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 닫지 않도록 자녀를 믿어라”

학부모 좌담 - 우리 아이 유학생활 이렇게 보냈다

지역내일 2006-08-02
단기유학은 초등 5학년 전후, 장기유학은 중 3학년 전후가 적기
부모 언어능력이 가장 큰 애로점 … 문화차이는 대화로 극복해야

주변에 아이들을 유학을 보내거나,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조기유학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찬반논란까지 일고 있다. 자녀가 현재 유학 중이거나 이미 유학을 다녀온 4명의 주부들을 만나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좌담회 참석자="">
- 전혜정(51세) : 현재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딸과 고3인 아들이 영국 유학 중이다. 2000년에 둘다 영국으로 유학보냈다.
- 황용화(42세) :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캐나다에 정착한지 1년 반 되었다.
- 정경림(45세) : 고2인 딸이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 또 초등 6학년인 둘째 딸은 1년반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 김미란(44세) : 초등 5학년 아들을 캐나다에 1년반 유학시킨 후 최근 귀국했다.

- 조기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전혜정(이하 전) :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조기유학 붐이 일었다. 유학을 가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아이가 먼저 조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좀 소극적인 편이었다. 남편과 나는 우리 아이가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이겨낼 수 있을지 늘 걱정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아이에게 예체능교육과 함께 영어교육을 시켰다. 여러차례 해외캠프를 통해 외국 아이들과 어울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유학 초기 영어에 대한 공포심을 갖지 않고 잘 적응했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미국 대사관에서 바로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비자신청을 준비하는 사이에 영국에 살고 있는 지인이 현지 학교를 소개해서 영국 유학을 선택하게 됐다.

정경림(이하 정) : 우리 큰 아이는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다. 예체능 교육환경이 좋을 것으로 판단해서 캐나다를 선택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예술중학교에 진학시켜 예술가로 키울까 생각도 했는데 잘 모르는 길이라 포기하고 일반 중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아이가 중 2때부터 바이올린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졸랐다.
너무 늦은 게 아니냐며 말렸지만 자신 있다는 아이를 막을 수 없었다.
미국으로 보내고 싶었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 캐나다 사립학교를 선택했다. 다시 한국에 데려올 생각은 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를 바라고 있다.
둘째 아이는 좀 낭만적인 생각에서 조기유학을 보냈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언니와의 유대관계를 고려해 보냈다.
우리 부부는 기러기 생활을 선택하지 않고 아이들만 보냈다. 잠깐 떨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 때문에 우리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김미란(이하 김) : 영어습득을 목적으로 초등학교 4년 때 조기유학을 보냈다. 아이가 영어를 너무 싫어해 학교 수업은 물론 학원 공부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공부 잘하는 누나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조기유학을 선택했다.
우리 아이는 말하기와 체육이 특기다.
이런 특성을 가진 아이가 외국어 능력을 갖춘다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아이 특성이 현지 적응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이 추천해서 캐나다 유학을 선택했다.

황용화(이하 황) : 우리는 조기유학이 아니라 이민을 선택했다. 우리 아이는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수입약품으로 치료를 계속해왔다.
처음에는 강원도 등 시골로 이사를 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맞벌이를 하는 샐러리맨이라 유학을 보내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농촌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시골을 너무 싫어해 농촌으로 이주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놀이 삼아 시킨 영어 공부에 아이가 소질을 보였고 수입약품을 계속 써야 하는 아이 건강상태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남편의 직업 특성 등을 고려해 이민을 결심했다.
이 후 현지 취업을 위한 자격증을 따는 등 꾸준히 준비를 했다.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마땅한 직장을 잡기 힘든 현지 사정때문에 남편은 먼저 귀국하고 나와 아이만 남아 있는 기러기 가족으로 지낸다.

- 유학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황 : 가장 어려웠던 것은 능숙하지 못한 영어실력때문에 나와 아이가 당하는 불이익이었다.
매일 오후 3시 40분에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는데, 한번은 4시 1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보니 아이가 교무실에서 울면서 교사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중에 이유를 물었더니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지 아이에게 왕따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와 싸웠다고 했다. 다행이 교장선생님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아이가 입은 상처는 컷다.
아이가 언어문제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이민이 부모의 허영과 사치가 아니었나,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다시 한국 들어가자고 했다.
아이가 한번만 기회를 달라며 여기서 내가 포기하고 떠나면 다음에 오는 한국 아이들이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된다고 했다. 두 달 정도 지나니까 학교에 적응했다.
언어는 유학가기 전 최대한 준비하는 게 좋다.
아이는 2년 정도면 언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한다. 오히려 내가 영어가 부족하다는 게 큰 어려움이다.
유학 중인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엄마 대부분이 겪는 공통적인 고민일 것이다.
아이가 벌써부터 캐나다 현지인과 유사한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부족한 내 영어 능력 때문에 대화가 단절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가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방학이면 한국에 꼭 들어온다.

김 : 우리 아이가 다녔던 학교는 한국인과 민족성이 유사한 이탈리아계가 많은 이탈리안 학교라서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탈리아계의 경우 우리와 민족성이 비슷하다.
문제는 엄마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아이 교육 문제, 이사 문제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또 현지 엄마들이 친해져야 아이들도 친해지는데 내가 자신 있게 나서지 못했다. 이웃들과 친해지는 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언어가 좀 부족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이웃들과 친해지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전 : 영국의 경우 보호자가 없을 때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가디언’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가 쉬는 날에는 가디언 집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가디언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민사회가 활성화된 지역의 경우 한국 사람들끼리 보살펴주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가 있는 지역은 한국인이 많지 않아 현지인 직업 가디언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오히려 가디언의 눈치를 보며 산다는 느낌이 든다.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가디언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다.
이런 문제까지 고려하면서 유학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유학 전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많이 나는 점은 무엇이었나.

정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유학을 보냈던 엄마들이 말하는 비용보다 약 1.5배쯤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매년 상승하는 물가나 고학년이 될수록 늘어나는 학비 그리고 부대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정확한 예산을 세워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정 :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또 다른 문제는 사춘기 시절의 유학 생활에서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문화적 차이다. 우리 아이들도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유학생활이 길어질 경우 현지화된 아이의 사고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가족 간 문제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처럼 야단을 치면 아이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낸다거나 욕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잘못하면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부모도 아이가 생활하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황 : 나는 이민자라 집을 소유하고 있어 지인 부탁으로 유학을 온 고 3 남학생을 데리고 있었던 적이 있다.
이 아이는 착한데 휴학한 상태였다. 친구들을 잘 못 만나 생활이 무너진 것이다.
캐나다인들은 아침에 깨워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8시 30분에 시작하는 수업을 거의 가지 못했고 수업일수가 부족해 졸업도 하지 못했다.
같이 생활하면서 자주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족처럼 지내게 됐다. 이후 아이는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졸업 후 국내의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이 아이가 혼란을 겪었던 가장 큰 원인은 엄마가 필여할때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유학초기에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집에 전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문화적 차이가 커지고, 무너진 생활을 감추려다 보니 신뢰가 무너지면서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됐다. 이런 문제는 남자 아이들에게 더 많이 일어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 조기유학을 가는 시기와 돌아오는 시기는 언제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정 : 너무 늦게 귀국하면 국내 대학에 가기가 힘들다. 우리나라 대학에 진학시키려면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에 갔다가 2년 정도 공부하고 돌아오는 게 좋다.
현지에서 대학까지 진학시키려면 중 2~3학년 정도에 보내는 것이 좋다. 사춘기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한국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서를 어느 정도 갖출 수 있어 좋다.
조기유학으로 와서 오랫동안 있는 아이들은 뭔가 다르다. 기숙사 등에서 아이들끼리 있으면서 사회적 규범이나 법규 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들끼리의 문화를 형성한다.
귀국했을때 문화적 충격이 클 가능성이 높다.
우리 가족의 경우, 현지에서 대학에 진학할 큰 아이는 중3에 보냈고, 귀국시킬 생각이었던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때 조기유학을 선택했다.

황 : 너무 어릴 때 유학 보내는 것은 반대다. 물론 언어습득에는 유리하겠지만 이민이 아니라면 초등학교 5~6학년에 2년 정도 보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처음 계획에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고 그 이유는

김 : 당초 3년을 예상하고 나갔다. 그런데 아이가 영어를 잘 배우지 못했다. 숙제 때문에 새벽 2~3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1년 반 만에 귀국했다.

- 성공적인 유학을 위해서 조언하고 싶은 얘기는.

황 : 무엇보다 아이를 믿어야 한다. 아이들이 행동하는 것을 잘 보면 떨어져 있어도 거짓말하는 게 다 보인다. 아이의 잘못을 발견했다고 무조건 야단치면 안된다. 마음의 문을 닫게 하지 말고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대화해야 한다.

김 : 영어 잘하는 게 벼슬은 아니다. 영어를 잘하면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공부를 시키고 있다. 아이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편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 : 한국에서 공부를 잘했다 못했다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의 성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성공적인 유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전 : 아이가 선택을 해야 한다. 유학가면 힘든 건 뻔하다. 문화가 다른 아이들이 모여 있는 외국 학교에 혼자 갔는데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런 어려움은 1~2년이면 대부분 해결된다.
유학을 가자마자 아이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조급해하는 엄마들이 있다. 엄마가 조급해 하면 아이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한국 아이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잘 적응하면 분명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장세풍 기자 ·정옥선 리포터spj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