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정부 독주가 혼란 불러

교육부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 기습발표에 학생·학부모 불안

지역내일 2006-06-21
보수·진보 모두 반대 … 평준화 위기·교육기회 양극화 한 목소리

공영형 혁신학교와 관련된 정책이 발표되면서 교육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교육감들까지 교육부의 독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일선 교육청 공무원들은 권한을 침해당한 것에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에 맞춰 고입을 준비해야 하는 현재 중 2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반발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학교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중앙정부·지자체가 부담하고, 운영은 인가권자인 교육감과 학교 운영계획 등에 대해 협약을 맺은 종교단체·시민단체·비영리법인·공공기관 등이 자율적으로 하는 대안형 학교다. 기존 자율학교나 자립형 사립고보다 자율권을 더욱 확대된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교육부가 너무 독주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동시에 발표된 타지역 외고 진학제한 정책에는 “갑자기 이렇게 변경하면 어떡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입시 정책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시행하기 3년 전에 발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공영형 혁신학교 정책은 여론 수렴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총리가 직접 나서 기정사실화 시켜버렸다.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양모(39세)는 “중학교 1학년인 아이를 용인외고에 보내기 위해 준비해왔다”며 “정부 당국자 아들이 외고를 준비해왔다면 이런 식으로 예고 없이 정책을 바꿀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며 “아마 공부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죄인취급 당하는 나라는 우리뿐 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는 외고를 관할하는 교육청들과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고 선발권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교육감들의 반발 움직임이 있자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밀어붙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사업에 대해 교육감들은 내놓고 반대하기 힘들다”며 “그러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라리 교육자치를 폐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법으로 위임되거나 고유권한 사항까지 정부가 나서 ‘이래라 저래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공영형 혁신학교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육부는 어떤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 교육부내 인력이 안을 만들고 단지 구미에 맞는 일부 학교와 접촉, 필요한 자문을 받았을 뿐이다.
특히 교육부는 공청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에 정책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항의 집회로 공청회 몇 시간 연기되기도 했다.

◆양극화도 더 키운다 = 일부에서는 공영형 혁신학교가 교육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 중 상당부분을 지원하게 될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차이가 큰 상황에서 자칫 교육서비스 질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지원되고 있는 교육경비보조금도 자치단체별로 차이가 너무 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공영형 혁신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차별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무슨 논리도 설득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분당에 거주하는 김모(45세)는 “공영형 혁신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넓은 의미에서 버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 아이들이 당할 정신적 고통을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상 과거 지방명문고와 같은 학교를 부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평준화를 깨자고 솔직히 말하라”고 주장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 내놓아라 =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선보이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통해 추락한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국·공립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경우 운영 주체는 대학과 민간단체, 공모교장 등이 된다. 이들에게 협약을 통해 학교운영권을 넘겨준다. 사립학교가 공영형 혁신학교를 운영하려면 기존 학교법인이 운영 주체가 된다.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차터스쿨과 유사점이 많다. 차터스쿨은 현재 미국 내에서도 공과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영형 혁신학교에서는 다양화·특성화한 교육프로그램이 주목을 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목 외에는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학생별 수준과 적성에 따라 무학년제 운영도 가능하다. 특히 수준별 이동수업과 심화선택과목(AP)제도 시행 등이 포함된 무학년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너무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내에서도 정책실패가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공영형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내용에서 차이는 있지만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가 한목소리도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중등교육 자율화·다양화를 통한 학교 교육력 향상이라는 정책목표에는 공감하나 세부 추진 방안이 우리나라 중등학교 운영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정 부의 공교육에 대한 책임 이완, 학교 서열화 심화 우려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영형 혁신학교를 서둘러 도입할 것이 아니라 중등교육의 체제와 운영현실을 기초로 현실적합성을 면밀히 재검토해 도입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학교체제의 다양화라는 미명아래 도입된 외고, 자사고 등이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획일적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하나 더 들어선다고 교육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학입시경쟁을 강화하고 교육기회를 차별하고 결과적으로 중학교 단계에서 입시 사교육 경쟁을 유발하는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는 ”미국에서 숱한 문제점 을 드러낸 차터스쿨을 모방한 공영형 혁신학교가 도입되면 사실상 평준화의 근간이 흔들 것”이라며 “교육 주체를 경영의 대상으로 여기는 등 학교를 기업식으로 운영할 경우 오히려 공립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자 대부분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참교육학부모회는 “학생선발 자율권 등 교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것은 결국 학교가 입시 위주의 사설기관으로 전락하게 할 것”이라며 “고교평준화에 역행하고 입시경쟁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증가시킬 공영형 혁신하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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