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가 부추긴 맹목적 애국

월드컵과 국가주의

지역내일 2006-06-07
2006년엔 자발성·역동성 상실 지적
“성찰 없는 ‘애국주의’는 위험” 경계

서울시청 앞 광장 독점사용권과 서로 다른 응원가 등으로 독일월드컵 응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상업주의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자발적 참여를 통한 응원은 사라지고 기업이 주도하는 응원만 남았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역동적 응원문화 대신 ‘맹목적 애국’만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2002년의 월드컵은 대중의 자율적 참여공간을 형성하여 욕망을 분출한 체험의 공간이었다”며 “사회적 진보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국가주의와 상업주의에 길을 내주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축구는 집단적 열광 이끄는 스포츠 = 원시적이면서도 부족전쟁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축구를 통해 관중들은 상대방과 대비되는 강력한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축구 자체가 대립적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항전이 정착되면서 이 같은 특성은 더욱 강화됐다. 일본과 한국, 네덜란드와 독일,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등 전통적 라이벌 관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축구가 한 사회의 역동성을 키워주기도 하지만 지나친 집단화는 폐쇄적 국가주의로 귀결되기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2년의 응원이 자발적 참여와 역동성으로 한국사회를 한 단계 끌어올린 반면 맹목적 애국주의를 부추긴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맹목적 애국주의 경계해야” = 특히 맹목적 애국주의가 상업주의와 결합하면서 부정적인 요소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기업들은 이번 월드컵에만 1조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 TV와 거리 광고판, 대형빌딩은 온통 월드컵 광고로 넘쳐나고 있다. 광고는 대부분 16강 진출을 통한 국민의 자신감 회복과 국력신장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뭉치자’, ‘하나되자’는 구호를 통해 애국과 감동을 요구한다. 월드컵이 기업의 마케팅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희성 교수는 “무조건적 국가사랑을 강요하는 맹목적 애국은 광신을 부르고 하나의 담론만을 허용하는 전체주의의 울타리 안으로 국민을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국주의의 형식과 내용 모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밤 10시와 새벽 4시에 경기가 열리는 2006년 월드컵은 2002년과 달리 자발적 참여와 역동적 문화축제가 어려워 상업주의와 애국주의의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002년은 월드컵의 문화정치적인 긍정성이 발견됐던 상황”이라며 “2006년 월드컵은 경기시간대와 참여방식이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질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월드컵 담론은 대부분 기업과 미디어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시민단체 ‘반월드컵 집회’도 개최 = 월드컵 응원열기가 더해가면서 사회이슈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5일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월드컵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경계하는 ‘반(反)월드컵 게릴라 행동’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시민의 순수한 참여가 주축이 됐던 2002년 월드컵과 달리 △자본의 개입 △언론의 띄우기 경쟁 △정치적 이용으로 오염되고 있다”며 “월드컵 열풍이 불면서 평택 시위가 뉴스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고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지 모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진지한 고민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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