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세입자 538세대 중 52% 포기
24평 주공 임대 5664만원, 민영 1억5941만원
판교 신도시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이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어 임대주택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판교 철거 세입자 김모씨는 공급받은 민영 임대아파트의 비싼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한 후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김씨는 모든 장기 기능이 정지됐고, 미약하게 뛰고 있으나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와 같이 10년 기한의 민영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받은 세입자는 모두 538세대. 이 중 52%가 계약을 포기했고 1차 계약금을 낸 세입자도 곧 다가오는 2차 계약금 마련문제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나머지 세입자 583세대는 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아파트 계약을 거의 마쳤다.
무작위 추첨에 의해 배정된 임대아파트의 계약률 차이는 임대보증금 차이에 있다.
같은 평형일지라도 주공의 임대보증금이 민영보다 현격하게 싸다. 주공 24평형 임대보증금이 5664만원인데 반해 민영 임대아파트는 1억5941만원부터 1억7700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무려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주택기금 사용 안 해 민간 임대보증금 비싸 = 이유는 간단하다. 주공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자금을 지원 받아 건설원가에서 사용한 자금만큼 임대보증금을 낮췄지만 민간 건설업체들은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이용하지 않아 건설원가의 90% 수준에서 보증금을 결정한 것이다. 10년 기한 민영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합하면 일반아파트 분양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채 산출한 한 업체의 32평형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임대료 합산 금액이 3억1346만원인데 반해 이 임대아파트를 평균 분양가인 1176만2000원으로 산출한 분양가는 3억7632만원이다. 물가상승에 따라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는 임대료와 10년 임대 후 분양에 따른 분양가격까지 감안하면 차이가 거의 없다.
국민주택기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임대아파트라고 해도 거의 일반 아파트와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공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임대아파트에 한해서는 토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기 때문에 토지매입비도 적게 든다.
또 지금은 임대주택법이 개정돼 10년 기한 임대아파트는 해당이 안되지만 국민주택기금을 받지 않고 민간이 공급하는 5년 기한의 임대아파트는 기간의 1/2만 넘으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
임대보증금에 더해 다시 2년 6개월만에 분양전환에 따른 분양가격을 받게 돼 투자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게 된다. 겉만 임대아파트지 속은 일반아파트인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민영 임대아파트는 어느 업체도 주택기금을 사용하지 않아 임대보증금이 만만치 않았지만 일반아파트와 달라 임대보증금을 무작정 낮출 수도 없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임대보증금 상한선을 만드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성남시는 3월 판교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할 때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평당 56만8000원을 낮췄지만 임대아파트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세입자, 국민임대아파트를 공공임대로 바꿔야 = 민간 임대아파트의 이상한 임대보증금으로 인해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판교세입자 참모임’의 문명식 위원장은 “자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정부와 건설업체는 임대보증금 중 5000만원을 대출해주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못된다”며 “30년 기한의 국민임대아파트 중 일부를 주공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아파트로 전환해 세입자에게 공급해 주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아파트는 10년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고 18평형 이하의 소형 국민임대아파트보다 평수가 커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에 건교부는 주공과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아파트간의 임대보증금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강구중이지만 국민임대아파트를 공공임대아파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민임대아파트 공급계획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남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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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평 주공 임대 5664만원, 민영 1억5941만원
판교 신도시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이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어 임대주택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판교 철거 세입자 김모씨는 공급받은 민영 임대아파트의 비싼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한 후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김씨는 모든 장기 기능이 정지됐고, 미약하게 뛰고 있으나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와 같이 10년 기한의 민영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받은 세입자는 모두 538세대. 이 중 52%가 계약을 포기했고 1차 계약금을 낸 세입자도 곧 다가오는 2차 계약금 마련문제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나머지 세입자 583세대는 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아파트 계약을 거의 마쳤다.
무작위 추첨에 의해 배정된 임대아파트의 계약률 차이는 임대보증금 차이에 있다.
같은 평형일지라도 주공의 임대보증금이 민영보다 현격하게 싸다. 주공 24평형 임대보증금이 5664만원인데 반해 민영 임대아파트는 1억5941만원부터 1억7700만원까지 책정돼 있다. 무려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주택기금 사용 안 해 민간 임대보증금 비싸 = 이유는 간단하다. 주공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자금을 지원 받아 건설원가에서 사용한 자금만큼 임대보증금을 낮췄지만 민간 건설업체들은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이용하지 않아 건설원가의 90% 수준에서 보증금을 결정한 것이다. 10년 기한 민영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합하면 일반아파트 분양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채 산출한 한 업체의 32평형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임대료 합산 금액이 3억1346만원인데 반해 이 임대아파트를 평균 분양가인 1176만2000원으로 산출한 분양가는 3억7632만원이다. 물가상승에 따라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는 임대료와 10년 임대 후 분양에 따른 분양가격까지 감안하면 차이가 거의 없다.
국민주택기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임대아파트라고 해도 거의 일반 아파트와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공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임대아파트에 한해서는 토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기 때문에 토지매입비도 적게 든다.
또 지금은 임대주택법이 개정돼 10년 기한 임대아파트는 해당이 안되지만 국민주택기금을 받지 않고 민간이 공급하는 5년 기한의 임대아파트는 기간의 1/2만 넘으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
임대보증금에 더해 다시 2년 6개월만에 분양전환에 따른 분양가격을 받게 돼 투자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게 된다. 겉만 임대아파트지 속은 일반아파트인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민영 임대아파트는 어느 업체도 주택기금을 사용하지 않아 임대보증금이 만만치 않았지만 일반아파트와 달라 임대보증금을 무작정 낮출 수도 없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임대보증금 상한선을 만드는 등의 제도적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성남시는 3월 판교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할 때 건설업체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평당 56만8000원을 낮췄지만 임대아파트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세입자, 국민임대아파트를 공공임대로 바꿔야 = 민간 임대아파트의 이상한 임대보증금으로 인해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판교세입자 참모임’의 문명식 위원장은 “자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정부와 건설업체는 임대보증금 중 5000만원을 대출해주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못된다”며 “30년 기한의 국민임대아파트 중 일부를 주공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아파트로 전환해 세입자에게 공급해 주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아파트는 10년 임대 후 분양이 가능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고 18평형 이하의 소형 국민임대아파트보다 평수가 커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에 건교부는 주공과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아파트간의 임대보증금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강구중이지만 국민임대아파트를 공공임대아파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민임대아파트 공급계획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남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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