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정치판에선 친구도 때론 ‘적’

동기동창 정치학

지역내일 2006-03-14
정동영 의장, ‘운동권 동지’ 이해찬 총리 사임압박 운명
김문수-진대제 경북중 동기 … 심대평-신국환 고시동기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통설처럼 돼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하는 정치권에선 오늘의 동지가 언제 적이 될지 모른다. 오랜 친구도 예외일 수 없다. 때론 정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같은 배’를 탔지만 언젠가는 갈라서야 할 운명으로 그들은 그렇게 만난다.
정치사적으로 가장 힘센 정치인 동기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육사 동기로 만나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대통령직까지 넘겨주고 받았지만,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백담사행을 계기로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중학교(경북중) 동기로, 대통령과 여권의 최고실세를 역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 김윤환 전 의원도 ‘동기동창 정치’의 한 사례로 꼽힌다.

◆“대학다닐 때 해찬이에게 돌 던지는 것 배웠다” = 3·1절 골프파문으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5·31 지방선거 승리 책임을 맡고 있는 정동영 당의장은 서울대 72학번 동기다. 이 총리는 사회학과, 정 의장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4년 5월, 17대 국회가 개원한 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인 이해찬 의원과 3선인 천정배 의원(현 법무부 장관)이 맞붙었을 때 당시 당의장이던 정 의장은 “대학 다닐 때 해찬이 따라다니며 돌 던지는 것 배웠다”며 ‘동지적’ 관계임을 강조한 적이 있다. 마침 천 의원도 서울대 72학번 동기였다.
이들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인 74년, 민청학련 사건이 터졌을 때 이 총리는 이 사건의 주동자 중 한명으로 옥고를 치렀고 정 의장도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이들 둘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한명은 ‘골프추문’으로 총리직을 벗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고, 정 의장은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이 오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이 총리 해임을 건의할 예정이다.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는 동기동창간 대결이 곳곳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지방선거 ‘빅3’ 중 한 곳인 경기도 지사 선거에서는 중학교 동기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으로 나뉘어 한판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 경기도 지사 유력후보인 김문수 의원과 열린우리당 후보가 될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경북중학교 동기다.
걸어온 길이 전혀 다른 이들이 정치판에서, 그것도 선거판에서 만날 줄은 본인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대학(서울대 경영학과 70학번) 졸업 후 노동운동을 하다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현재 3선 의원이고, 진대제 장관은 대학(서울대 전자공학과 70학번) 졸업 후 기업(삼성전자)에서 이름을 날린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최근 이들 두 사람은 서로 친구의 인연을 얘기하면서도 잠재적 경쟁자임을 의식, 한차례 기싸움을 벌였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진 장관과는 경북중학교 동기이고 대학도 같이 다닌 친한 친구 사이로 모양새가 좀 이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시동기들 모여 ‘정당 만들자’ 꿈 = 국민중심당 신국환·심대평 공동대표는 행정고시 동기(4회)들이 모여 같은 길을 가는 경우다. 신 대표는 행시 합격 후 줄곧 중앙정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두 번이나 역임하는 ‘기록’을 세운 초선의원이고, 심 대표는 대전시장 충남도지사 등 주로 지방정부에서 일해 왔다.
이들을 잘 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젊은 시절 고시동기들끼리 모여 정당을 만드는 게 이들의 꿈이었다고 한다”며 “그 꿈을 위해 두 사람이 뭉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인사는 “권력은 부모와도 나눌 수 없다는 말처럼, 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은근히 치열하다”고 말했다.
동기들끼리 끈끈한 우애를 과시하는 이들도 꽤 있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장을 던진 이계안 의원과 이목희 의원은 서울대 상대(71학번) 동기로 학교 다닐 때부터 절친한 친구사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걸어온 길은 완전히 달랐다. 이계안 의원은 대학 졸업 후 현대에 입사, 현대차 사장까지 오르는 등 샐러리맨의 우상이 됐고, 이목희 의원은 대기업 노조에서 노동운동을 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재 이목희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이계안 의원의 선대본부장을 자청, 이 의원을 돕고 있다.
여기자 성추행으로 의원직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최연희 의원과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서울대 법대(64학번) 동기다. 최 의원은 검사출신으로 한나라당 3선 의원이고, 문 의원은 재야운동 후 정치권에 입문, 참여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3선 중진의원이다. 살아온 길이 다르지만 이들의 우정도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사건이 터진 후 문 의원은 친구의 ‘실수’를 안타까워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예비 대선주자인 김근태 최고위원과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고등학교(경기고) 대학(서울대 65학번) 동기다. 이들은 대학 재학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되는 아픔을 같이 겪었다. 현재 이들은 당내 예비 대선주자 경쟁력에서 각각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중성이 부족한 엘리트형 지도자라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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