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달만에 수정 ... 유가도 이미 예상치 웃돌아
대기업 고액고객에겐 미리 정보제공, 서민만 피해
환율과 유가 전망기관들의 무책임한 전망치 변경이 도마위에 올랐다.
환율이 97년 이후 처음으로 930원대로 떨어지자 주요경제연구소, 은행 등 환율전망기관들이 앞다퉈 환율전망치 인하를 포함한 예상경제성장률을 재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1월에 이미 한차례 환율전망치를 내렸다. 결국 잦은 전망치 변경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기업과 서민고객들. 자체적으로 환율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이들 주요 연구소의 전망치를 참고해 경영전략을 세웠고 서민고객들은 은행에서 제시한 환율전망치를 근거로 경기를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가전망치를 변경할 움직임은 없지만 예측치를 크게 뛰어 넘어 신뢰를 잃고 있다.
◆주요 전망기관 “또 바꿔볼까” = 경제전망기관들은 올 연평균 환율을 대체로 1000원을 웃돌것으로 봤다. 그러나 1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한달 전에 예상했던 수치를 갈아치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말에 예상한 올 연평균 원달러환율 예상치 1014원을 1월에 960원으로 낮췄고 엘지경제연구원도 990원에서 같은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현대경제연구소는 1010원에서 980원까지 30원 낮췄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말에 1000원으로 잡았다가 3월에 970원으로 내려잡았다.
이달들어 또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망기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엘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소에서는 추가인하 쪽으로 가닥을 잡고 내부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은행(1024원), 산업연구원(1010원), 한국경제연구원(1006원) 등도 내심 전망치를 수정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상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1년에 한번만 수정할 수 있어 하반기까지는 현재 전망치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남모를 어려움이 있다.
◆은행들도 마찬가지 =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주에 1010원에서 950원으로 수정전망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중소기업들에게 환율설명회를 연 기업은행 역시 3월초에 1035원에서 960원까지 낮춰놓았다. 우리은행은 960~1000원에서 이달엔 930~970원으로 내렸고 외환은행도 매월 낮춰 1002원에서 945원까지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980원에서 957.7원으로 낮췄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말부터 연평균환율을 950원으로 예상했다.
◆유가는 손도 못대 = 유가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배럴당 55달러, 산업연구원 50달러 초반, 금융연구원 56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월에 애초 예상했던 56달러에서 60달러로 올려놨다.
그러나 두바이유는 24일 배럴당 67.4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필열 방송통신대 교수는 “유가가 4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면서 “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 환율전망은 세계 투자은행들의 엔달러예측치와 원달러예측치, 그리고 경상수지 등 수급구조에 의해 이뤄진다. 세계투자은행들의 예측이 틀리면 같이 틀리게 되는데다 최근엔 환율이 경상수지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수규모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도 적지 않아 전망치가 엇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도 역시 해외투자은행들의 전망에 의존하는 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투자기관들의 예측력을 많이 참고한다”면서 “이는 유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도 “유가와 환율전망치는 해외투자기관들의 예측치를 대부분 반영한다”고 털어놨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해외투자기관의 예상치와 나름대로의 변수를 고려한다”며 “사람들마다 가중치를 달리 하기 때문에 전망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망기관들과 은행들의 전망치로 경영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과 고객 입장에서는 잦은 전망치 변경으로 손해볼 수도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경우엔 손해볼 가능성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모회사인 그룹에는 외부발표 훨씬 전부터 전망치 변경 등을 보고해 준비토록 한다”고 말했다. 은행에서도 PB고객들에게는 따로 환율변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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