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가르치는 아이들이며 이런 저런 학교 얘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던 친구가 불쑥 던진 질문이 ‘생독초’를 아느냐는 것이다. 뜬금없는 약초(?)얘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필자에게 친구가 해준 설명은 요즘 학교에서 ‘인플레이션’을 가르칠 때 쓰는 말이 바로 ‘생독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은 생산비 상승, ‘독’은 독과점 기업의 시장지배, ‘초’는 초과수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교과서에는 이‘생독초’세 음절에만 빨갛게 밑줄이 그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인플레이션이 왜 생독초같은 것이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아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암기위주 교육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교과서가 아닌 일상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경제교육마저 예외가 없는 것이다. 실제 57%가 넘는 학생들이 현재 경제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암기식 교육’이라고 지적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렇게 원리는 모른체 용어만 외우다 보니 아이들에게 경제는 생활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또 다른 공부거리로만 다가올 뿐이다. 안 그래도 공교육과 사교육의 틈바구니 속에서 공부거리가 넘쳐 나는 아이들인데…… 그래서 아이들은 경제를 ‘왕따’시킨다. 실제 수능시험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05년 수능시험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한 경우는 전체 응시자의 14.7%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경제’라고 하면 그저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용어만을 떠올린다. 그래서 경제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가 어렵다는 선입관이며, 어쩌면 이런 선입관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바로 경제교과서인지 모른다. 실제 우리나라의 각급 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들을 보면 ‘외계어(外界語)’같은 경제용어로 가득찬 경우가 많다.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경제교육 도서 역시 너무나 많은 전문용어를 사용하느라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경제용어를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용어의 정확한 이해는 모든 배움의 시작이자 마지막 정리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 전혀 암기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대로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같은 공식도, 무한대(∞)·루트(√) 같은 기호들도 열심히 외워야 한다.
다만 경제용어를 단순한 ‘암기사항’이 아닌 ‘생각할 꺼리’로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영어 단어도 문장 속에서 이해를 해야 ‘산 영어’가 되듯이 경제용어도 의미 없이 암기만 해서는 생명력을 잃는다. 그런데 부모도 잘 모르는 경제용어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경제용어에 대한 아이의 질문을 만나게 되면 가끔씩 아찔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단어가 입안에서만 뱅뱅 돌기도 하고 어느새 말이 엉켜버리게 되기도 한다. 사실 너무 친근한 존재일수록 설명이 쉽지 않은 법이다.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 중 한 사람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지미 카터’와의 선거전에서 경제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과시했었다. “‘불경기(Recession)’란 당신의 이웃이 실직할 때이고 ‘불황(Depression)’은 당신이 실직할 때이다. 그렇다면 ‘경기회복(Recovery)’은? 바로 지미 카터씨가 실직할 때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경제용어를 얘기할 때는 개념 자체에 치우치기 보다는 생활 속의 예를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얘기할 때 “어떤 재화의 소비량의 추가단위분으로 부터 얻는 효용은 감소한다.”는 교과서적 표현 보다는 “처음 먹었던 빵이 가장 맛있고, 두 번째 세 번째 갈수록 빵의 맛이 덜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또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설명해 줄 때는 오래된 신문이나 잡지 등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햄버거, 운동화, 자전거 등 아이에게 친숙한 물건의 옛날 가격을 찾아서 이를 지금의 가격과 비교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란 결국 해가 지남에 따라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해나 부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때의 물가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더욱 좋겠다.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쉽게 이해 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즐거운 추억여행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서가에 잔뜩 쌓여있는 먼지만큼이나 무용해지는 시대이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경제개념을 깨우쳐 주는 부모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말 그대로 ‘놀이’가 ‘공부’고, ‘공부’가 곧 ‘놀이’인 세상이 아닌가!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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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들의 교과서에는 이‘생독초’세 음절에만 빨갛게 밑줄이 그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인플레이션이 왜 생독초같은 것이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아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암기위주 교육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교과서가 아닌 일상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경제교육마저 예외가 없는 것이다. 실제 57%가 넘는 학생들이 현재 경제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암기식 교육’이라고 지적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렇게 원리는 모른체 용어만 외우다 보니 아이들에게 경제는 생활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또 다른 공부거리로만 다가올 뿐이다. 안 그래도 공교육과 사교육의 틈바구니 속에서 공부거리가 넘쳐 나는 아이들인데…… 그래서 아이들은 경제를 ‘왕따’시킨다. 실제 수능시험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05년 수능시험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한 경우는 전체 응시자의 14.7%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경제’라고 하면 그저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용어만을 떠올린다. 그래서 경제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가 어렵다는 선입관이며, 어쩌면 이런 선입관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바로 경제교과서인지 모른다. 실제 우리나라의 각급 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들을 보면 ‘외계어(外界語)’같은 경제용어로 가득찬 경우가 많다.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경제교육 도서 역시 너무나 많은 전문용어를 사용하느라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경제용어를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용어의 정확한 이해는 모든 배움의 시작이자 마지막 정리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이 전혀 암기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대로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같은 공식도, 무한대(∞)·루트(√) 같은 기호들도 열심히 외워야 한다.
다만 경제용어를 단순한 ‘암기사항’이 아닌 ‘생각할 꺼리’로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영어 단어도 문장 속에서 이해를 해야 ‘산 영어’가 되듯이 경제용어도 의미 없이 암기만 해서는 생명력을 잃는다. 그런데 부모도 잘 모르는 경제용어를 어떻게 가르치냐며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경제용어에 대한 아이의 질문을 만나게 되면 가끔씩 아찔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단어가 입안에서만 뱅뱅 돌기도 하고 어느새 말이 엉켜버리게 되기도 한다. 사실 너무 친근한 존재일수록 설명이 쉽지 않은 법이다.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 중 한 사람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지미 카터’와의 선거전에서 경제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서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과시했었다. “‘불경기(Recession)’란 당신의 이웃이 실직할 때이고 ‘불황(Depression)’은 당신이 실직할 때이다. 그렇다면 ‘경기회복(Recovery)’은? 바로 지미 카터씨가 실직할 때 찾아온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경제용어를 얘기할 때는 개념 자체에 치우치기 보다는 생활 속의 예를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얘기할 때 “어떤 재화의 소비량의 추가단위분으로 부터 얻는 효용은 감소한다.”는 교과서적 표현 보다는 “처음 먹었던 빵이 가장 맛있고, 두 번째 세 번째 갈수록 빵의 맛이 덜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또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설명해 줄 때는 오래된 신문이나 잡지 등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햄버거, 운동화, 자전거 등 아이에게 친숙한 물건의 옛날 가격을 찾아서 이를 지금의 가격과 비교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란 결국 해가 지남에 따라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해나 부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때의 물가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더욱 좋겠다.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쉽게 이해 시키는 것은 물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즐거운 추억여행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서가에 잔뜩 쌓여있는 먼지만큼이나 무용해지는 시대이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경제개념을 깨우쳐 주는 부모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말 그대로 ‘놀이’가 ‘공부’고, ‘공부’가 곧 ‘놀이’인 세상이 아닌가!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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