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중국 학생·학부모 명문대 컴플렉스 ‘심각’
부 : 대부분 교육재원 명문대학에 집중 … “교육양극화, 사회전체가 피해자”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명문대 열풍은 우리나라나 일본 못지않다.
<중궈칭니앤바오(중국청년보)>는 “중국의 수많은 학부모, 학생에게 명문대는 학교가 아니라 ‘성공’의 대명사이다”며 “그들은 이성을 잃고 명문대의 노예로 전락해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 사회조사중심과 포털사이트 ‘신랑’이 학생과 학부모 38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55%가 “명문대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명문대를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76%는 “명문대 학습환경이 우월해서”, 68.1%는 “졸업 후 취업이 쉬우니까”, 49.4%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라고 응답했다.
매년 500만명 이상이 대학입시에 응시하는 중국에서 명문대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학의 모집정원이 매년 대략 3800명으로 비율로만 본다면 세계 최고의 잠재경쟁률을 보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중국 학부모의 꿈은 자녀가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입학하는 것이다.
◆“베이다․·칭화 아니면 안 돼” =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시 공무원인 장 모씨에게는 이번에 고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장지우가 있다. 이제 고1이지만 장 씨는 아들에게 벌써 9권의 대학순위책자를 사다줬다. 장 씨는 “3위권대학은 책마다 달라서 여러 권을 준비했다”며 “아들이 3위권 대학을 놓고 고민하지 않도록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지난 여름 중점 중학교(중·고등학교)에 합격한 아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베이징여행을 떠났지만 베이징에서 장 씨 부자가 간 곳은 칭화대와 베이징대 뿐이다. 문제는 보통반에 속한 장지우의 성적이 중상에 머문다는 것이다.
지방 3류대학에 다니는 자오 씨는 베이징대학 대학원시험 준비를 대학입학과 동시에 시작했다. 4년동안 그는 오직 공부만 하며 극장에도 간 적이 없다.
그는 “은행에 학자금 대출을 하러가면 ‘취직할지 불분명한 사람에게 대출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는다”며 “지금 나에게는 명문대 대학원 입학이 유일한 행복이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학과에서는 지금껏 베이징대학 대학원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가장 좋은 경우가 2년전 졸업한 선배가 베이징의 한 중점대학(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다.
자오 씨의 한 선배는 졸업 후 2년 동안 베이징시의 한 지하실에서 살며 대학원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자오 씨는 그 선배와 같은 신세가 될까 두렵기만 하다. 그는 “대학원에 입학하기만 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모든 미래를 대학원입학에 걸고 있는 것이다.
◆모든 돈·인력, 명문대로 쏠려 = 중국의 명문대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중심으로 한 명문대 열풍이 불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정부는 90년대 ‘211공정’을 시작했다. ‘211공정’은 21세기에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중점적으로 투입하는 100개 중점대학을 육성해 이들 대학이 세계일류수준에 이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후로 중점대학에 선정된 명문대학과 기타 대학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중점대학 내에서도 돈과 인재가 집중 투자된 일부 대학이 최고명문대학의 지위를 굳히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의 서열이 생기자 명문대 입학률이 높은 명문중학교(중국은 중·고등학교를 중학교로 통칭)가 생기고 명문중학교에 많이 입학하는 명문소학교(초등학교)가 생겨났다. 사회전체의 서열화를 부추긴 것이다.
한 비중점대학 관계자는 “‘211공정’은 중국의 대학들이 실력을 더 갖추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격차를 더 벌려놓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고급편집인 리훙빙은 <런민르바오(인민일보)> 기고문에서 “명문대 열풍으로 대학의 시장화, 상업화가 더 강해지고 대학 본연의 사회적 사명인 인문정신의 추구는 이미 세월의 강물에 쓸려내려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도 취업에 유리한 대학을 가고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열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명문대 열풍은 과도기적 현상” = 일선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외자기업의 임원은 “취업시 명문대학생이 우대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일 잘하는 직원이 중용된다”며 “취업시의 우세를 위해 청춘을 저당잡히는 일을 젊은이들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의 한 기업 인사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오직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만 있다”며 “명문대와 비명문대 출신이라는 구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문대 열풍과 관련해 기업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자오퉁대학 시옹빙치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정상적이지 않으며 우리 사회가 인재를 보는 눈이 낙후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런민대 구하이빙 교수는 이와 관련 “명문대 열풍은 공공교육자원의 불공정한 분배가 초래한 것이다”며 “한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이력서에 학력을 기재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도 20, 30년후 시장경제가 발달하면 명문대 컴플렉스가 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일반 시민들의 상황인식은 이보다 비관적이다. 한 네티즌은 “현재의 상황은 교육의 심각한 양극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면 최후의 피해자는 학생, 학부모를 넘어 심지어 한 세대 전체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연제호 리포터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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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민르바오(인민일보)>중궈칭니앤바오(중국청년보)>
부 : 대부분 교육재원 명문대학에 집중 … “교육양극화, 사회전체가 피해자”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명문대 열풍은 우리나라나 일본 못지않다.
<중궈칭니앤바오(중국청년보)>는 “중국의 수많은 학부모, 학생에게 명문대는 학교가 아니라 ‘성공’의 대명사이다”며 “그들은 이성을 잃고 명문대의 노예로 전락해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 사회조사중심과 포털사이트 ‘신랑’이 학생과 학부모 38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55%가 “명문대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명문대를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76%는 “명문대 학습환경이 우월해서”, 68.1%는 “졸업 후 취업이 쉬우니까”, 49.4%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라고 응답했다.
매년 500만명 이상이 대학입시에 응시하는 중국에서 명문대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학의 모집정원이 매년 대략 3800명으로 비율로만 본다면 세계 최고의 잠재경쟁률을 보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중국 학부모의 꿈은 자녀가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입학하는 것이다.
◆“베이다․·칭화 아니면 안 돼” =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시 공무원인 장 모씨에게는 이번에 고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장지우가 있다. 이제 고1이지만 장 씨는 아들에게 벌써 9권의 대학순위책자를 사다줬다. 장 씨는 “3위권대학은 책마다 달라서 여러 권을 준비했다”며 “아들이 3위권 대학을 놓고 고민하지 않도록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지난 여름 중점 중학교(중·고등학교)에 합격한 아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베이징여행을 떠났지만 베이징에서 장 씨 부자가 간 곳은 칭화대와 베이징대 뿐이다. 문제는 보통반에 속한 장지우의 성적이 중상에 머문다는 것이다.
지방 3류대학에 다니는 자오 씨는 베이징대학 대학원시험 준비를 대학입학과 동시에 시작했다. 4년동안 그는 오직 공부만 하며 극장에도 간 적이 없다.
그는 “은행에 학자금 대출을 하러가면 ‘취직할지 불분명한 사람에게 대출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는다”며 “지금 나에게는 명문대 대학원 입학이 유일한 행복이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학과에서는 지금껏 베이징대학 대학원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가장 좋은 경우가 2년전 졸업한 선배가 베이징의 한 중점대학(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대학)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다.
자오 씨의 한 선배는 졸업 후 2년 동안 베이징시의 한 지하실에서 살며 대학원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자오 씨는 그 선배와 같은 신세가 될까 두렵기만 하다. 그는 “대학원에 입학하기만 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모든 미래를 대학원입학에 걸고 있는 것이다.
◆모든 돈·인력, 명문대로 쏠려 = 중국의 명문대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중심으로 한 명문대 열풍이 불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정부는 90년대 ‘211공정’을 시작했다. ‘211공정’은 21세기에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중점적으로 투입하는 100개 중점대학을 육성해 이들 대학이 세계일류수준에 이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후로 중점대학에 선정된 명문대학과 기타 대학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중점대학 내에서도 돈과 인재가 집중 투자된 일부 대학이 최고명문대학의 지위를 굳히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의 서열이 생기자 명문대 입학률이 높은 명문중학교(중국은 중·고등학교를 중학교로 통칭)가 생기고 명문중학교에 많이 입학하는 명문소학교(초등학교)가 생겨났다. 사회전체의 서열화를 부추긴 것이다.
한 비중점대학 관계자는 “‘211공정’은 중국의 대학들이 실력을 더 갖추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격차를 더 벌려놓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고급편집인 리훙빙은 <런민르바오(인민일보)> 기고문에서 “명문대 열풍으로 대학의 시장화, 상업화가 더 강해지고 대학 본연의 사회적 사명인 인문정신의 추구는 이미 세월의 강물에 쓸려내려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도 취업에 유리한 대학을 가고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열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명문대 열풍은 과도기적 현상” = 일선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외자기업의 임원은 “취업시 명문대학생이 우대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일 잘하는 직원이 중용된다”며 “취업시의 우세를 위해 청춘을 저당잡히는 일을 젊은이들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의 한 기업 인사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오직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만 있다”며 “명문대와 비명문대 출신이라는 구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문대 열풍과 관련해 기업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자오퉁대학 시옹빙치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정상적이지 않으며 우리 사회가 인재를 보는 눈이 낙후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런민대 구하이빙 교수는 이와 관련 “명문대 열풍은 공공교육자원의 불공정한 분배가 초래한 것이다”며 “한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이력서에 학력을 기재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도 20, 30년후 시장경제가 발달하면 명문대 컴플렉스가 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일반 시민들의 상황인식은 이보다 비관적이다. 한 네티즌은 “현재의 상황은 교육의 심각한 양극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면 최후의 피해자는 학생, 학부모를 넘어 심지어 한 세대 전체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연제호 리포터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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