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 죽엽산 자락에 골프장 논란
핵심생태계 바로 옆 … 모 종중 소유 임야 58만평 임대 추진
국내 유일의 천연 학술 보존림인 광릉숲 핵심지역 바로 옆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1리 마을청년회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 67여만평의 모 종중 소유 사유림 중 58만평에 대해 임대계약이 추진 중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15억원에 연 임대료 6억원 선, 임대 임야 58만평 중 골프장은 33만평 규모, 보존지역은 25만평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일대는 광릉숲 핵심생태계인 죽엽산(606.6m) 정상부에서 불과 1km 떨어진 산자락으로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범정부 차원의 ‘광릉숲 보전대책’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8월 22일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광릉숲 보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광릉숲 관리 개선방안 △교통량 저감대책 △수질오염 방지대책 △광릉숲 주변 개발억제 △법적·제도적 장치 강구 등의 내용과 함께 주요 실천 과제와 주관 부처·협조 부처까지 명시됐다.
◆마을공동체 수익사업 컨설팅까지 =
“수차례 골프장 유치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임야를 소유한 모 종중의 이사진들은 지난 7월 16일 종친회 임시총회를 열어 골프장 유치 인준(認准) 결론을 내린 상태다.”
고모1리 마을청년회 감사 권오혁씨의 말이다.
이후 7월 20일 고모1리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골프장 반대 대책위’가 구성됐다.
차완수 대책위원장은 “골프장 건설시 엄청난 규모의 산림훼손은 물론, 수질 오염과 지하수 고갈, 홍수 사태, 마을 공동체 붕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골프장을 놓고 이미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과 부모 형제간에도 의견 다툼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책위는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골프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골제3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제3의 대안은 △휴양림(소규모 숙박시설 포함) 임대 △마을 공동체 수익사업 컨설팅 △생태수목원 조성 등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태다.
임야를 소유한 문중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커지고 있다. 7월 23일 결성된 문중 청년회는 골프장 임대사업에 대한 찬·반 토론(찬성 2, 반대 16, 기권 1)을 거쳐 반대의견을 공식화했다.
◆“선산 관리비 연간 2000만원 이상” =
이 일대에는 20여년 전에도 골프장이 추진된 적이 있다.
당시 골프장 건설회사는 수십억원의 보증금에 연 1억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년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종중에 소유권을 반납하겠다고 제안했다.
문중회의를 거듭한 결과 젊은층은 찬성, 노년층은 반대로 의견이 갈렸다. 이런 와중에 젊은 유사(有司 ;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직무)가 건설회사와 가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받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본계약을 체결하려면 종손의 인감도장이 필요했다.
당시 나이 든 종손은 “나는 너희 잡혀가는 꼴도 볼 수 없고, 외지 사람들이 조상 묘 앞에서 공 치는 꼴도 볼 수 없다”며 “내 손으로는 도장을 내줄 수 없으니 내가 잠든 틈이나 어디 나갔을 때 도장을 훔쳐가라”고 완고하게 버텼다. 결국 가계약은 해지됐고 문중에서는 상당한 배상금을 물어냈지만 골프장은 들어오지 못했다.
마을청년회 권오혁 감사는 “20년 전에는 청년층에서 골프장을 유치하려던 계획을 노년층에서 막았는데, 지금은 노년층에서 유치하려는 골프장을 청년층이 막고 있다”며 “당시 골프장을 유치하려던 분들이 나이가 드신 지금도 미련을 못 버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골프장 유치에 찬성하는 한 주민은 “종중 임야에 대한 보유세도 계속 올라가고 있고 인근 신도시 개발 등이 진행되면 이 일대가 보전지역으로 묶인다는 얘기도 있다”며 “종중 입장에서도 연간 관리비용만 2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선산을 그냥 버려둘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포천 =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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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생태계 바로 옆 … 모 종중 소유 임야 58만평 임대 추진
국내 유일의 천연 학술 보존림인 광릉숲 핵심지역 바로 옆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1리 마을청년회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 67여만평의 모 종중 소유 사유림 중 58만평에 대해 임대계약이 추진 중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15억원에 연 임대료 6억원 선, 임대 임야 58만평 중 골프장은 33만평 규모, 보존지역은 25만평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일대는 광릉숲 핵심생태계인 죽엽산(606.6m) 정상부에서 불과 1km 떨어진 산자락으로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범정부 차원의 ‘광릉숲 보전대책’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8월 22일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광릉숲 보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광릉숲 관리 개선방안 △교통량 저감대책 △수질오염 방지대책 △광릉숲 주변 개발억제 △법적·제도적 장치 강구 등의 내용과 함께 주요 실천 과제와 주관 부처·협조 부처까지 명시됐다.
◆마을공동체 수익사업 컨설팅까지 =
“수차례 골프장 유치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임야를 소유한 모 종중의 이사진들은 지난 7월 16일 종친회 임시총회를 열어 골프장 유치 인준(認准) 결론을 내린 상태다.”
고모1리 마을청년회 감사 권오혁씨의 말이다.
이후 7월 20일 고모1리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골프장 반대 대책위’가 구성됐다.
차완수 대책위원장은 “골프장 건설시 엄청난 규모의 산림훼손은 물론, 수질 오염과 지하수 고갈, 홍수 사태, 마을 공동체 붕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골프장을 놓고 이미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과 부모 형제간에도 의견 다툼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책위는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골프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골제3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제3의 대안은 △휴양림(소규모 숙박시설 포함) 임대 △마을 공동체 수익사업 컨설팅 △생태수목원 조성 등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태다.
임야를 소유한 문중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커지고 있다. 7월 23일 결성된 문중 청년회는 골프장 임대사업에 대한 찬·반 토론(찬성 2, 반대 16, 기권 1)을 거쳐 반대의견을 공식화했다.
◆“선산 관리비 연간 2000만원 이상” =
이 일대에는 20여년 전에도 골프장이 추진된 적이 있다.
당시 골프장 건설회사는 수십억원의 보증금에 연 1억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년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종중에 소유권을 반납하겠다고 제안했다.
문중회의를 거듭한 결과 젊은층은 찬성, 노년층은 반대로 의견이 갈렸다. 이런 와중에 젊은 유사(有司 ;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직무)가 건설회사와 가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받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본계약을 체결하려면 종손의 인감도장이 필요했다.
당시 나이 든 종손은 “나는 너희 잡혀가는 꼴도 볼 수 없고, 외지 사람들이 조상 묘 앞에서 공 치는 꼴도 볼 수 없다”며 “내 손으로는 도장을 내줄 수 없으니 내가 잠든 틈이나 어디 나갔을 때 도장을 훔쳐가라”고 완고하게 버텼다. 결국 가계약은 해지됐고 문중에서는 상당한 배상금을 물어냈지만 골프장은 들어오지 못했다.
마을청년회 권오혁 감사는 “20년 전에는 청년층에서 골프장을 유치하려던 계획을 노년층에서 막았는데, 지금은 노년층에서 유치하려는 골프장을 청년층이 막고 있다”며 “당시 골프장을 유치하려던 분들이 나이가 드신 지금도 미련을 못 버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골프장 유치에 찬성하는 한 주민은 “종중 임야에 대한 보유세도 계속 올라가고 있고 인근 신도시 개발 등이 진행되면 이 일대가 보전지역으로 묶인다는 얘기도 있다”며 “종중 입장에서도 연간 관리비용만 2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선산을 그냥 버려둘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포천 =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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