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한 것을 우리는 왜 못해
임재경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내일신문>이 5회에 걸쳐 기획한 자본 시장 특집의 첫 회 분 기사 제목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04조를 챙길 동안 국내 자본은 해외서 겨우 4조원을 벌었다”였다(3월 7일자 참조). 신문의 첫 페이지 머리기사 제목으로는 길어 처진 감이 없지 않았으나 독자에게 던지려는 메시지 핵심은 정반대로 매우 간결하게 전달되었으리라 믿는다. 이 특집의 큰 줄기는 우리도 외국에 나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돈을 벌어보자는 것으로서 그것대로 음미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특집 기사를 쭉 읽어 나가면서 나라 안 자본시장을 우리 자신이 더 뱃심 좋게 활용하여야 하지 않을까하는, 즉 외연 확대 (外延 擴大) 못지않게 내포 심화(內包 深化)를 기할 때가 왔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국내시장 최대한 활용해야
널리 알려진 대로 외환은행을 수 삼년 전 헐값으로 인수한 미국의 펀드 <론스타>가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남기고 지금 매각하여야 할 시점에 도달한 때문이다. 외국 투자자 이를테면 <론스타>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에 가서 떼돈을 번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104조를 챙긴 외국인들은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등 경제대국의 글자 그대로 ‘돈놀이에 이골이 난 고등 금융기술자’(high financier)들이다. 그들은 단순한 돈 장사가 아니라 외교-군사의 영향력을 동원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필요하다면 1997년의 저 흉흉했던 IMF 위기와 같은 것을 조성하거나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는 정보력을 배경으로 암약하는 패거리들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외교-군사적 힘을 동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일 진대 금융기술만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열이면 아홉 허황된 꿈으로 그치고 말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외연확대의 선행요건인 외교력 배양과 투자기회를 적절하게 포착할 국제 금융 노하우 습득이 가져올 효과에는 애시 당초 한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30년 전처럼 국제간의 외환 및 자본 거래가 엄격한 통제 하에 있을 때에는 외국자본이 국내증권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경우라도 과실송금을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까닭에 국내의 경제 활동주체들이 이 분야에는 신경을 꺼놓고 살아도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인들이 금융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을 즉시 본국 혹은 제3국으로의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부(國富)의 누출(漏出)은 일상화되어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국제금융의 지각변동, 흔한 표현으로 자본의 지구화시대에는 나라 안의 시장을 우리 스스로가 최대한 활용하는 특별히 세심한 금융정책을 수립하거나 아니면 금융정책상의 지도가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국내 시장의 활용’은 국내 시장의 보호나 국내 시장의 폐쇄보다는 훨씬 약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만 활용정도에 따라서는 외국에 나가 불확실한 금융투자를 일삼느니 보다 실익 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지금 만인의 화제로 떠오른 <론스타>의 화수분인 한국외환은행을 놓고 보자. 거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 은행 인수에 외국 자본이 군침을 흘릴 것은 뻔하고 국내 은행들 사이에도 인수를 위한 각축이 한창인 모양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 활용의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재벌에 대한 은행업 개방을 주장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자본 잉여를 떵떵거린다하여 재벌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지난날의 관치 금융이상 심한 해악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환하다. 그러므로 재벌의 외환은행 인수는 물론 논외다.
‘주식 50% 이상’ 민족자본으로
그렇다면 제3의 자금 동원 방법은 무엇일까. 이상론이지만 국민 저변에서 자금 조성운동을 벌려 공공성이 강한 외환은행만큼은 순수 국내자본으로 만드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왜냐면 국내외 고금을 통하여 국민저변이 십시일반으로 거대한 자금을 모아 큰 은행을 만드는데 성공한 적이 없을 뿐더러 설사 성공한 경우라도 새롭게 탄생한 거대은행을 경영할 주체가 확립되지 못하여 변형된 관치은행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모 펀드나 공공성이 짙은 각종 연기금을 동원하여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은 꽤 설득력이 있다. <하나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하여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교섭을 벌인다고 들리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하나은행> 주식의 과반을 이미 외국인이 보유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하나은행>이 사모펀드와 연기금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는 <한국외환은행> 주식 50% 이상을 민족계 자본이 점하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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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최대한 활용해야
널리 알려진 대로 외환은행을 수 삼년 전 헐값으로 인수한 미국의 펀드 <론스타>가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남기고 지금 매각하여야 할 시점에 도달한 때문이다. 외국 투자자 이를테면 <론스타>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에 가서 떼돈을 번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104조를 챙긴 외국인들은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등 경제대국의 글자 그대로 ‘돈놀이에 이골이 난 고등 금융기술자’(high financier)들이다. 그들은 단순한 돈 장사가 아니라 외교-군사의 영향력을 동원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필요하다면 1997년의 저 흉흉했던 IMF 위기와 같은 것을 조성하거나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는 정보력을 배경으로 암약하는 패거리들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외교-군사적 힘을 동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일 진대 금융기술만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열이면 아홉 허황된 꿈으로 그치고 말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외연확대의 선행요건인 외교력 배양과 투자기회를 적절하게 포착할 국제 금융 노하우 습득이 가져올 효과에는 애시 당초 한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30년 전처럼 국제간의 외환 및 자본 거래가 엄격한 통제 하에 있을 때에는 외국자본이 국내증권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경우라도 과실송금을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까닭에 국내의 경제 활동주체들이 이 분야에는 신경을 꺼놓고 살아도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인들이 금융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을 즉시 본국 혹은 제3국으로의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부(國富)의 누출(漏出)은 일상화되어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국제금융의 지각변동, 흔한 표현으로 자본의 지구화시대에는 나라 안의 시장을 우리 스스로가 최대한 활용하는 특별히 세심한 금융정책을 수립하거나 아니면 금융정책상의 지도가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국내 시장의 활용’은 국내 시장의 보호나 국내 시장의 폐쇄보다는 훨씬 약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만 활용정도에 따라서는 외국에 나가 불확실한 금융투자를 일삼느니 보다 실익 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지금 만인의 화제로 떠오른 <론스타>의 화수분인 한국외환은행을 놓고 보자. 거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 은행 인수에 외국 자본이 군침을 흘릴 것은 뻔하고 국내 은행들 사이에도 인수를 위한 각축이 한창인 모양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 활용의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재벌에 대한 은행업 개방을 주장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자본 잉여를 떵떵거린다하여 재벌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지난날의 관치 금융이상 심한 해악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환하다. 그러므로 재벌의 외환은행 인수는 물론 논외다.
‘주식 50% 이상’ 민족자본으로
그렇다면 제3의 자금 동원 방법은 무엇일까. 이상론이지만 국민 저변에서 자금 조성운동을 벌려 공공성이 강한 외환은행만큼은 순수 국내자본으로 만드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왜냐면 국내외 고금을 통하여 국민저변이 십시일반으로 거대한 자금을 모아 큰 은행을 만드는데 성공한 적이 없을 뿐더러 설사 성공한 경우라도 새롭게 탄생한 거대은행을 경영할 주체가 확립되지 못하여 변형된 관치은행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모 펀드나 공공성이 짙은 각종 연기금을 동원하여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은 꽤 설득력이 있다. <하나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하여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교섭을 벌인다고 들리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하나은행> 주식의 과반을 이미 외국인이 보유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하나은행>이 사모펀드와 연기금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는 <한국외환은행> 주식 50% 이상을 민족계 자본이 점하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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