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감원 칼바람 무섭다

대기업 사업구조조정 일상화로 상시퇴출 엄습

지역내일 2001-01-15

요즘 50대 후반이나 60대 직장의 간부들은 30·40대 후배들을 보면서 자주 이런말을 한다.
“우리야 한 시대를 풍미했고 자식들도 거의 다 키워놓았지만 너희 세대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작정이냐”
50 ·60대 직장인들이라고 해서 구조조정이나 감원의 예외는 아니지만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들이 한창 일할때는 한국경제의 성장기였다. 혹독한 가난을 경험해보고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도 겪었지만 과거보다는 현재가 나았고 미래는 더욱 밝을 것 같은 세월이었다. 그런 그들에게는 과거보다 현재가 못하고 미래는 칠흙같은 30·40대 직장 후배들이 측은하기만 하다. 그러나 후배들의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고 이런 현실은 후배분 아니라 50·60대의 자식 세대들에게 역시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30·40대의 현재는 분명 과거보다 못하다. 국민소득이 2만불에 다가섰던 시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거나 직장생활 초반이었던 이들은 하향평준화된 그들의 삶을 좀처럼 수긍하 기가 싫다.
그러나 마냥 불만으로만 점철된 생활을 이어나갈 수는 없다. 더 혹독한 경쟁과 끊임없는 자기변신을 하지않으면 쪼그라던 이런 생활마저 이어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어쩌면 일생의 가장 중대한 위기선상에 놓인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닥친 것은 가장 큰 위기는 기업의 상시구조조정체제 도입에따른 상시퇴출의 위험이다.
기업들마다 인원을 무더기로 자르는 구조조정은 끝이났지만 수익위주의 경영을 너도나도 도입하면서 수익을 못내는 부서의 직장인은 언제든지 퇴출의 대상이 된다. 계열사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업부서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수익이 좋지않다고 해서 성과급이나 연봉이 깍이는 것은 그래도 나은편이다. 아예 부사 자체가 없어지고 부서원들은 일저리 찢겨지는 일들이 대기업 계열사에서 흔한 일이 돼가고 있다.
수익이 좋거나 실적이 좋은 부서와 비교되는 만큼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한쪽에서는 성과급을 받고 기뻐하는 반면 한쪽은 물러나야하는 무언의 압박이 갈수록 목을 조여오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그룹 계열사의 과장인 김모씨(36)는 오늘의 직장 분위기를 “어제의 후배가 오늘의 상관이 될수 있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후배가 선배를 뛰어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졌다. 과장 최고연봉이 부장 최저연봉보다 많은 사례도 이제는 흔해졌다.
어제의 후배를 고참으로 모시고 살아야한는 과장이나 부장들의 처지도 말이 아니다.
재산이라도 있어 뛰쳐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다행이지만 실력도 딸리고 나가지도 못하는 사람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ㄱ씨는 “사업구조조정이라는 2차 구조조정의 보편화는 ‘분사’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회사에서 잘나가는 사업이면 가지고 있지 않을 이유가 없지않느냐. 대기업 체질에는 안맞는 사업인만큼 떼내는 것이고 책임감의 일부로 약간의 웃돈을 좀 주거나 약간의 투자를 할 뿐 ”이라고 말했다. 분사이후에도 사업성이 없으면 모기업이 투자한 돈까지 회수해가버린다.이때가 되면 정말로 끝장이다.
이들에게는 차라리 IMF때의 칼바람이 오히려 덜 냉혹하게 여겨진다. 그때는 함께 어려웠고 실직하더라도 주변과 사회의 동정이 있었다.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도 위로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가 전체적으로 좋은데도 외따로이 떨어져 나가야한다.이런 사정은 4대 그룹뿐 아니라 중견그룹 할것없이 모든 기업에 열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기업들이 유동성이나 수익위주의 경영을 외치는 것이 그럴듯해보이지만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엄습해오는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금융권의 40대는 가장 불안한 직장인들이다. 금융권 자체가 그동안 온실속에서 커왔기 때문에 이미 IMF전부터 대비를 해온 기업인들과는 입장이 사뭇 다른다.
ㅎ은행 차장인 박모씨(47)는 “50 60대 선배들이야 옛날 은행이 좋았던 시절에 돈이라도 좀 모아놓았지만 우리는 은행이 좋은 직장이라고 여겨지는 막차를 탄 세대다. 우리들 대부분은 앞으로 5년내에 다 나간다고 생각하고 살 정도”라며 위기감을 표현했다. 다른 은행의 한 직원은 “이제 은행은 평생직장이 아니라 명예퇴직이 일상화되는 직장 ”이라고 표현했다.
30·40대 은행원의 경우 그동안 은행의 대출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자기 수입에 비해 높은 소비생활을 해왔다. 퇴직금이 1∼2억이상 되는 50대들과 달리 40대 은행원의 경우 퇴직금 받아 대출금 갚으면 남는 게 없어 더 걱정이다. 구조조정이나 감원 바람이 기업보다 늦게 불었기 때문에 그만큼 대비가 부족하고 그래서 실직공포가 더 두렵기만 하다.
기업이나 한나라 경제에서 가장 중심이 돼야할 30·40대들 그들은 지금 감원 칼바람을 가장 앞서서 막아야 할 위치에 놓여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의 추위가 그 어느때 겨울의 추위보다도 차갑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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