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 교수의 이산가족 이야기

남북 협상테이블의 새 의제

지역내일 2001-03-04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서울과 평양을 교환 방문하는 '눈물의 행사'가 이제 세 차례를 넘겼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계속될 수 있을까? 아직 알 수 없다. 남북 양측은 다음 차례의 행사에 대해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3차 이산방문단이 남긴 것

이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은 때로 탄식을 발하고 때로 눈시울을 붉혔으되, 대체로 무덤덤했다.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곤란한 판이기도 하지만, 앞서 두 차례의 행사를 바라보는 동안 감정선에 면역이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행사의 내용 자체에 큰 변화나 발전이 없으므로 유달리 반응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가족 한 가족이 반백년을 그리던 친혈육을 만나는 자리는, 그와 같은 차갑고 복잡한 계산법과 관계없었다. 정말 기적처럼 살아있는 구순의 노모를 만난 칠순의 아들, "어머니, 앓지 말라요. 하나도 걱정 말라요. 통일되면 다시 올께요"라며 눈물을 삼켰다.
50년을 수절해 온 부인과 그 딸이 북한에서 온 남편이자 아버지를 만났는데, "50년만에 만나니 꿈만 같지만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이 없다"는 약속 아닌 약속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능숙한 작가가 명장(名匠)의 솜씨로 소설을 쓴들, 이보다 기막힌 사연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자, 그런데 이 땅에는 이러한 엄청난 사연을 가진 이산가족들이 무려 1000만이라는 숫자로 남아있는 형편이다. 이를 제쳐두고 무슨 동포애니 인도주의니 인류의 양심이니 하고 이런저런 논의를 내놓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도출

그런데 이번 이산방문단 교환이 끝난 후, 지난 1·2차 때와 분명히 다른 한가지를 짚어두자면, 그것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공개적 언급의 시발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1969년 12월 강릉에서 납치된 KAL기 승무원 성경희씨가 평양에서 어머니 이후덕씨를 만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30여 년의 세월에 어머니는 처음에 그 딸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너 내 딸 맞아?" 이것이 그 어머니의 첫마디 말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헤어진 딸이 어느덧 50대 중반의 남편과 두 아이를 둔 엄마로 나타났으니, 밤마다 꿈에 그려온 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평양에서는 국군포로 출신 두 사람이 남에서 간 가족과 만났다. 남북 양측은 이 사실을 별다른 거리낌없이 보도했으며, 지난번 2차 방문시 동진호 갑판장 보도 때처럼 보도 제한에 크게 호들갑을 떨지도 않았다.
이처럼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가 남북간 이산가족 교환 사업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그래도 세 차례에 이르도록 이 사업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의거입북이나 귀순은 있을지언정 납북자나 국군포로는 없다는 입장이었고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반면에 우리측은 이 문제를 독단적으로 계속 주장하면 남북간에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깰 수 있으므로, 포괄적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조심스럽게 해결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그와 같은 조심성은 그만두어도 될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이처럼 돌출된 문제를 남북간의 협상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올려놓지 못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그것이 이번 3차 방문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남북간 의제에 제한 없어야

정부와 한적의 집계에 따르면, 6·25 전쟁 중 북한군에 의해 피랍된 납북자는 7034명, 국군포로는 1만9000명이며 이 가운데 납북자 337명과 국군포로 343명이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것으로 생사가 확인된 상태이다.
이들을 송환하기 위해 성실한 노력을 다하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해당한다. 미국이 미군 사망자의 유해를 한 구라도 더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간 '6·25전쟁 국군포로 가족협의회' 등 민간단체들은, 정부에 비전향 장기수와 납북자·국군포로의 상호교환을 요구하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을 강력히 주문해 왔다. 그러나 이 주문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대강 어물쩍 넘기고 '포괄적' 범주에 넣어 해결하려고 하면, 자칫 저들의 의거입북이나 귀순의 주장을 납득하는 것이 된다. 마침 이번에 왔던 김경락 북측 단장이 33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2일 63명의 장기수를 보내는 것으로 종결됐다고 한다. 만에 하나라도 보낼 사람이 있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상호호혜원칙에 따른 공식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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