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석 칼럼>선거바람에 얼룩진 ‘5·18’(2006.05.17)

지역내일 2006-05-17
선거바람에 얼룩진 ‘5·18’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가, 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1980년 5.18 광주민주화 항쟁이 시민의 유혈로 막을 내린 후 광주시인 김준태는 ‘전남매일’(5월 26일자)에 피맺힌 시를 쓰고 통곡한다.
그때로부터 4반세기의 세월이 흘렸다. 망각의 세월 속에 억울한 주검이 잠든 망월동 묘지에 잔인한 봄이 다시 왔다. ‘국립’으로 격이 올라 새로 단장된 묘역에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이 눈부시다. 유영 봉안 실에는 총 맞고 매 맞아 죽은 300여명의 영정이 걸려있다.
영정 속에는 교복차림의 학생도, 웨딩드레서 차림의 신부도 보인다. 저자거리에서 장바구니를 든 주부도 출 퇴근길의 직장인도 있다. 총 칼로 무장한 진압군에 맞서다 숨진 억울한 원혼들이 아직도 눈을 감지 못한 체 이승을 맴돈다고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어도 산자는 부끄럽다.

여야, 광주서 호남 표 쟁탈전
올해 스무 여섯 번째 맞는 ‘5.18 광주민주화 항쟁’ 기념일은 눈앞에 다가온 5.31지방선거바람에 얼룩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광주항쟁 정신을 내세우고 호남 표 쟁탈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부터 이틀간 호보등록을 끝내고 내일부터 13일간의 공식선거전에 돌입하는 각 정당은 5.18행사가 벌어지는 광주에서 5.18 정신을 계승할 것을 다짐키로 했다고 한다.
먼저 집권여당인 열린 우리 당은 당 지도부와 소속의원 지방선거후보들이 광주에 모여 출정식을 갖는다. 광주항쟁과 창당정신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5.18 정신을 계승해 나간다는 명분이다. 선거초반 여론조사의 열세로 고전중인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와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도 오늘 광주에서 열리는 5.18전야제에 참석해 반전을 노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도 5.18 기념행사가 열리는 광주에 총출동령을 내렸다. 박근혜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가 내일 광주에서 지방선거 첫 유세전을 갖는다. 유력한 대권후보인 이명박 서울시장도 지난 주말 광주항쟁 기념 마라톤에 참여했다. 한나라 당 지지율을 두 자리 숫자로 끌어올려 호남 지역의 열세를 극복하고 대권 쟁취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호남 텃밭을 놓고 열린 우리당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광주에서 지는 것은 5. 31지방선거의 완패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암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과 영남은 물론 중부권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한 우리 당이 전통적인 호남지지층을 놓고 민주당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명색이 집권여당의 대표로 내년 대권을 노린다는 정동영 열린 우리 당 의장의 행보는 초라하다. 그는 2월 18일 당의장에 당선된 뒤 지난주 까지 무려 네 번째나 광주를 방문했으며 “우리 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심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DJ 방북’을 지렛대로 표심을 얻으려는 속셈인가 싶다.
이러니 호남 맹주로 자처하는 민주당이 가만있겠는가. 열린 우리당의 광주공략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민심을 우롱 말라면’서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폄하하는 것은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광주항쟁’ 정신 폄하 말아야
더구나 열린 우리당 인권위원장인 이원영의원의 ‘광주사태 발언’이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 의원이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 에 출연해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 시위현장에 군대투입상황을 설명하다 “광주항쟁 때는 직접적인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군이 투입된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 광주사태 발언 파문으로 호남민심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우리 당은 이 의원의 당직을 박탈하고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호남 표를 의식한 등 발 빠른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선거 패권싸움에 ‘광주항쟁’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인권과 평화의 상징인 5.18 정신이 지방선거의 정략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민주화를 위한 광주항쟁정신은 정당하게 평가되고 올바르게 계승되어야 마땅하다.
더 이상 5.18 광주항쟁정신이 지방선거 전략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5.18을 앞세워 호남표밭을 공략하는 것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짓 이다. 이보다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있는 5.18 당시 진압군의 발표지휘 체계를 규명해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살아 있는 자의 도리다. 5.18 정신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미래 지향 형으로 활성화 되어야 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