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1심 재판부가 “박지원 전 장관이 대출청탁을 했다는 강한 의심은 들지만 검찰 수사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면서 사실상 한빛은행사건 외압의 실체로 박 전 장관 배후 의혹을 제기해 파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외압은 없었다는 검찰 기소 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야권의 특검제 도입 등 정치쟁점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1부(재판장 장해창 부장판사)는 13일 한빛은행에서 모두 466억원을 불법대출받고 거액의 사례비를 준 박혜룡 아크월드(주) 사장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500만원을, 박씨 등에게 불법대출을 해준 신창섭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에게 징역 12년 및 추징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피고인의 경우 박지원 전 장관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우며 무리한 대출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뒷배경을 과시해 자금문제를 해결하려한 타락한 기업가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불법대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영민 전 관악지점 대리에게 징역 9년 및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신씨에게 불법대출을 받고 대출사례비를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원선 록정개발(주) 대표이사와 권 증 에스이테크(주) 부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과 징역 1년 6월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민백홍 에스이테크 대표이사 등 나머지 피고인 4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법보다 권력이 앞서는 권력만능주의, 원칙과 규정보다 외부 청탁이나 상사의 은밀한 지시가 앞서는 정실주의 등 극심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악지점에 대한 수시 검사가 이뤄졌다면 어처구니없는 불법대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에도 이수길 부행장 등의 지시나 전화로 정밀검사가 실시되지 않아 부실기업 아크월드가 부도처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박 피고인이 99년 이후 7차례에 걸쳐 박 전 장관 집을 방문, 양복과 넥타이 등을 선물한 점에 비춰 둘의 관계가 무척 돈독한 사이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부행장과 박 피고인이 별다른 친분 관계가 없어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박 전 장관이 한빛은행 상부에 검사 등과 관련 청탁을 한 것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들지만 검사의 수사기록이나 법정 진술만으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논평을 내고 “검찰이 기소권을 악용해 권력비리사건을 축소·은폐했다”면서 “재판부가 검찰 수사를 엉터리로 규정한 이상 특검제를 통해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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