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와 ‘금융교육’
지난 주말 서울역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 지어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우들도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밀려오는 사람들에게 밥을 퍼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분주히 움직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알고 보니 한 기업의 직원들이 노숙자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 사회공헌 방법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이렇게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기업체 임직원들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처럼 기부를 통한 금전적 사회 환원만이 아니라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직원들이 가진 기술이나 지식까지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다. 기업들이 앞 다투어 직원 자원봉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고 아예 자원봉사를 위한 휴직제도까지 만들 정도다.
이처럼 자원봉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살 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기업들간에 어떤 특징을 찾기 힘들 정도로 내용에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자원봉사가 정착된 선진국의 기업들은 자사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물론 홍보나 마케팅 효과 같은 ‘덤’까지 따르는 효과만점의 봉사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IBM의 경우 소외지역이나 빈곤계층 어린이들의 ‘정보화격차’해소를 위해 교육용 컴퓨터를 무료로 기증하는 한편 자원봉사를 하는 직원들이 직접 컴퓨터 교육의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금융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에 잘 어울리고 또 금융기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금융교육에 직원 자원봉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씨티그룹이다. 언젠가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Charles Prince) 회장이 ‘유에스에이투데이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동안 총 2억 달러(약 2천억원)를 금융교육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그의 발표에서 정작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막대한 예산이 아니라 27만5천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자원봉사를 통해 금융교육에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금융교육 강사로 자원봉사를 하는 직원에게 매년 하루씩 유급휴가(Volunteer Day)를 준다는 얘기였다.
또한 웰즈파고 은행의 ‘Banking on Our Future’가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금융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직원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었다. 동 프로그램은 은행거래 기초, 예산 짜기, 저축, 신용관리 등 4가지 주제를 통해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금융의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2003년 현재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을 만큼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된 데는 강의를 위해 일과 후나 주말을 이용해 학교 및 공공장소 등을 직접 찾아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직원 자원봉사자들(Banker-Teacher Volunteer)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금융교육에 임직원의 자원봉사를 ‘약방의 감초’격으로 생각하는 것은 일본의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일본 증권업협회가 200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증권 카운슬러 파견제도(Securities Counselor Dispatching System)’가 바로 그것이다. 동 제도는 증권사 임직원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 각급학교와 개인투자클럽 등을 방문해 강의를 하는 것이다. 시행 초기 연 190여건에 불과하던 강의 횟수가 2004년에는 1,400건으로 급증할 만큼 폭 넓은 호응을 받고 있다.
직원 자원봉사를 통해 금융교육을 활성화하는 선진 금융기관의 사례는 국내 금융기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국내 금융교육에 있어 생생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의 참여는 더없이 소중한 ‘단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강좌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역량 있는 강사는 태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사회가 금융기관에 바라고, 또 금융기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더없이 적합한 사회공헌활동이 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 직원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강단에 서서 미래 이 나라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열강을 펼치는 금융기관 직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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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역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 지어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우들도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들이 밀려오는 사람들에게 밥을 퍼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분주히 움직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알고 보니 한 기업의 직원들이 노숙자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 사회공헌 방법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이렇게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기업체 임직원들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처럼 기부를 통한 금전적 사회 환원만이 아니라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직원들이 가진 기술이나 지식까지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다. 기업들이 앞 다투어 직원 자원봉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고 아예 자원봉사를 위한 휴직제도까지 만들 정도다.
이처럼 자원봉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고 살 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기업들간에 어떤 특징을 찾기 힘들 정도로 내용에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자원봉사가 정착된 선진국의 기업들은 자사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는 물론 홍보나 마케팅 효과 같은 ‘덤’까지 따르는 효과만점의 봉사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IBM의 경우 소외지역이나 빈곤계층 어린이들의 ‘정보화격차’해소를 위해 교육용 컴퓨터를 무료로 기증하는 한편 자원봉사를 하는 직원들이 직접 컴퓨터 교육의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금융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에 잘 어울리고 또 금융기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금융교육에 직원 자원봉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씨티그룹이다. 언젠가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Charles Prince) 회장이 ‘유에스에이투데이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동안 총 2억 달러(약 2천억원)를 금융교육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그의 발표에서 정작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막대한 예산이 아니라 27만5천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자원봉사를 통해 금융교육에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금융교육 강사로 자원봉사를 하는 직원에게 매년 하루씩 유급휴가(Volunteer Day)를 준다는 얘기였다.
또한 웰즈파고 은행의 ‘Banking on Our Future’가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금융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직원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었다. 동 프로그램은 은행거래 기초, 예산 짜기, 저축, 신용관리 등 4가지 주제를 통해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금융의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2003년 현재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을 만큼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된 데는 강의를 위해 일과 후나 주말을 이용해 학교 및 공공장소 등을 직접 찾아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직원 자원봉사자들(Banker-Teacher Volunteer)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금융교육에 임직원의 자원봉사를 ‘약방의 감초’격으로 생각하는 것은 일본의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일본 증권업협회가 200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증권 카운슬러 파견제도(Securities Counselor Dispatching System)’가 바로 그것이다. 동 제도는 증권사 임직원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 각급학교와 개인투자클럽 등을 방문해 강의를 하는 것이다. 시행 초기 연 190여건에 불과하던 강의 횟수가 2004년에는 1,400건으로 급증할 만큼 폭 넓은 호응을 받고 있다.
직원 자원봉사를 통해 금융교육을 활성화하는 선진 금융기관의 사례는 국내 금융기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국내 금융교육에 있어 생생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의 참여는 더없이 소중한 ‘단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강좌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역량 있는 강사는 태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사회가 금융기관에 바라고, 또 금융기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더없이 적합한 사회공헌활동이 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 직원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강단에 서서 미래 이 나라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열강을 펼치는 금융기관 직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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