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꿈(함인희 2006.01.31)

지역내일 2006-01-30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새해를 연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달력 한 장을 넘기고 있으니, 해를 더해갈수록 시간의 흐름에 가속이 붙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게다.
2월은 바야흐로 각급학교의 졸업 시즌이다. 졸업식 장면 또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듯,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노래를 부르는 동안 눈물 주르르 흘리던 초등학교 졸업식 장면도, 백발성성한 부모님께 학사 가운 입혀드리고 학사모(帽) 씌어드린 후 큰 절 올리던 대학교 졸업식 장면도, 이젠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나 남아 있는 듯 하다.
이들 졸업식 풍경의 소박한 정겨움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음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움이 슬슬 고개를 든다. 한데 더 더욱 마음 아픈 것은 입시전쟁의 열기가 해를 더해가는 동안, 한 계단 한 계단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우리 주인공들의 활력과 패기가 점차 꼬리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를 거쳐 생산되는 제품마냥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꿈을 꾸고 있는 우리 자녀들 모습은, 마지막 기착지인 대학입학 면접장과 논술 답안지에서 확연하고도 분명히 감지된다.
중문과를 지망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중국이 뜨는 나라이기 때문”에 전공하려 한다는 것이고 앞으로 희망하는 직업은 하나같이 동시 통역사가 되겠노라 답한다. 불문과를 희망한다는 학생들은 또 한결같이 까뮈의 이방인에 감동받았고 카프카의 변신을 감명 깊게 읽었다 하며, 역시 장래 희망은 동시통역사 아니면 국제기구의 전문가를 꿈꾼다 한다. 뿐만이 아니다. 미래의 법관 지망생들은 너나없이 힘이 없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인권 변호사가 되겠노라 하고, 경영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 대부분은 경쟁력 있는 유수기업의 CEO를 꿈꾼다. 의사 지망생 또한 “의술은 인술”이란 모범답안을 암송하는 건 여타 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명문대학 진입을 목표로 삼았던 우리 자녀들은 정작 대학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생의 밑그림은 대학 입학 후 약 8주 동안의 경험에 의해 그려진다고 한다. 곧 20대로 진입하면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해보고, 진정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험해보는 동안 “될성부른 나무”는 뿌리를 내려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데 바로 이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자녀들은 그동안 확신해왔던 자신의 꿈을 서서히 포기해가기 시작함은 슬픈 역설 아니겠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강의실에서의 경험담 하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왠지 어깨가 축 늘어지는 것 같은 학생들을 향해 대학입시 면접 때를 상기시켜 준 다음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꿈이란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희망이지 포기하기 위해 존재하는 악몽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미 꿈을 포기했다면 그건 아마도 ‘개꿈’이었을 겁니다. 남들에게 보기 좋은 것, 내세우기 좋은 것, 거창하기만 한 것, 그런 걸 꿈이라 하지 않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내가 진정 원하는 진짜 꿈을 꾸어 보십시오.” 순간 강의실엔 숨소리조차 들릴 듯 한 적막이 흘렀고, 한 두 녀석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느 듯 공허한 울림이 되어 버린 “우리 자녀들의 꿈”을 “진솔한 희망”과 더불어 다시 찾아줌이 어떨는지? 정보사회의 뒤를 이어 “꿈의 사회”가 오고 있다는데, 우리 자녀들이 저마다의 잠재력과 적성에 따라 형형색색 빛 꿈을 꿀 수 있도록 전폭적 지지를 보내줌은 어떨는지?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왠지 허황된 사치요 사춘기시절 치기(稚氣)라 여기며, 한번 뿐인 인생을 관성에 따라 무미건조하게 지나가고 있는 부모세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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