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를 넘어서는 불법 다단계업체가 적발되는 등 피해자가 속출하고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다단계 업체의 위법행위를 조사해 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경고나 시정조치, 검찰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등 단속하고 있다.
또한 공제조합과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등 ‘자율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YMCA와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 등 다단계 피해자 상담과 구제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은 공정위의 단속활동이 다단계업체의 불법 현실을 정화하기에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와 관련업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못하다며 공정위의 불법 다단계영업 근절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1개 업체 다단계 피해액 1조 넘기도 = 불법 다단계 사기 적발사례를 보면 피해자수는 수천명에서 수만명, 피해액은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를 오가는 등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경찰서가 적발한 불법 다단계 업체 ㅂ사는 1만10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와 3790억원의 피해액을 남겼다. 경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적발한 의료기구업체 ㄱ사는 회원 4만여명에게 효능이 없는 가짜 건강목걸이와 팔찌 600억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1조원대 ‘매머드급’ 다단계 판매조직 적발돼 충격을 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다단계업체 ㅇ사가 주부나 퇴직자 등에게 방문판매원으로 등록하면 높은 수당을 보장해 준다고 꾀어 4만여명의 회원을 모집, 판매물품 구입비 등 명목으로 1조원대의 등록비를 걷었다고 밝혔다.
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팀장은 “과거 다단계업체는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기껏해야 수백만원 어치의 물품을 강제 구매케 했으나 요즘 다단계업체는 여유 있는 중·장년층으로부터 최대 수십억원까지 매출을 올리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마케팅에 대한 공정위 입장 애매 =1인당 물건구매액을 수천만원에서 억대 단위까지 상승시킨 포인트마케팅에 대해 공정위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도마위에 올랐다.
포인트마케팅이란 매출(상품구매)이 발생했을 경우 자신이 가진 포인트에 따라 수당을 나눠 지급받는 마케팅 기법으로, 유사수신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포인트마케팅 자체에 대해서 법 위반 혐의가 없다’며 이를 용인하고 있다. 다만 물품 없이 돈만 거래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1억5000여만원의 피해를 입고 다단계업체를 탈퇴한 전직 판매원은 “업체가 수억원어치의 물건을 소비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실을 공정위가 두고 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포인트마케팅은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라며 “공정위가 다단계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가 투기심리로 대량 사재기를 한 것까지 보상을 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정한 금액의 물건 구매로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본 소비자를 상대로 500만원까지의 보상은 가능하다”며 “공정위가 거액의 투자금까지 피해를 보상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율정화와는 딴방향으로 = 불법 다단계업체가 난립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대응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다단계업체의 정보를 공개하는 데 ‘정확성’이 우선이라며 늑장을 부리는가 하면(본지 19일자 22면 참조), 양대 공제조합을 통한 ‘업계 자율정화’ 노력에 기대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2년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특판조합)을 출범시켰다. 양대 공제조합은 다단계 업체로 인한 소비자 피해보상을 주 업무로 하는 곳으로, 공정위는 다단계를 하려는 업체에게 양대 조합 중 한곳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고 있다.
공정위의 입장은 ‘불법 업체는 단속하되 조합에 소속된 회원사는 자율 정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 다단계업체들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법망에 걸린 후에도 회사이름과 대표자를 바꾸며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의 희망과 달리 공제조합에 가입된 업체도 대규모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앞서 지적한 1조원대 불법다단계업체는 특판조합의 최대 출자사로, 공정위가 기대한 ‘업계의 자율정화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희경 팀장은 “공정위가 다단계업체에 대해서 ‘업계 자율정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검찰 또는 경찰과 달리 형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며 “단속권한이 미약한데 무조건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 “조합은 공정위 퇴직인사 텃밭” = YMCA와 안티피라미드 등 시민단체들은 또 양대 공제조합이 ‘업계의 자율정화 무대’가 아니라 공정위 퇴직인사의 ‘텃밭’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4월 공정위 전직 국장과 과장이 특판조합 이사장과 전무이사로 선출되고 전 부이사관이 회계담당관으로 채용됐다. 직판조합 이사장 역시 공정위 1급 간부 출신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당시 공정위는 “믿을만한 인물을 소개했고 참여사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그분들이 임원으로 선임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갖고 있던 공제조합 이사장 승인권은 2005년 4월에야 폐지됐다.
2002년 법 개정 당시 공정위 전직 고위관료가 다단계업체인 SMK로부터 법 개정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 구속된 바 있고 특판조합 설립당시 조합사의 출자금 13억5000만원이 당시 공정위 현직과장 명의의 계좌에 입금됐다 출금된 사실도 있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경제검찰인 공정위가 다단계와 관련 시민단체와 업계 모두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며 “업계 자율정화도 중요하지만 공정위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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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다단계 업체의 위법행위를 조사해 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경고나 시정조치, 검찰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등 단속하고 있다.
또한 공제조합과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보상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등 ‘자율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YMCA와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 등 다단계 피해자 상담과 구제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은 공정위의 단속활동이 다단계업체의 불법 현실을 정화하기에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와 관련업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못하다며 공정위의 불법 다단계영업 근절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1개 업체 다단계 피해액 1조 넘기도 = 불법 다단계 사기 적발사례를 보면 피해자수는 수천명에서 수만명, 피해액은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를 오가는 등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경찰서가 적발한 불법 다단계 업체 ㅂ사는 1만10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와 3790억원의 피해액을 남겼다. 경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적발한 의료기구업체 ㄱ사는 회원 4만여명에게 효능이 없는 가짜 건강목걸이와 팔찌 600억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1조원대 ‘매머드급’ 다단계 판매조직 적발돼 충격을 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다단계업체 ㅇ사가 주부나 퇴직자 등에게 방문판매원으로 등록하면 높은 수당을 보장해 준다고 꾀어 4만여명의 회원을 모집, 판매물품 구입비 등 명목으로 1조원대의 등록비를 걷었다고 밝혔다.
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팀장은 “과거 다단계업체는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기껏해야 수백만원 어치의 물품을 강제 구매케 했으나 요즘 다단계업체는 여유 있는 중·장년층으로부터 최대 수십억원까지 매출을 올리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마케팅에 대한 공정위 입장 애매 =1인당 물건구매액을 수천만원에서 억대 단위까지 상승시킨 포인트마케팅에 대해 공정위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도마위에 올랐다.
포인트마케팅이란 매출(상품구매)이 발생했을 경우 자신이 가진 포인트에 따라 수당을 나눠 지급받는 마케팅 기법으로, 유사수신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포인트마케팅 자체에 대해서 법 위반 혐의가 없다’며 이를 용인하고 있다. 다만 물품 없이 돈만 거래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1억5000여만원의 피해를 입고 다단계업체를 탈퇴한 전직 판매원은 “업체가 수억원어치의 물건을 소비자에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실을 공정위가 두고 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포인트마케팅은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라며 “공정위가 다단계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가 투기심리로 대량 사재기를 한 것까지 보상을 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정한 금액의 물건 구매로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본 소비자를 상대로 500만원까지의 보상은 가능하다”며 “공정위가 거액의 투자금까지 피해를 보상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율정화와는 딴방향으로 = 불법 다단계업체가 난립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대응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다단계업체의 정보를 공개하는 데 ‘정확성’이 우선이라며 늑장을 부리는가 하면(본지 19일자 22면 참조), 양대 공제조합을 통한 ‘업계 자율정화’ 노력에 기대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2년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특판조합)을 출범시켰다. 양대 공제조합은 다단계 업체로 인한 소비자 피해보상을 주 업무로 하는 곳으로, 공정위는 다단계를 하려는 업체에게 양대 조합 중 한곳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고 있다.
공정위의 입장은 ‘불법 업체는 단속하되 조합에 소속된 회원사는 자율 정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 다단계업체들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법망에 걸린 후에도 회사이름과 대표자를 바꾸며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의 희망과 달리 공제조합에 가입된 업체도 대규모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앞서 지적한 1조원대 불법다단계업체는 특판조합의 최대 출자사로, 공정위가 기대한 ‘업계의 자율정화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희경 팀장은 “공정위가 다단계업체에 대해서 ‘업계 자율정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검찰 또는 경찰과 달리 형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며 “단속권한이 미약한데 무조건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 “조합은 공정위 퇴직인사 텃밭” = YMCA와 안티피라미드 등 시민단체들은 또 양대 공제조합이 ‘업계의 자율정화 무대’가 아니라 공정위 퇴직인사의 ‘텃밭’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 4월 공정위 전직 국장과 과장이 특판조합 이사장과 전무이사로 선출되고 전 부이사관이 회계담당관으로 채용됐다. 직판조합 이사장 역시 공정위 1급 간부 출신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당시 공정위는 “믿을만한 인물을 소개했고 참여사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그분들이 임원으로 선임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갖고 있던 공제조합 이사장 승인권은 2005년 4월에야 폐지됐다.
2002년 법 개정 당시 공정위 전직 고위관료가 다단계업체인 SMK로부터 법 개정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 구속된 바 있고 특판조합 설립당시 조합사의 출자금 13억5000만원이 당시 공정위 현직과장 명의의 계좌에 입금됐다 출금된 사실도 있다.
안티피라미드 이택선 사무국장은 “경제검찰인 공정위가 다단계와 관련 시민단체와 업계 모두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며 “업계 자율정화도 중요하지만 공정위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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