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자동차 현주소 어디-2

지역내일 2006-07-27
골치 아픈 노사 관계
현대차 가속페달 될까

‘주간 2교대 제도’도입 주목
노사 양측 모두 책임

‘임금협상 파업은 휴가철 직전에 타결되고, 단체협상 파업은 한가위까지 가는 게 공식 아닌가요.’울산시민들은 대부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결말에 대한 질문에 나름대로 터득한 ‘파업 공식’을 내놓는다.
노조 출범 이후 19년간 정례화한 듯한 현대차 파업. 이를 보는 지켜보는 여론의 평가는 무관심 그 자체다. 언론들은 봄철이면 치르는 행사로 여기는 분위기다.
파업은 노조가 사측과의 교섭에서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절박한 노조 처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파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이렇게 싸늘하기만 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대차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노사관계는 브레이크가 될 것인가 액셀러레이터가 될 것인가.’
지난 26일 자정을 앞둔 시각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윤여철(울산공장장)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교섭대표자들이 18차 교섭을 갖고 임금교섭에 잠정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합의된 내용중 임금인상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은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이 제도 변화는 단순히 월급제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수준이 아니다.
이 급여체제 변화의 배경은 2009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심야근무(0시~6시)를 없애고 오전 6시 또는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 또는 밤 12시 사이에만 2교대로 근무한다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현재 현대차의 근무시간은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오후 6시부터 2시간 잔업),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오전 6시부터 2시간 잔업)로 각각 정해져 있다.
현대차 노사가 이 제도도입을 합의한 것은 지난해 9월 단체교섭에서다. 이 제도는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현대차 노동관계 전반적인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왜냐면 생산물량과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시에 유지하자면 교육훈련체제 구축, 고용체제 유연화, 임금 승진체계 개편, 작업조직 개선, 설비투자 등이 맞물려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간연속 2교대 제도 도입 의미를 주목한 한국노동교육원 박태주 교수는 ‘현대차 노사관계 진단과 대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재 현대차 노동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현대차 노사관계의 대안으로 △글로벌 허브 전략 △유연대량생산방식과 함께 이 제도 도입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는 노조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제도라고 전망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기본적으로 노조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회사측이 설비투자나 인력충원 등 상당한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이 보고서는 현대차의 노사관계혁신 프로젝트 연구용역의 일환으로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현대차 노사관계를 진단하면서 노조뿐만 아니라 회사측에 대해서도 ‘험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박 교수는 수차례 노사 양측을 만난 결과 현대차 노사문제의 근본적인 진원지를 ‘근로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이라고 했다. 또 이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노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 노동관계의 특징은 △불완전한 ‘핵심-주변 노동시장 모델’ △‘의사(가짜) 전투주의에 바탕을 둔 담합적 구조’ △노조우위의 작업장 노사관계와 낮은 생산성이다.
핵심-주변 노동시장 모델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핵심노동시장인 정규직들이 낮은 숙련과 기능부족으로 핵심인력으로 기능하지 못하는데다, 노동유연성이 떨어져 해고나 자리이동도 못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은 유연하지만, 차별적인 주변노동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즉 현대차의 경우 전반적으로 조직의 유연성을 실현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직의 경직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기업노동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전투주의에 바탕을 둔 담합적 구조라는 말은 현대차 노사가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장기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박 교수는 의사전투주의에 대해 노조측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타결의 사전단계로서 조합원의 동의를 얻기 위한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우위의 작업장 노사관계’는 현장에서 대의원이 생산중단 위협, 연장・특근 동의권, 산업안전 감독권을 통해 현장권력을 장악하고 현장감독자를 무력하게 한다는 의미다.
회사측도 지금과 같은 ‘골치 아픈’노사관계를 조성한 책임이 있다. 먼저 물량 단기주의와 노사문제에 대한 비전 없는 경영이다. 단기 성과주의는 노조의 단기 실리주의와 결합했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또 현대차의 노동전략은 살아 있는 노동(근로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를 배제하고 죽은 노동(기계설비)으로 대체했다. 박 교수는 노무팀의 취약성과 원칙없는 노무관리도 문제로 삼았다. 이 때문에 “노조는 그래도 2개월마다 바뀌는데 사측은 6개월마다 바뀐다”든지 “울산공장장 자리는 고려장 자리”라는 노조의 표현이 나온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와 같은 노사관계로는 글로벌전략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회사와 노조를 수차례 만나면서 글로벌 전략이 노동관계의 덫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즉 현대차가 추진하는 ‘글로벌 톱 5 전략’은 국내 △정규직 노동자의 세계화 반발 △비정규직의 차별 반발 △해외공장의 노사문제 부각 등 삼중적인 노사관계의 덫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관계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변화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는 현재 노사관계 나아가 현대차의 상황에 걸맞는 최고의 관행을 담은 ‘현대적 생산방식(Hyundaism)’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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