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공사 설립 이후 첫 혁신우수기관 선정
부제 :
발문 :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은 최근 각종 정부투자기관이나 공기업으로부터 강의와 자료제공 요청이 쇄도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결국 지난 2005년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210개 정부 산하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2단계에서 5단계로 3단계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평가는 최하위 그룹인 1단계에서 최상위 그룹인 6단계로 구분된다.
관광공사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는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당시 최고경영자가 임기중 물러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됐다.
그러나 최근 관광공사 직원들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은 생존하기 위한 고통분담에 들어갔고 적지 않은 문제도 발생했다. ‘한번 해보자’는 결심아래 경영혁신을 위한 대대적 수술에 들어갔고 1년 넘게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였다.
기획예산처가 펴낸 공공기관 혁신사례 모음 ‘아름다운 동행’에는 각종 기관 우수 사례 중 관광공사가 첫 사례로 소개가 됐다. 관광공사는 또 지난 7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 100여개 공공기관 대표 등 모두 190여명이 참석한 ‘공공기관 CEO 혁신토론회’에서 한국전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혁신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관광공사에서는 창립 이래 우수기관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일신문은 관광공사의 혁신을 주도한 김종민 사장을 인터뷰하고 혁신 과정의 성과와 난관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공사 혁신에 나선 계기는
부임 직후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직원이 “사장님 택시 타보셨습니까”하고 물어왔다.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무교동 관광공사를 가자’고 하면 무교동에 있는 나이트클럽 앞에 내려줬다고 한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관광공사 존재를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공사 이미지가 나쁜게 아니라 없었던 것이다. 기관 이미지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조직 개편 등 여러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광공사가 설립된 지 44년이 지났다. 전통이 있는 조직인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패배의식이 쌓여 있었다. ‘하자’, ‘합시다.’ 설득했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다. 혁신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가죽을 바꾸는 것인데 얼마나 아프겠는가. 특정 부위만 도려내는 극소수술 가지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소수술이나 치료하는 일부만 바꾸는 것으로는 혁신 후유증만 남게 된다. 전반적으로 고치자고 했고 직원들도 동의해줬다. 경영자체를 바꾸고 경영진 자세도 싹 바꾸자고 했고 조직 틀을 바꾸기로 했다.
- 조직 개편 등 일련의 혁신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을 텐데
쉽지 않은 일이었고 조직전체로 보면 이득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손해 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총론에서는 보람이었을 테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아픔도 상당히 많았다.
처음부터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았다. 직원들의 불만은 당연했다. 그러나 혁신 과정 전반에 노조를 참여시켰다. 먼저 틀을 마련하고 합의를 한 뒤 그 범위 내에서 기준도 만들고 구체적 실천 계획도 세웠다.
지금도 혁신은 진행중이지만 대체적인 틀은 지난해 말 정리를 끝냈다. 시스템을 만들고 적응했지만 혁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 팀제를 비롯한 조직개편의 과정과 성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지원부서와 현장부서의 선을 명확히 했다. 기존의 6개 본부 체제중에서 경영지원은 정책결정과 지원을, 마케팅 기술만 전담하는 곳은 관광테크놀로지,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업무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공모를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선 IT분야 전문가가 필요했고 공사 직원들이 돈벌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사업 관련한 외부 인력이 필요했다. 혁신 분야 역시 우리 식대로 하지 말도 외부에서 불러와 벤치마킹하고 우리에게 테스트할 수 있도록 혁신해보자고 했다. 이러한 논의결과 총 6개 본부중 3개 본부 본부장에 대해서는 개방에 합의했다.
다행히 영입한 본부장들의 역할과 성과가 보인다. 불만이 없고 배우려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밑에 사람들의 역할과 지위를 부여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팀제를 도입하게 됐다.
- 관광공사의 팀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과거에는 과원→과장→차장→부장→처장→본부장→사장의 직급형태였다. 조직이 너무 복잡했다. 전체 조직에 팀제를 도입했고 팀원→팀장→본부장→사장 단계로 줄였다.
정부 부처에서 갑자기 국장이 없어진 것처럼 본부장 처장 등이 없어지고 팀장만 남게 됐다. 팀장은 1~3급 직원 중 우수한 사람을 발굴해 보직을 줬고, 팀원은 1~5급이 모두 맡아서 한다. 1급 직원도 팀장으로 발탁되지 않으면 팀원이다. 일반 하위직 직원들은 환영했지만 고위직 직원들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 반발도 상당했을 텐데
혁신 논의 단계부터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면서 잔잔하게 준비했다. 다만 결정이 되면 신속히 도입하고 집행했다.
첫 팀제 도입시 전체 팀장 중 27%를 3급 직원으로 뽑았다. 최근 인사에서도 3급 팀장이 늘어났다. 일부에서는 곡소리가 나왔다. 상황을 지켜보던 1·2급 직원들이 ‘이거 장난이 아니네’라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혁신하자는 것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 내부에서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경쟁력은 경쟁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팀장 자리를 하나 놓고 1~3급 직원들이 경쟁한다. 같은 조직내에서 선후배간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는 게 잔인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다.
- 팀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단점도 있을 텐데
당연히 팀제의 약점도 있다.
팀제의 특성은 전투전면은 길고 종심은 짧다는 점이다. 과거 6~7단계의 직급을 3단계로 간소화하자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됐다. 수평조직으로 바뀌면서 조직의 형태가 길게 늘어났다. 그런데 팀제는 축구로 치면 오프사이드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거에는 두툼했는데 얇아지자 한 곳에서 구멍이 날 경우 뻥 뚫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축구에서 오프사이트 함정을 쳐 놓았는데 방심하는 사이에 오프사이트 트릭이 안 먹히고 골을 먹거나 위기에 빠지지 않는가.
안 뚫려야 하니까 계속 점검을 해줘야 했다. 사장과 본부장이 바빠졌다. 과거 본부장은 처장만 점검하고 처장은 부장만 점검하면 됐는데 이제는 사장과 본부장이 전체 팀장을 다 살펴봐야 한다.
- 팀제를 보완하는 방안은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려는 고민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업무량이 중한 것은 조직을 두텁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슬림한 조직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안 뚫리게 하려면 다양하게 거미줄처럼 묶어놔야 한다. 수평적 협조가 강조되는 상황인데 의사소통 등에 문제가 생기면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팀제 정착을 위해서는 조직원의 로열티와 개인적 능력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직원 하나하나의 역량 문제가 중요하다.
특이한 점은 가만히 두고 보니 희망이 생겼다.
조직의 약점을 직원들이 스스로 깨달고 보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 각종 아카데미 모임이 많아졌다. 자발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불러서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교재를 만들어 공부하고 지식을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오프사이트 라인이 뚫리면 안 된다’, ‘수평조직을 위해서는 의사소통과 전문지식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개개인이 알아내고 자발적으로 주도하게 됐다.
팀제의 약점을 알게 됐을 때 걱정했지만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활동이 시작되면서 팀제가 안정화됐다.
- 마케팅 분야는 어떻게 변화했나
과거 마케팅은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고 현지 여행사 만나 해당 국가의 단체 관광객을 한국으로 보내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업방식은 현재도 하는 것이지만 현지에 나가있는 관광공사 지사가 이것만 하면 안 된다.
토털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사는 본사의 분신이다. 본사의 일부 기능만 한다면 지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사가 하는 기능을 모두 지사가 수행해야 한다.
‘한국의 경치가 좋으니까, 행사를 하니까 한국을 방문하세요’ 보다는 ‘우리 관광공사는 개발사업도 하고 골프장이나 카지노,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고, 남북교류관광사업도 추진한다’는 것을 강조하도록 했다. 우리 사업을 묶어서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관광공사하면 여행사로만 알았는데 면세기능도 수행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사의 공신력이 커지고 토털마케팅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 여러 개선안 중 위기관리 프로그램이 있던데 관광 업무에서 위기관리라는 것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위기관리라는 게 없었다.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임기응변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사전위기관리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생겼고 일부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요령을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만일 ‘이런 징후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위기 5단계’ 또는 ‘위기 4단계’ 식으로 구분했다. 일정 단계는 본부장에게 보고하고 그 이상일 경우 바로 사장에게 보고한 후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독도 문제와 신사 문제가 터지면서 위기매뉴얼 덕을 톡톡히 봤다. 독도 망언이 터질 때 현지 지사와 관련 부서에서 위기매뉴얼을 적용해야 한다는 보고가 왔다.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징후가 보였다. 수학여행 취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학교장과 학부모회가 학교 운영에 큰 역할을 한다. 학부모회에 한국관광공사 사장 명의로 편지를 600~700통 보내고 지사장이 학교장을 찾아가 설득했다. 따라 따로 움직이지 않고 동시에 진행됐다. 과거 한국내 반일감정이 제기되면 수학여행 취소율이 3~5%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0.1%에 그치게 했다.
과거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우왕좌왕했는데 사전에 매뉴얼을 만들고 그대로 진행하니까 엄청난 효과를 거뒀다.
- 둥둥구리무 장수론을 펼친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둥둥구리무 장수는 그 어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가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멀티플레이 전천후 마케터라고 규정할 수 있다.
시골 장터를 돌며 서양의 피에로 같은 분장에 음악을 연주하며 화장품을 팔았다. 또 장터 손님들의 애경사나 경조사를 다 알고 적절할 때 가정방문을 하며 ‘딸 결혼식에 쓸 화장품’이라며 타켓 마케팅도 했다.
둥둥구리무 장수처럼 일인다역의 멀티플레이어가 관광산업을 일굴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공직생활을 하면서 각종 행사 의전에서 사진 촬영과 녹음, 메모, 상관이 필요한 자료를 건네는 것 등 혼자서 여러 일을 동시에 했다.
지금 시대는 디지털시대다. 멀티플레이어가 되기에는 최적의 여건이라고 본다. 손바닥만한 디지털카메라와 손가락만한 보이스맨 등 디지털 기기들의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필요한 보고서를 사진과 녹음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면 보고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관광공사를 경영하면서 철학이 있다면
제가 취임사에서 한 이야기인데 가슴에 꼭 와 닿는 말이 있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불린다’라는 말인데 움직이지 않고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우리 형상기억합금이 되지 말자고 주문한다.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자꾸 잊어버리고 주어진 과제를 하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종민 사장은
- 68년 경기고, 72년 서울대 법대 졸
- 72년 행정고시 합격 / 총무처 행정사무관
- 94년 대통령 행정비서관 / 95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
- 96년 문화체육부 차관
- 99년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장
- 02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 04년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
- 05년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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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발문 :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은 최근 각종 정부투자기관이나 공기업으로부터 강의와 자료제공 요청이 쇄도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결국 지난 2005년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210개 정부 산하기관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2단계에서 5단계로 3단계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평가는 최하위 그룹인 1단계에서 최상위 그룹인 6단계로 구분된다.
관광공사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는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당시 최고경영자가 임기중 물러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됐다.
그러나 최근 관광공사 직원들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은 생존하기 위한 고통분담에 들어갔고 적지 않은 문제도 발생했다. ‘한번 해보자’는 결심아래 경영혁신을 위한 대대적 수술에 들어갔고 1년 넘게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였다.
기획예산처가 펴낸 공공기관 혁신사례 모음 ‘아름다운 동행’에는 각종 기관 우수 사례 중 관광공사가 첫 사례로 소개가 됐다. 관광공사는 또 지난 7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 100여개 공공기관 대표 등 모두 190여명이 참석한 ‘공공기관 CEO 혁신토론회’에서 한국전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혁신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관광공사에서는 창립 이래 우수기관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일신문은 관광공사의 혁신을 주도한 김종민 사장을 인터뷰하고 혁신 과정의 성과와 난관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공사 혁신에 나선 계기는
부임 직후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직원이 “사장님 택시 타보셨습니까”하고 물어왔다.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무교동 관광공사를 가자’고 하면 무교동에 있는 나이트클럽 앞에 내려줬다고 한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관광공사 존재를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공사 이미지가 나쁜게 아니라 없었던 것이다. 기관 이미지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조직 개편 등 여러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광공사가 설립된 지 44년이 지났다. 전통이 있는 조직인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패배의식이 쌓여 있었다. ‘하자’, ‘합시다.’ 설득했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다. 혁신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가죽을 바꾸는 것인데 얼마나 아프겠는가. 특정 부위만 도려내는 극소수술 가지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소수술이나 치료하는 일부만 바꾸는 것으로는 혁신 후유증만 남게 된다. 전반적으로 고치자고 했고 직원들도 동의해줬다. 경영자체를 바꾸고 경영진 자세도 싹 바꾸자고 했고 조직 틀을 바꾸기로 했다.
- 조직 개편 등 일련의 혁신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을 텐데
쉽지 않은 일이었고 조직전체로 보면 이득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손해 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총론에서는 보람이었을 테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아픔도 상당히 많았다.
처음부터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았다. 직원들의 불만은 당연했다. 그러나 혁신 과정 전반에 노조를 참여시켰다. 먼저 틀을 마련하고 합의를 한 뒤 그 범위 내에서 기준도 만들고 구체적 실천 계획도 세웠다.
지금도 혁신은 진행중이지만 대체적인 틀은 지난해 말 정리를 끝냈다. 시스템을 만들고 적응했지만 혁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 팀제를 비롯한 조직개편의 과정과 성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지원부서와 현장부서의 선을 명확히 했다. 기존의 6개 본부 체제중에서 경영지원은 정책결정과 지원을, 마케팅 기술만 전담하는 곳은 관광테크놀로지,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업무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공모를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선 IT분야 전문가가 필요했고 공사 직원들이 돈벌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사업 관련한 외부 인력이 필요했다. 혁신 분야 역시 우리 식대로 하지 말도 외부에서 불러와 벤치마킹하고 우리에게 테스트할 수 있도록 혁신해보자고 했다. 이러한 논의결과 총 6개 본부중 3개 본부 본부장에 대해서는 개방에 합의했다.
다행히 영입한 본부장들의 역할과 성과가 보인다. 불만이 없고 배우려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밑에 사람들의 역할과 지위를 부여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팀제를 도입하게 됐다.
- 관광공사의 팀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과거에는 과원→과장→차장→부장→처장→본부장→사장의 직급형태였다. 조직이 너무 복잡했다. 전체 조직에 팀제를 도입했고 팀원→팀장→본부장→사장 단계로 줄였다.
정부 부처에서 갑자기 국장이 없어진 것처럼 본부장 처장 등이 없어지고 팀장만 남게 됐다. 팀장은 1~3급 직원 중 우수한 사람을 발굴해 보직을 줬고, 팀원은 1~5급이 모두 맡아서 한다. 1급 직원도 팀장으로 발탁되지 않으면 팀원이다. 일반 하위직 직원들은 환영했지만 고위직 직원들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 반발도 상당했을 텐데
혁신 논의 단계부터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면서 잔잔하게 준비했다. 다만 결정이 되면 신속히 도입하고 집행했다.
첫 팀제 도입시 전체 팀장 중 27%를 3급 직원으로 뽑았다. 최근 인사에서도 3급 팀장이 늘어났다. 일부에서는 곡소리가 나왔다. 상황을 지켜보던 1·2급 직원들이 ‘이거 장난이 아니네’라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혁신하자는 것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 내부에서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경쟁력은 경쟁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팀장 자리를 하나 놓고 1~3급 직원들이 경쟁한다. 같은 조직내에서 선후배간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는 게 잔인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다.
- 팀제가 확산되고 있지만 단점도 있을 텐데
당연히 팀제의 약점도 있다.
팀제의 특성은 전투전면은 길고 종심은 짧다는 점이다. 과거 6~7단계의 직급을 3단계로 간소화하자 업무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됐다. 수평조직으로 바뀌면서 조직의 형태가 길게 늘어났다. 그런데 팀제는 축구로 치면 오프사이드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거에는 두툼했는데 얇아지자 한 곳에서 구멍이 날 경우 뻥 뚫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축구에서 오프사이트 함정을 쳐 놓았는데 방심하는 사이에 오프사이트 트릭이 안 먹히고 골을 먹거나 위기에 빠지지 않는가.
안 뚫려야 하니까 계속 점검을 해줘야 했다. 사장과 본부장이 바빠졌다. 과거 본부장은 처장만 점검하고 처장은 부장만 점검하면 됐는데 이제는 사장과 본부장이 전체 팀장을 다 살펴봐야 한다.
- 팀제를 보완하는 방안은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려는 고민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업무량이 중한 것은 조직을 두텁게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슬림한 조직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안 뚫리게 하려면 다양하게 거미줄처럼 묶어놔야 한다. 수평적 협조가 강조되는 상황인데 의사소통 등에 문제가 생기면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팀제 정착을 위해서는 조직원의 로열티와 개인적 능력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직원 하나하나의 역량 문제가 중요하다.
특이한 점은 가만히 두고 보니 희망이 생겼다.
조직의 약점을 직원들이 스스로 깨달고 보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 각종 아카데미 모임이 많아졌다. 자발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불러서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교재를 만들어 공부하고 지식을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오프사이트 라인이 뚫리면 안 된다’, ‘수평조직을 위해서는 의사소통과 전문지식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개개인이 알아내고 자발적으로 주도하게 됐다.
팀제의 약점을 알게 됐을 때 걱정했지만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활동이 시작되면서 팀제가 안정화됐다.
- 마케팅 분야는 어떻게 변화했나
과거 마케팅은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고 현지 여행사 만나 해당 국가의 단체 관광객을 한국으로 보내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업방식은 현재도 하는 것이지만 현지에 나가있는 관광공사 지사가 이것만 하면 안 된다.
토털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사는 본사의 분신이다. 본사의 일부 기능만 한다면 지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사가 하는 기능을 모두 지사가 수행해야 한다.
‘한국의 경치가 좋으니까, 행사를 하니까 한국을 방문하세요’ 보다는 ‘우리 관광공사는 개발사업도 하고 골프장이나 카지노,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고, 남북교류관광사업도 추진한다’는 것을 강조하도록 했다. 우리 사업을 묶어서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관광공사하면 여행사로만 알았는데 면세기능도 수행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사의 공신력이 커지고 토털마케팅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 여러 개선안 중 위기관리 프로그램이 있던데 관광 업무에서 위기관리라는 것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위기관리라는 게 없었다.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임기응변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사전위기관리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생겼고 일부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요령을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만일 ‘이런 징후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위기 5단계’ 또는 ‘위기 4단계’ 식으로 구분했다. 일정 단계는 본부장에게 보고하고 그 이상일 경우 바로 사장에게 보고한 후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단적인 예가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독도 문제와 신사 문제가 터지면서 위기매뉴얼 덕을 톡톡히 봤다. 독도 망언이 터질 때 현지 지사와 관련 부서에서 위기매뉴얼을 적용해야 한다는 보고가 왔다.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징후가 보였다. 수학여행 취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학교장과 학부모회가 학교 운영에 큰 역할을 한다. 학부모회에 한국관광공사 사장 명의로 편지를 600~700통 보내고 지사장이 학교장을 찾아가 설득했다. 따라 따로 움직이지 않고 동시에 진행됐다. 과거 한국내 반일감정이 제기되면 수학여행 취소율이 3~5%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0.1%에 그치게 했다.
과거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우왕좌왕했는데 사전에 매뉴얼을 만들고 그대로 진행하니까 엄청난 효과를 거뒀다.
- 둥둥구리무 장수론을 펼친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둥둥구리무 장수는 그 어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가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멀티플레이 전천후 마케터라고 규정할 수 있다.
시골 장터를 돌며 서양의 피에로 같은 분장에 음악을 연주하며 화장품을 팔았다. 또 장터 손님들의 애경사나 경조사를 다 알고 적절할 때 가정방문을 하며 ‘딸 결혼식에 쓸 화장품’이라며 타켓 마케팅도 했다.
둥둥구리무 장수처럼 일인다역의 멀티플레이어가 관광산업을 일굴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공직생활을 하면서 각종 행사 의전에서 사진 촬영과 녹음, 메모, 상관이 필요한 자료를 건네는 것 등 혼자서 여러 일을 동시에 했다.
지금 시대는 디지털시대다. 멀티플레이어가 되기에는 최적의 여건이라고 본다. 손바닥만한 디지털카메라와 손가락만한 보이스맨 등 디지털 기기들의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필요한 보고서를 사진과 녹음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면 보고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관광공사를 경영하면서 철학이 있다면
제가 취임사에서 한 이야기인데 가슴에 꼭 와 닿는 말이 있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불린다’라는 말인데 움직이지 않고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우리 형상기억합금이 되지 말자고 주문한다.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자꾸 잊어버리고 주어진 과제를 하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종민 사장은
- 68년 경기고, 72년 서울대 법대 졸
- 72년 행정고시 합격 / 총무처 행정사무관
- 94년 대통령 행정비서관 / 95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
- 96년 문화체육부 차관
- 99년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장
- 02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 04년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
- 05년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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