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칼럼(혁신위 설동근 위원장)

지역내일 2006-07-11
선생님은 교육 희망이어야 한다

설동근 (부산광역시교육감, 교육혁신위원장)

최근 우리 교육계는 교원승진제도 개선을 비롯한 교원평가제 도입, 교육양극화 현상 해소를 위한 방과후학교 운영 문제 등 크고 작은 현안들로 교육계 안팎의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변화와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다소의 갈등과 대립은 오히려 교육발전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학원 숙제한다고 선생님이 내 준 과제를 안 해 오는 것은 이미 일상사가 되었고, 잘못을 나무라는 선생님을 학생이 폭행하는 기사가 낯설지 않더니, 당시 상황이 다소 우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급기야 학생지도방법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 앞에 선생님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 사실은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개별적인 특정 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잘못된 교육문화풍조에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도(師道)는 강조하면서, 제자도(弟子道)를 말하는 사람은 없고, 교사의 책무성은 들먹이면서, 교권(敎權)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육청 게시판에 선생님을 비난하는 글은 많아도 칭찬하는 글은 거의 없다. 정말 교육을 조금이라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현상들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을 넘겨버린 것이 아닌지 두렵기조차 하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벼운 체벌을 항의한 학부모 때문에 재단에서 선생님을 해임하자, 그 반의 나머지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이 장대비를 맞으며 ‘선생님’을 돌려 달라는 빗속의 시위를 했다고 한다. 결과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평소에 이 선생님께서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지 않았다면, 장대비 속에서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가 울부짖지 않았을 것이다.

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실수를 할 수가 있다. 어쩌다가 저지른 실수를 침소봉대하여 전부를 매도하는 분위기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분도 교사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학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알아야 할 것이다.

부산교육청의 BBS 포켓북으로도 보급한 적이 있는 이청준의 동화 ‘선생님의 밥그릇’이란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37년 만에 만난 선생님과 동창들의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미 노인이 되어 버린 선생님을 만난 동창들은 그저 선생님을 약간 개성 있고 괴팍한 선생님으로만 기억한다. 술잔이 몇 차례 돌고 난 후, 식사가 나왔을 때 선생님은 자신의 밥그릇에서 밥 반쯤을 들어낸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들은 선생님의 건강을 생각해 진지를 많이 들기를 권하면서 연유를 묻는다. 선생님은 단지 ‘내 젊었을 때의 버릇 때문’이라고만 대답하지만, 실은 37년 전 선생님은 점심을 굶는 한 제자를 위하여 날마다 아무도 몰래 자신의 도시락밥을 덜어서 그 친구에게 주었던 것이 버릇이 된 것이다. 그 학생은 졸업을 하고 떠났으나, 선생님은 그 일을 계기로 누군가 또 굶고 있는 제자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밥그릇에 있는 밥을 덜어놓는 것이 습관화 되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가슴 속에 있었던 제자 사랑과 교육애를 제자들이 깨닫는 데는 37년이 흐르고 난 후였던 것이다. 교육은 이런 것이다. 지식의 장사꾼은 바로 점수를 올려주고 좋은 대학에 입학시켜 주지만, 훌륭한 스승은 당장 표시가 나지는 않지만 제자가 일생을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주는 존재이다. 의사가 수술을 하면 당장 생명이 살아나고, 과학자가 발명품을 만들면 금방 생활이 편리해 진다. 그러나 교육은 지금 아무리 잘 가르쳐도, 그 최종적인 성과는 몇 십 년 후에 나타날 뿐만 아니라, 똑 같이 교육시켜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에게 조금 섭섭하게 대했다고 해서, 교육방식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쉽게 비난을 하고, 존경과 신뢰를 갖고 살아가는 선생님의 무릎을 꿇게 해서는 정말 우리 교육에 희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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