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양성, 관용, 대화 및 협력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 평화와 안전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임을 확인하며….”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 서문중 일부다. 유네스코는 2001년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문화분야에서 UN이 1948년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 버금갈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다양성 선언은 세계적으로 문화 상품과 서비스 유통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면서 개발도상국 등에서 고유 문화 소멸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만들어졌다. 실제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절반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며 지금도 2주에 한 개 꼴로 언어가 소멸되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협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면 적어도 문화분야에서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는 데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문화다양성 협약을 사실상 무시해 왔다. 캐나다 등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문화개방에 대해 문화계는 물론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도 여기에 있다. 구태여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제하 민족문화말살정책을 경험한 우리 민족은 ‘문화개방이 곧 문화종속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문화분야, 어떤 쟁점이 있나 =
현재 한미 FTA의 문화분야 쟁점은 이미 축소방안을 발표한 스크린쿼터를 제외하고 지적재산권 문제, 방송사 소유지분 제한, 방송 프로그램 쿼터제, 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판매독점 문제, 외국통신사 직배허용 여부 등이다 게임이나 출판물, 음반, 문화공연 등은 이미 양국간 장벽이 거의 없거나 개방 효과가 미미해 미국의 개방압력이 거세지 않을 전망이다.
이중 지적재산권 문제는 지난 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미국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한미 FTA 협상에서 폭넓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힌만큼 이번 한미FTA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싱가포르, 호주 칠레 등과 체결한 FTA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을 자국법 기준인 70년으로 연장시킨 전례가 있다. 미국은 지난 98년 ‘소니보노법’이라는 저작권법을 제정하면서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했다.
방송사 소유지분 제한 문제와 KOBACO의 방송광고 판매 독점문제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06년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 미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역장벽중 하나다. 미국은 지상파 및 케이블TV 외국인 프로그램 방송 비율 제한과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통신사 직접배급 문제는 정부의 ‘한미FTA 대응방안’ 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국내통신사와의 뉴스공급 계약을 통한 간접배급 방식의 국내 규제를 철폐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문화시장 개방하면 어떻게 되나 =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11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등에 의뢰한 ‘문화산업 대미개방에 따른 영향분석’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은 인쇄산업을 제외하고 영화 출판 방송 등 대부분 문화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FTA 체결 이후 개방 수위별 시나리오에 따라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먼저 한미간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을 50% 완화할 경우 문화산업 부문의 실질 GDP는 기준보다 0.207%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인쇄산업을 제외한 모든 문화산업에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영화산업은 문화산업중 국내생산 대비 무역수지가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이 100% 철폐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국내생산은 1.204% 증가하지만 방송(-1.554%), 출판(-1.793%), 영화산업(-2.960%) 등 분야에서 국내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산업을 제외한 모든 문화산업의 대미 무역수지가 악화되며 영화산업, 출판산업의 악화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산업을 완전개방하고 문화산업과 서비스업만 ‘해외소비’까지 개방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방송·영화분야의 국내생산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다른 산업을 완전개방하고 문화산업과 서비스업은 생산국이 소비국내 거점을 통한 서비스까지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방송 출판 영화분야에서 대미수출 감소로 무역수지가 더욱 나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연구는 CGE(일반균형분석)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향후 산업구조 및 무역구조 변화에 따라 분석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이 모델에 의한 분석에서는 문화산업 대미 개방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어떻게 대응할까 =
전문가들은 호혜주의와 문화다양성에 따른 예외 인정 등을 무기로 한미 FTA 문화분야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도 무역장벽이 있는데다 FTA에서 예외조항을 인정한 선례도 있는 만큼 무작정 밀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이미 국제저작권협약(베른협약)과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저작권자 사후 50년간 저작권을 보호하도록 한 만큼 미국 자국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니보노법은 ‘미키마우스법’이라 불릴 정도로 2004년 만료되는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2024년으로 연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 국내법이다.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는 “소니보노법은 소수 대기업의 산업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다수 사람들의 문화 권리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 소유지분에 대해서는 미국도 무역장벽이 있는 상태다. 미국은 미국시민이 아닌 자 또는 이에 해당하는 자가 2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법인 등은 방송국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시민이 아니면서 2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에게 통제되고 있는 미국법인도 공익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위성방송 등도 허가절차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자의적이라 시장접근이 어렵다. 때문에 국내 방송사 소유지분 규정을 철폐하려면 호혜주의에 따라 미국도 해당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방송프로그램 쿼터제의 경우는 이미 칠레(자국프로그램 40%)와 호주(55%)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한 선례가 있다. 방송광고부문의 경우, 문화부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양국간 비슷한 개방수준을 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독점에 대한 이슈제기 가능성은 있지만 쟁점으로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돼 있다.
문화부 유병학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방송의 공적기능이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유지분 제한 등 규정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도 문화예술 분야에 보조금을 주는 등 문화분야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에만 맡기지 않고 있는 만큼 문화분야 FTA에서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네거티브리스트’ 접근방식이 아닌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으로 서비스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최종일 문화산업분석팀장은 “양국간 합의되지 않은 것은 모두 개방한다는 방식의 네거티브 접근방식 대신 캐나다의 경우처럼 합의한 부분만 개방한다는 포지티브 접근방식을 채택할 경우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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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 서문중 일부다. 유네스코는 2001년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문화분야에서 UN이 1948년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 버금갈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다양성 선언은 세계적으로 문화 상품과 서비스 유통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면서 개발도상국 등에서 고유 문화 소멸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만들어졌다. 실제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절반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며 지금도 2주에 한 개 꼴로 언어가 소멸되고 있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협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면 적어도 문화분야에서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는 데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문화다양성 협약을 사실상 무시해 왔다. 캐나다 등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문화개방에 대해 문화계는 물론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도 여기에 있다. 구태여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제하 민족문화말살정책을 경험한 우리 민족은 ‘문화개방이 곧 문화종속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문화분야, 어떤 쟁점이 있나 =
현재 한미 FTA의 문화분야 쟁점은 이미 축소방안을 발표한 스크린쿼터를 제외하고 지적재산권 문제, 방송사 소유지분 제한, 방송 프로그램 쿼터제, 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판매독점 문제, 외국통신사 직배허용 여부 등이다 게임이나 출판물, 음반, 문화공연 등은 이미 양국간 장벽이 거의 없거나 개방 효과가 미미해 미국의 개방압력이 거세지 않을 전망이다.
이중 지적재산권 문제는 지난 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미국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한미 FTA 협상에서 폭넓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힌만큼 이번 한미FTA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싱가포르, 호주 칠레 등과 체결한 FTA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을 자국법 기준인 70년으로 연장시킨 전례가 있다. 미국은 지난 98년 ‘소니보노법’이라는 저작권법을 제정하면서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했다.
방송사 소유지분 제한 문제와 KOBACO의 방송광고 판매 독점문제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06년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 미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역장벽중 하나다. 미국은 지상파 및 케이블TV 외국인 프로그램 방송 비율 제한과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통신사 직접배급 문제는 정부의 ‘한미FTA 대응방안’ 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국내통신사와의 뉴스공급 계약을 통한 간접배급 방식의 국내 규제를 철폐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문화시장 개방하면 어떻게 되나 =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11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등에 의뢰한 ‘문화산업 대미개방에 따른 영향분석’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은 인쇄산업을 제외하고 영화 출판 방송 등 대부분 문화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FTA 체결 이후 개방 수위별 시나리오에 따라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먼저 한미간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을 50% 완화할 경우 문화산업 부문의 실질 GDP는 기준보다 0.207% 감소하고 무역수지도 인쇄산업을 제외한 모든 문화산업에서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영화산업은 문화산업중 국내생산 대비 무역수지가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이 100% 철폐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국내생산은 1.204% 증가하지만 방송(-1.554%), 출판(-1.793%), 영화산업(-2.960%) 등 분야에서 국내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산업을 제외한 모든 문화산업의 대미 무역수지가 악화되며 영화산업, 출판산업의 악화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산업을 완전개방하고 문화산업과 서비스업만 ‘해외소비’까지 개방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방송·영화분야의 국내생산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다른 산업을 완전개방하고 문화산업과 서비스업은 생산국이 소비국내 거점을 통한 서비스까지 허용하는 상황에서는 방송 출판 영화분야에서 대미수출 감소로 무역수지가 더욱 나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연구는 CGE(일반균형분석)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향후 산업구조 및 무역구조 변화에 따라 분석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한계는 있다. 그렇지만 이 모델에 의한 분석에서는 문화산업 대미 개방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어떻게 대응할까 =
전문가들은 호혜주의와 문화다양성에 따른 예외 인정 등을 무기로 한미 FTA 문화분야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도 무역장벽이 있는데다 FTA에서 예외조항을 인정한 선례도 있는 만큼 무작정 밀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이미 국제저작권협약(베른협약)과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서 저작권자 사후 50년간 저작권을 보호하도록 한 만큼 미국 자국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니보노법은 ‘미키마우스법’이라 불릴 정도로 2004년 만료되는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2024년으로 연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 국내법이다.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는 “소니보노법은 소수 대기업의 산업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다수 사람들의 문화 권리를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 소유지분에 대해서는 미국도 무역장벽이 있는 상태다. 미국은 미국시민이 아닌 자 또는 이에 해당하는 자가 2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법인 등은 방송국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시민이 아니면서 2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에게 통제되고 있는 미국법인도 공익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위성방송 등도 허가절차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자의적이라 시장접근이 어렵다. 때문에 국내 방송사 소유지분 규정을 철폐하려면 호혜주의에 따라 미국도 해당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방송프로그램 쿼터제의 경우는 이미 칠레(자국프로그램 40%)와 호주(55%)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한 선례가 있다. 방송광고부문의 경우, 문화부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양국간 비슷한 개방수준을 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독점에 대한 이슈제기 가능성은 있지만 쟁점으로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돼 있다.
문화부 유병학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방송의 공적기능이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유지분 제한 등 규정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도 문화예술 분야에 보조금을 주는 등 문화분야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에만 맡기지 않고 있는 만큼 문화분야 FTA에서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네거티브리스트’ 접근방식이 아닌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으로 서비스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최종일 문화산업분석팀장은 “양국간 합의되지 않은 것은 모두 개방한다는 방식의 네거티브 접근방식 대신 캐나다의 경우처럼 합의한 부분만 개방한다는 포지티브 접근방식을 채택할 경우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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