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설립, 국민·주택은행 합병 등 은행권 빅뱅과정에서 조흥은행은 독자생존의 길을 택했다. 지난해말 정부로부터 독자생존 승인 판정을 받았고 그 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쌍용그룹에 대한 유동성 지원문제를 매듭지었기 때문에 독자생존을 위한 첫걸음은 일단 순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그리 녹록하지 않다.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을 가늠할 수 있는 조건은 대략 두가지다. 우선 2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빨리 상환해야 한다. 2500원 정도 되는 조흥은행의 주가가 말해주듯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 독자경영 구축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공적자금을 갚기 위한 방법으로 상반기안에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80%가 넘는 정부지분을 올해안에 50% 아래로 떨어뜨려 독자경영을 보장받는다는 계획이다.
위성복 행장이 국내에 거의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2일 위성복 행장은 홍콩에서 1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했고 19일에 열리는 104주년기념 행사에서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기관들을 대거 초청해 설명회를 갖는 등 외자유치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조흥은행이 정부지분을 50% 미만으로 내리기 위해서는 8억∼9억달러 가량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된다. 또 올 상반기에 수익을 극대화해야 DR 발행을 통한 외자유치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독자생존을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독자적인 금융지주회사의 설립 가능여부다. 조흥은행은 일단 ‘이업종간 결합을 통한 종합금융화’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국내은행과의 합병도 고려대상이었다. 광주은행을 흡수통합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젠 국내은행과 합병은 어렵게 됐다. 짝짓기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교보생명 등 이업종간 지주회사 짝짓기만 남아 있다. 조흥은행은 이를 위해 독자지주회사 설립 전단계로 조흥투신운용 등 자회사에 외국계 금융기관을 끌여들여 자산운용전문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종금업무 확대를 위해 부실종금사 중 한 곳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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