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스러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82세 원로화가, 일생 총정리한 책 두권 동시 출간

지역내일 2006-03-20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천경자 지음 /아트팩토리 기획
랜덤하우스중앙 /1만2000원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
천경자 지음 /아트팩토리 기획
랜덤하우스중앙 /1만5000원


천경자. 그 이름만 들어도 그녀의 그림이 떠오른다. 화려한 색채, 꽃, 뱀, 그리고 그림을 보는 사람의 영혼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내가 그림을 보는지 그림이 나를 보는지 헷갈릴 정도로 강렬한 눈빛의 그림속 여인. 그의 대표작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를 비롯해 사람들은 한번 본 그녀의 그림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녀는 50여년간 작품활동을 통해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적인 화가로 부동의 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원색의 채색화를 일컫는 ‘천경자 화풍’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유형의 다른 그림에서도 천경자 화가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그림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녀는 일관되게 여인의 정한과 환상, 꿈, 고독 등을 화폭에 담아 왔다. 배정례 박래현 이현옥과 함께 한국 4대 여류화가로 불리고, 국내 아트 펀드에서 최고의 위치를 갖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소장품을 가족에게 남기지 않고 서울시에 기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로 82세를 맞은 천경자씨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본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랜덤하우스중앙에서 낸 천경자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와 그림에세이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는 화가 천경자씨의 일생을 총정리한 책이다. 사실 천경자 화가는 글을 잘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매체에 글을 써 왔고, 지금까지 10여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천경자씨는 화가이면서 동시에 수필가인 것이다.
이번에 나온 두 권의 책은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살아온 천경자씨의 삶과 정신, 그리고 이를 관통해 흐르는 예술혼과 인간적인 고난, 역경, 환희, 슬픔 등을 담고 있다.
천경자 화가를 ‘한국의 프리다’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로도 소개된 ‘프리다 칼로’는 교통사고로 첫 번째 사랑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프리다는 침대에 누워 두 팔만 간신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유명한 화가 디에고와 사랑을 나눈다.
천경자씨도 여동생의 죽음과 보답받지 못한 남자에 대한 사랑의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에 유독 많이 등장하는 여성은 꽃다운 나이에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어간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됐다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뱀을 그리는 데 집착하기 시작한 시기도 여동생을 잃고, 믿었던 남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만신창이가 됐을때부터란다. 고통을 감당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러나 천경자 화가는 사랑하는 남자를 원망하지도, 자신의 사랑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만큼 요행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하고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봄눈처럼 허망하게 사라질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튼튼하게 광채를 낼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양쪽이 다 흐뭇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천경자 화가는 이번에 낸 그림 에세이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씨는 지금까지 그녀를 열심히 살게 해 준 원동력으로 꿈과 사랑, 그리고 모정을 들었다. 그리고 ‘미완성’이라는 말을 즐겨 쓰며 살아왔다. 완성에는 꿈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도 꿈을 향해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며 현실을 거짓없이 살았다고 말한다. 꿈과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곧 행복을 좇는 것이기에 불행하지 않다는 부연과 함께.
“어느덧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은 이만큼 흘러갔고, 뒤돌아보면 크게 후회될 것이 없이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 이런 삶을 허락한 운명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의 삶이 녹아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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