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목조건축들

시대를 초월하는 공예정신의 승리

지역내일 2001-02-23
<문화유산> 13. 현존하는 고려의 목조건축들

시대를 초월하는 공예정신의 승리

… 기둥의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

고 최순우 선생의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서서="">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무량수전의 건축적 교훈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려시대의 목조건축물들 가운데 지금까지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남북한을 통틀어 약 10여동 정도다. 현재 남한에는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 ‘강릉 객사문’ 등이 남아 있는데, 하나같이 건축적으로 튼튼하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명작들이다.

대부분 변방에 있던 작은 건물들 000
그렇지만 이 건물들 모두가 당대(고려시대) 최고의 건축물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건축물들은 당연히 개성 일대에 지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들은 건축적 가치 때문이 아니라, 단지 외진 곳에 있거나 운이 좋아서 오랜 세월과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
당대의 눈으로 보자면, 강릉 객사문은 시골 관아의 정문에 지나지 않는다. 또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수덕사 대웅전을 제외한다면,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은 인쇄창고로 쓰이던 건물이고, 봉정사 극락전은 소박하게 지어진 조그만 시골 절집 건물에 불과하다.
서울(개성)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의 작은 건물들이 이렇듯 견실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고려 시대 건축문화의 기술 수준과 미학적 깊이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13~14세기 이후 고려의 목조건축은 통일신라의 건축양식을 계승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과 구조적 안정성을 모색, 하나의 고유한 형식을 완성하게 된다.
이 시기 건축가들은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새로운 구조기법을 받아들이는 한편, 전래의 구조 기법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냈고, 이를 통해 공예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봉정사 극락전은 고려시대 이전, 통일신라의 건축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수덕사 대웅전은 처마를 받치는 공포( 包)의 처리기법에서 구조기능에 충실한 고유의 형식이 가장 완전하게 구현된 건축물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두 건물의 과도적인 특성을 계승하면서 건축물의 형태적 아름다움이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건물이다.
이 시기에 완성된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구조기법들은 이후 부분적으로 확대발전하기도 하고, 독창적인 양식으로 변형되기도 하면서 조선시대 목조건축으로 이어진다.

유일한 통일신라식 목조기법 000
경북 안동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공민왕 12년(1363년) 에 중수한 기록이 발견됐으며 건축양식 등으로 미루어 처음 건립된 시기는 고려 중기인 1200년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극락전은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수덕사 대웅전과는 전혀 다른, 신라시대부터 전해내려온 전통적인 구조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같은 주심포(柱心包 : 기둥 위에만 포가 놓이는 구조법) 방식이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동현 박사는 극락전의 주심포 방식을 ‘라대(羅代) 주심포’, 부석사나 수덕사 이후의 방식을 ‘려대(麗代) 주심포’로 구별하기도 한다.
군산대학교 배병선 교수는 창건 당시 극락전 불단 위에 가설된 ‘닫집’이 완벽한 ‘다포계’ 구조 형식이라는 점에 근거, 다포계 형식이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최근 봉정사 대웅전 해체·보수과정에서 오래된 수법(手法)의 부재(部材)와 ‘1361년 고려 공민왕 10년에 불단 조성(至正二十一年啄子造成)’이라는 묵서명이 발견되어, 지금까지 조선초로 추정되던 대웅전 건립연대를 고려 말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구조적 안정성과 의장적 효과 000
1308년에 창건된 충남 예산의 수덕사 대웅전은 이 시대에 유행한 ‘주심포’ 형식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수덕사 대웅전은 실내에 고주(높은 기둥) 4개를 세워 맞배지붕을 받치는 간결한 구조이다. 사용된 부재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마무리되어 장식효과를 살리고 있고, 기둥은 완만한 곡선의 배흘림이다. 대들보나 종보 등을 받치는 부재는 하나의 통일된 곡선 무늬로 장식되었다.
경기대 건축공학과 김동욱 교수는 《한국건축의 역사》(1997.기문당)에서 “구조기능에 충실한 짜임을 한 대신, 눈에 잘 띄는 부분부분을 통일된 화려한 장식으로 보강한 것이 수덕사 대웅전의 특징이다. 구조적 안정성에 의장적 효과가 한 건물 안에 잘 수렴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은 고려시대 목수들이 창조했던 목구조의 법식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여기에 사용된 기법들은 조선시대 이후까지 전승되어 우리나라 목구조기술의 정수를 이루고 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김봉렬 교수는 이를 △기둥의 안쏠림과 배흘림, 귀솟음 △평면의 안허리곡 △항아리 모양의 대들보 등으로 요약한다.
‘안쏠림’은 ‘오금법’이라고도 하며 기둥머리를 건물 안쪽으로 약간씩 기울여 주는 것을 말
한다. 기둥이 전체적으로 사다리꼴 모양으로 세워지는 것인데 눈으로는 거의 알아채기가 힘들다.
‘귀솟음’은 건물을 앞에서 볼 때 가운데쪽 기둥보다 양쪽 추녀쪽 기둥을 갈수록 조금씩 높여주는 것이다. 귀솟음을 주지 않을 경우 착시현상으로 건물 양어깨가 처진 것처럼 보인다. 안쏠림과 귀솟음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귓기둥을 높여줌으로써 구조적인 안정감도 준다.
‘배흘림’이란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불룩하게 깎는 기법이고, 평면의 ‘안허리곡’은 평면을
직사각형으로 만들지 않고 네 변의 중앙을 약간 안쪽으로 들이밀어 기둥을 세우는 방법이다. ‘항아리형 보’는 보의 단면을 항아리처럼 위는 둥글고 아래는 직선으로 깎는 것을 말한다.
모두가 시각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고 각 부재의 조립을 쉽고 튼튼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들이다. 무량수전의 뛰어난 아름다움은 이런 기법들이 완벽하게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창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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