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지역내일 2006-07-27
현대차 노조원 최대고민은 고용불안


최근 학계는 현대차 노사관계를 두고 다양한 학문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개별 기업 노사관계에 학계가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현대차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노조가 한국 노동운동에서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학자들은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노사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인식이다. 지난 26일 한국노동교육원에서 박태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최근 ‘현대차 노사관계 진단과 대안’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골치 아픈’ 현대차 노사관계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너무 복잡한 문제다. 핵심은 노조원들이 겪는 고용불안이다. 이번 임금협상을 보더라도 조합원들의 관심은 고용 안정성이다. 단체협약을 통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많이 만들었다.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고용이 불안하니 우선 많이 받아두자는 욕심이다.
- 안전장치가 있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단협에는 노조 동의 없이 조기퇴직도 못하게 돼 있다. 해외공장을 만든 것에도 제약을 가하고, 신차 도입도 관여한다. 하지만 고용문제는 법이나 제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의 위기감도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 제도 이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노조가 단협만으로 고용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용은 단협뿐만 아니라 회사측의 의지와 제품시장의 안정성이 보장해준다. 자동차는 세계화된 상품이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제품이다. 고용보장을 받으려면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 사실을 노조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노조가 모르고 있다는 뜻인가.
조합원들은 느끼지만, 노조는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투쟁으로 고용을 얻으려 할 때 오히려 경쟁력에 손실을 입으면 반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교육 훈련 숙련 등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불가피하다.
- 유연성은 고용을 잃는다는 것 아닌가.
어떤 유연성이냐가 문제다. 수량적 유연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고 같은 방식은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 기능적 유연성이 중요하다. 숙련을 바탕으로 전환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상품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임금의 유연성도 중요하다. 이런 유연성을 가져야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
- 노조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노조가 잔업특근과 같은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고 연공식 임금체계를 고수하면서 회사의 전환배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되서 돌아올 것이다. 노조가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사측이 비정규직을 활용한다. 비정규직은 사측이 할 수 없이 선택하는 유연성 수단이다. GM과 포드가 정크본드로 떨어지는데 2년밖에 안걸렸다. 세계경제의 핵심은 불확실성이고, 자동차도 가장 불확실한 상품중 하나다.
- ‘골치 아픈’ 노사에 대한 회사 책임은
사측의 학습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19년이나 노조가 똑같은 임금인상 파업을 해왔다. 회사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는데, 쌓은 노하우가 없다는 것은 미스테리다. 즉 많은 수강료를 내고도 배운 게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 현대차에 노무담당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조가 있는 회사에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여기서 전문가는 현장 노무관계를 다루는 임원급 전문가를 말한다. 한마디로 노사관계와 노조를 알고 중장기적 비전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언하건데 현대차에는 단한명의 전문가가 없다.
- 왜 그렇다고 보는가.
수시인사 때문이다. 전문성과 일관성이 없다. 노사관계는 아무나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다. 노사문제는 온갖 학문과 고민이 연결된 분야다.
- 산별전환이 화두다. 현대차에 기회가 될 것인가.
산별은 한마디로 ‘독이 많은 위험한 짐승’이다. 노사가 산별전환을 잘 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회사는 내부를 생산을 위한 협력의 장으로 만들 수 있고, 갈등요소는 외부로 밀어낼 수 있다. 독일은 산별전환을 잘 해냈다.
- 현대차 노조는 잘 해낼 것인가.
현재는 너무 악조건이다. 노조 조직률이 낮고,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최근 산별 투표는 첫 발자국을 뗀 것뿐이다. 산별체계는 교섭구조를 정착시키면서 완성된다. 사측을 교섭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방법에는 두가지다. 하나는 노조가 사측을 힘으로 끌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득하는 것이다. 후자가 더 현실적이다. 여론은 현재 산별노조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임금협상 파업은 실패했다.
- 왜 그렇다고 보는가.
산별이 추구하는 정신은 연대다. 마치 이웃집과 담을 트고 한살림을 차리자는 것이다. 이번 임투과정에서 현대차가 부품노조나 비정규직에 대해 얼마나 배려했나. 사측에 대해서도 최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노조에 대한 두려움을 더 심화시켰다. 이번 산별전환 투표에서 사측의 조직적인 개입은 전혀 없었다. 사측이 이번을 계기로 신뢰를 쌓아보자고 해서 개입을 안한 것이라고 한다. 사측이 노조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최장기 파업으로 사측의 내민 손을 거절한 셈이 됐다. 이번 임금협상을 보면서 사측은 ‘산별로 가면 노조의 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맞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보수 언론도 자신의 우려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이번을 계기로 현대차 노조는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