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박12일 답사일지

강연과 세미나, 후손과의 대화가 곁들여진 다채로운 답사

지역내일 2006-08-14 (수정 2006-08-14 오후 11:37:39)
문패 : 11박12일 답사일지
제목 : 강연과 세미나, 후손과의 대화가 곁들여진 다채로운 답사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11박 12일동안 이뤄진 항일무장투쟁 유적지 답사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서너시간을 버스로 달려 한시간 남짓 유적지를 돌아보는 ‘수박 겉핥기식’ 답사도 적지 않았지만, 행사를 기획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측은 답사 중간 중간 전문가의 특강과 세미나, 조별토론 등을 통해 답사의 의의를 되새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기내식’으로 조찬과 오찬 해결한 연안행 =
답사단은 5일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간단한 발대식을 갖고 11박 12일의 대장정에 올랐다.
이날 오후 북경에 도착한 답사단은 당초 일본헌병대 자리(현 중국사회과학원)를 돌아볼 예정이었지만, 중국사회과학원측에서 버스 정차를 허용치 않아 서태후의 여름별장으로 유명한 이화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날 저녁에는 김위현 단장의 항일무장투쟁사 강의를 통해 답사의 취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답사 둘째날(6일) 연안으로 향하는 길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연안공항의 짙은 안개로 비행기가 네시간 가까이 연착하는 바람에 공항 대합실에서 ‘기내식 조찬’을 먹었고, 막상 비행기 안에서는 ‘기내식’으로 오찬을 대신했다.
이에 앞서 11시께 비행기 탑승을 위해 버스에 올랐지만, ‘추가 정비’를 이유로 출발시각이 또다시 늦춰지는 바람에 에어컨도 가동되지 않는 찜통 버스를 타고 약 15분동안 북경공항을 한바퀴 순회하는 생경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안에 도착한 답사단은 이날 오후 조선혁명군정학교(교장 김두봉) 부지와 조선의용군이 숙소로 사용했던 동굴주택 등 항일유적지를 방문했다.
이후 항일군정대학과 신화사 통신의 모태가 된 자리에 세워진 연안신문기념관을 둘러봤다.
답사단은 서안으로 향하는 기차시간에 1-2시간 여유가 생겨 연안의 상징물인 보탑산을 둘러봤다.

◆먼저 출발하고 나중에 도착한 기차 =
연안에서 서안까지는 야간 기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에어콘이 나오는 밤 9:00발 기차에는 나이 많은 어른 위주로 12명이 선발대로 출발했고, 에어콘 없는 10시11분 기차에는 학생과 교사 취재진 등 후발대 68명이 탑승했다.
그러나 정작 서안에 먼저 도착한 것은 후발대가 탑승한 기차였다. 도착예정시간보다 40분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허겁지겁 짐을 챙겨 기차에서 내려야 했다. 이에 반해 먼저 출발한 기차는 40분 이상 연착하는 바람에 서안역 광장에서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알다가도 모를 중국의 ‘고무줄’ 기차 운행시간을 체험한 하루였다.
서안역 광장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에서는 충격적인 중국식 화장실 문화를 체험하기도 했다. 좌우 칸막이만 있을 뿐 화장실 문이 없어 마주앉아 상대방의 용변 보는 모습을 지켜보며 볼일을 봐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던 것. 다행히 화장실 안내원의 배려로 기자는 한쪽 모퉁이에서 차분히 용변을 마칠 수 있었다.
답사 사흘째 서안에서는 광복군 2지대 주둔지와 2지대장 이범석 장군의 관사 등을 방문했다.
오후에는 흙을 구워 만든 토용이 발굴된 병마용과 진시황릉,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나누었던 화청지 등 서안 인근의 관광지를 둘러본 뒤 광복군 2지대가 OSS 훈련을 받았던 훈련장 미타고사와 대원들의 숙소로 사용했던 태을궁을 돌아봤다.
이날 저녁에는 중국 중앙당교 교수를 지낸 최용수 교수로부터 ‘조선의용대의 의미와 발자취’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답사 넷째날(8일)에는 서안 이부가에 위치한 한국광복군 사령부 터와 서북대학에 위치한 한국 청년전지공작대 훈련장을 둘러봤다.
오후에는 ‘서유기’로 잘 알려진 당나라 현장 법사가 당시 정부에 건의해 세웠다는 대안탑과 서안 시내에 세워진 성벽을 관광한 뒤 서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27시간 만에 찾아간 임천 광복군 제6징모처 =
서안에서 서주로 향하는 데에는 기차가 2시간 가량 연착하는 바람에 20시간 가까이 기차여행을 해야 했다.
기차에서는 난징(남경)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한다는 한 적극적인 여성의 도움으로 주변 중국인 여행객들과 영어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눴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날 대화는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 주도로 한반도의 통일문제와 한중관계, 한류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다.
서주에 도착한 답사단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7시간 가까이 달려 부양을 거쳐 어둑해지는 시간에야 임천에 도착했다.
광복군 제6징모분처가 있던 임천제일중학교에는 부친이 당시 정치교관으로 근무했다는 중국인 이홍씨가 나와 답사단에게 당시 정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광복군훈련반은 국민당 훈련반 조직 가운데 1개반이 조선인으로 구성돼 운영됐다고 한다. 답사단은 다시 임천에서 부양으로 돌아와 밤 10시가 다 돼서야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답사 6일째인 10일에는 광복군 3지대(지대장 김학규) 성립 전례식이 거행되었던 부양극장(현 맨하탄디스코장) 자리를 방문한 뒤 서주로 향했다.
부양에서 서주로 향하는 길에 답사단은 잠시 버스에서 내려 당시 서주 쓰카다 부대를 탈출, 임천을 거쳐 중경으로 향했던 당시 광복군의 고난의 행군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쓰카다 부대를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한 인사로는 재야운동가로 잘 알려진 장준하 선생을 비롯, 고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 박사, 광복회장을 지낸 윤경빈 전회장 등이 있다고 한다.
서주에 도착한 답사단은 쓰카다 부대 주둔지를 방문한 뒤 기차를 타고 한단으로 향했다.

◆태항산 인근에 안장돼 있는 항일열사들 =
11일 새벽 4시께 한단역에 도착한 답사단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섭현으로 향했다. 용전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좌권현 석문촌 태항산 기슭에 위치한 윤세주·진광화 열사 묘를 참배했다.
오후에는 마전 운두저촌 조선의용대 주둔지를 돌아봤고, 다음날인 12일에는 하남점 조선의용군 대중병원이 위치했던 곳과 조선혁명군정학교가 터를 잡았던 지역을 방문했다.
한단과 좌권, 섭현 일대 항일무장투쟁유적지를 돌아보는 동안에는 한단시 소속으로 석문촌에 위치한 조선의용군열사기념관 관장을 맡고 있는 상영생(50) 관장이 동행하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조선혁명군정학교 터를 찾았을 때에는 당시 무정 교장의 연락병 역할을 했다는 중국인 왕서안(78)씨가 나와 당시 조선의용군의 활약상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단시로 돌아와 진기로예 열사능원에 이장돼 안장돼 있는 윤세주·진광화 열사 묘역을 둘러본 뒤, 답사단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첫 강사로 나선 병점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호헌 선생님은 ‘한·중 항일투쟁사’를 연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답사의 취지와 의의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두 번째 강의는 언론인 주섭일 선생의 ‘프랑스에서의 나치부역자 청산과정과 한국의 친일파 청산’에 대한 비교 강의가 이어졌다.
해방 이후 제대로 된 친일파 청산 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일제치하에서 목숨 걸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독립운동가들이 여전히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일깨워주는 강의였다.
다음으로는 공군 준장으로 예편하고 공군사관학교 초빙교수로 있는 금기연 교수의 ‘반응’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금 교수는 자극이 왔을 때 본능에 충실히 반응하는 ‘즉각적 반응’과 자극에 대해 잠시 멈추고 생각한 후에 선택을 하는 ‘가치 반응’을 재치 있게 비교 설명함으로써 답사에 동행하는 참가자들이 보다 성실히 답사에 임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켰다.
답사 9일째인 13일에는 하북성 찬황현 황북평촌에 위치한 박철동 외 3인의 묘를 찾아 참배한 뒤, 석가장으로 향했다.
이날 답사를 끝으로 ‘독립정신 답사단’은 11박12일 일정 가운데 화북지역에 흩어져 있는 항일무장투쟁유적지 현장 답사를 모두 마쳤다.
14일과 15일에는 북경 일대를 둘러본 뒤 답사단 자체적으로 북경에서 광복 제61주년 기념식을 가진 뒤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선열들의 후손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중국 하북성 석가장 = 구자홍 기자 j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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