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구긴 경쟁사들 “이 기회에 현대차 잡자” … 정 회장 구속 계기 집요한 공세
현대차 사태를 둘러싸고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물론, 각국의 주요 언론들까지 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국내 수출 1위, 매출 2위, 세계 자동차업계 7위권이라는 외형이 이미 이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기는 늘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려면 노사관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에 본지는 국내외에서 현대차 노사에 보내는 우려와 제안을 망라해 본다.
유럽의 관문 터키에서 현대차의 질주에 빨간 불이 켜졌다.
터키 자동차시장의 최고참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포드사가 최근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할인율을 35%까지 적용한 것을 계기로, 르노 피아트 폭스바겐 등이 앞다퉈 할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포드사의 공세는 명백히 현대차 터키법인(HAOS)을 노린 것인데, 이는 터키에서 업무용 차량과 렌터카용으로 현대차에 대한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무섭다는 뜻이다.
외국차 공세 거침 없어
현대차는 2004년 터키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나 늘면서 업계 7위에서 4위로 부상했다. 터키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음에도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다. 경쟁사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 과소평가하다 현대차가 안착하는 조짐을 보이자 집중 공세에 나선 것.
때문에 터키법인의 지난 1~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줄고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9.9%에서 8.1%로 급감했다. 4월 들어 업계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그런 가운데 현대차 비자금 사태가 터지고 정몽구 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스탄불 소재 현대차 딜러점인 우카르딜러사 직원은 5월 들어 매출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포드를 비롯, 유럽과 일본의 경쟁사 직원들이 한 목소리가 돼 정회장 구속으로 현대차가 망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고 분통해 했다.
터키는 현대차가 글로벌 전략을 위해 처음 진출한 곳으로 이곳에서 현대차가 올리는 실적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공장을 설립한 지 3년만에 터키 외환사태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내몰린 적이 있다.
당시 회사는 버티면 산다는 생각으로 철저한 감량 경영을 결정했고, 이 때문에 상당수 직원들이 사직에 동의했다. 이후 회사는 다시 소생해 내보낸 직원들을 모두 복직시켰는데 당시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나토의 일원이자 정식 유럽 국가로 인정받는 터키는 EU와는 관세동맹 국가이며 그 탓에 자동차도 대부분 유럽 차종을 선호해 왔다. 그렇지만 90년대 이래 점점 많은 해외 업체들이 이 나라에 관심을 보여, 최근 공장만도 20개 내외가 들어서며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터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 이 주는 매력 때문. 인구 7000만명에 실질 구매력 기준 GDP 7000달러, 그리고 거대한 지하경제를 가졌음에도 내수가 60만대를 겨우 넘어 시장 잠재력이 풍부하며, 투자자에게는 낮은 생산비용과 풍부하고 안정적인 노동력도 매력적이다.
해외 자동차업계가 터키에 관심을 보이는 또다른 이유는 이곳이 유럽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2004년도 집계에 따르면 터키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72.6%가 해외로, 그중 72.3%가 EU 시장에 팔려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혼다사 터키법인 대표가 “생산, 수출, 판매 모든 측면에서 터키의 잠재력은 EU에 가입한 신흥 유럽을 상회한다. 여기서 기반을 구축하느냐가 대형 자동차회사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곳에서는 도요타를 추월한 현대차가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 도요타는 1994년 이즈미트에 공장을 세운 이래 포드 피아트 르노에 이어 규모 면에서 4위에 이르는 1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채 터키 시장을 공략해 왔다.
현대차는 도요타보다 3년 늦은 97년도에 터키에 진출했는데 그나마 2000년도에 IMF 외환사태가 터져 개점휴업 상태로 3년년씩이나 숨만 쉬며 버텨야 할 지경에 빠지기도 했다.
도요타 추월한 현대차
2003년 이후 비로소 재투자를 시작했지만 2004년도 현대차의 생산능력은 6만대 수준에 그쳤다. 언뜻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그해 연말 평균 8.4%의 시장점유율로 3.5%에 그친 도요타를 압도한 것이다.
그해 현장을 이끌었던 윤준모 당시 공장장은 “이는 경영진이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지원한 결과이며, 16명의 주재원과 1600여 직원들이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며 노력한 결과”라고 평한다.
사실 지난 3월만 해도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기록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본사는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이 예견되는 가운데서도 현지 생산이 이루어지는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매출이 순조롭게 늘 것이라 기대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현대차의 주요 4대 해외공장(인도,중국,터키,미국)의 3월 판매는 전년동월대비 48.9%나 증가한 8만754대를 기록해 최초로 8만대를 상회했다. 생산능력 21%인 해외공장이 34.2%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 이후 줄곳 판매 하락세가 이어졌고, 최근 포드사의 예에서 보듯 현대차를 겨냥한 파상공세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현지법인은 현대차 본사를 겨냥한 악소문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정회장 구속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문제될 것 없었던 모든 상황이 나쁜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비자금 사태로 경쟁사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판매가 떨어지지 시작하자, 이전까지 성장의 발판으로 여겨졌던 장치들이 하나둘 걸림돌과 부담으로 작용할 조짐을 보인다. 터키법인이 내년 3월 말 완공할 예정인 공장 증설 작업도 그중 하나다.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한 판매량을 따라가기 위해 현지 법인은 연간 생산능력을 6만7000대에서 12만대로 확대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생산 자체가 재고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지의 불투명한 여건을 감안,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체코 공장 기공식을 가지는 등 터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노동자는 어려울수록 뭉친다
그런 가운데 터키 현지법인 노동자들의 노력은 가뭄에 단비처럼 소중하게만 여겨진다. 하오스(HAOS) 현지공장 생산 라인 입구에는 하얀 칠판이 걸려 있는데, 직원들은 각자 그날의 다짐을 이 칠판에 적는다. “고객을 위하는 길은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드는 일”, “나의 하루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 등등.
이런 분위기는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서 잘 나타난다. 터키는 한때 내수가 급증하면서 2교대제 생산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이를 3교대제로 늘릴 것을 검토했는데, 근로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내수 판매 4위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1,2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경쟁자를 밀어내고 겨우 6만대 규모에 불과한 현대차가 4위까리 올라가자 “기적과 같은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번에도 현대차 사태가 터지자 직원들이 몸을 사리지 않은 채 일에 매달리는가 하면 모임 때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직원과 딜러 등 2000여명이 정회장의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주 터키 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1960년대부터 생산을 시작한 경쟁사들과는 달리 현대차는 97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브랜드”라며 “터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 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터키법인의 김중걸 대표는 “내우외환으로 시달리는 터키법인이 소생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현지 직원들의 단결과 애사심 덕택일 것”이라 말했다.
작금의 현대차 사태가 위기가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해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의 하소연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는 언제나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판매 감소는 터키만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한 번 떨어진 꽃잎은 다시 붙일 수 없다는 말처럼, 최소한 후회해도 소용 없는 상황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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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태를 둘러싸고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물론, 각국의 주요 언론들까지 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국내 수출 1위, 매출 2위, 세계 자동차업계 7위권이라는 외형이 이미 이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기는 늘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려면 노사관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에 본지는 국내외에서 현대차 노사에 보내는 우려와 제안을 망라해 본다.
유럽의 관문 터키에서 현대차의 질주에 빨간 불이 켜졌다.
터키 자동차시장의 최고참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포드사가 최근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할인율을 35%까지 적용한 것을 계기로, 르노 피아트 폭스바겐 등이 앞다퉈 할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포드사의 공세는 명백히 현대차 터키법인(HAOS)을 노린 것인데, 이는 터키에서 업무용 차량과 렌터카용으로 현대차에 대한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무섭다는 뜻이다.
외국차 공세 거침 없어
현대차는 2004년 터키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나 늘면서 업계 7위에서 4위로 부상했다. 터키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음에도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다. 경쟁사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이라 과소평가하다 현대차가 안착하는 조짐을 보이자 집중 공세에 나선 것.
때문에 터키법인의 지난 1~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줄고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9.9%에서 8.1%로 급감했다. 4월 들어 업계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그런 가운데 현대차 비자금 사태가 터지고 정몽구 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스탄불 소재 현대차 딜러점인 우카르딜러사 직원은 5월 들어 매출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포드를 비롯, 유럽과 일본의 경쟁사 직원들이 한 목소리가 돼 정회장 구속으로 현대차가 망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고 분통해 했다.
터키는 현대차가 글로벌 전략을 위해 처음 진출한 곳으로 이곳에서 현대차가 올리는 실적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공장을 설립한 지 3년만에 터키 외환사태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내몰린 적이 있다.
당시 회사는 버티면 산다는 생각으로 철저한 감량 경영을 결정했고, 이 때문에 상당수 직원들이 사직에 동의했다. 이후 회사는 다시 소생해 내보낸 직원들을 모두 복직시켰는데 당시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나토의 일원이자 정식 유럽 국가로 인정받는 터키는 EU와는 관세동맹 국가이며 그 탓에 자동차도 대부분 유럽 차종을 선호해 왔다. 그렇지만 90년대 이래 점점 많은 해외 업체들이 이 나라에 관심을 보여, 최근 공장만도 20개 내외가 들어서며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터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 이 주는 매력 때문. 인구 7000만명에 실질 구매력 기준 GDP 7000달러, 그리고 거대한 지하경제를 가졌음에도 내수가 60만대를 겨우 넘어 시장 잠재력이 풍부하며, 투자자에게는 낮은 생산비용과 풍부하고 안정적인 노동력도 매력적이다.
해외 자동차업계가 터키에 관심을 보이는 또다른 이유는 이곳이 유럽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2004년도 집계에 따르면 터키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72.6%가 해외로, 그중 72.3%가 EU 시장에 팔려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혼다사 터키법인 대표가 “생산, 수출, 판매 모든 측면에서 터키의 잠재력은 EU에 가입한 신흥 유럽을 상회한다. 여기서 기반을 구축하느냐가 대형 자동차회사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곳에서는 도요타를 추월한 현대차가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 도요타는 1994년 이즈미트에 공장을 세운 이래 포드 피아트 르노에 이어 규모 면에서 4위에 이르는 1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채 터키 시장을 공략해 왔다.
현대차는 도요타보다 3년 늦은 97년도에 터키에 진출했는데 그나마 2000년도에 IMF 외환사태가 터져 개점휴업 상태로 3년년씩이나 숨만 쉬며 버텨야 할 지경에 빠지기도 했다.
도요타 추월한 현대차
2003년 이후 비로소 재투자를 시작했지만 2004년도 현대차의 생산능력은 6만대 수준에 그쳤다. 언뜻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그해 연말 평균 8.4%의 시장점유율로 3.5%에 그친 도요타를 압도한 것이다.
그해 현장을 이끌었던 윤준모 당시 공장장은 “이는 경영진이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지원한 결과이며, 16명의 주재원과 1600여 직원들이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며 노력한 결과”라고 평한다.
사실 지난 3월만 해도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기록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본사는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이 예견되는 가운데서도 현지 생산이 이루어지는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매출이 순조롭게 늘 것이라 기대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현대차의 주요 4대 해외공장(인도,중국,터키,미국)의 3월 판매는 전년동월대비 48.9%나 증가한 8만754대를 기록해 최초로 8만대를 상회했다. 생산능력 21%인 해외공장이 34.2%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4월 이후 줄곳 판매 하락세가 이어졌고, 최근 포드사의 예에서 보듯 현대차를 겨냥한 파상공세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현지법인은 현대차 본사를 겨냥한 악소문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정회장 구속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머피의 법칙은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문제될 것 없었던 모든 상황이 나쁜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비자금 사태로 경쟁사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판매가 떨어지지 시작하자, 이전까지 성장의 발판으로 여겨졌던 장치들이 하나둘 걸림돌과 부담으로 작용할 조짐을 보인다. 터키법인이 내년 3월 말 완공할 예정인 공장 증설 작업도 그중 하나다.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한 판매량을 따라가기 위해 현지 법인은 연간 생산능력을 6만7000대에서 12만대로 확대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그런데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생산 자체가 재고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지의 불투명한 여건을 감안,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체코 공장 기공식을 가지는 등 터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노동자는 어려울수록 뭉친다
그런 가운데 터키 현지법인 노동자들의 노력은 가뭄에 단비처럼 소중하게만 여겨진다. 하오스(HAOS) 현지공장 생산 라인 입구에는 하얀 칠판이 걸려 있는데, 직원들은 각자 그날의 다짐을 이 칠판에 적는다. “고객을 위하는 길은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드는 일”, “나의 하루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 등등.
이런 분위기는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서 잘 나타난다. 터키는 한때 내수가 급증하면서 2교대제 생산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이를 3교대제로 늘릴 것을 검토했는데, 근로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내수 판매 4위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1,2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경쟁자를 밀어내고 겨우 6만대 규모에 불과한 현대차가 4위까리 올라가자 “기적과 같은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번에도 현대차 사태가 터지자 직원들이 몸을 사리지 않은 채 일에 매달리는가 하면 모임 때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직원과 딜러 등 2000여명이 정회장의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주 터키 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1960년대부터 생산을 시작한 경쟁사들과는 달리 현대차는 97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브랜드”라며 “터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 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터키법인의 김중걸 대표는 “내우외환으로 시달리는 터키법인이 소생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현지 직원들의 단결과 애사심 덕택일 것”이라 말했다.
작금의 현대차 사태가 위기가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해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의 하소연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는 언제나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판매 감소는 터키만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한 번 떨어진 꽃잎은 다시 붙일 수 없다는 말처럼, 최소한 후회해도 소용 없는 상황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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