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넓고 할 일이 많더라도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김우
중 리스트’를 포함한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한다.
왕길남/정치담당 편집위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