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재수정본

지역내일 2006-08-21 (수정 2006-08-21 오전 10:01:44)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바다이야기' 파문
정부 잇단 규제완화가 화 불렀다
2002년 1월 성인오락실 허가제에서 등록제 변경
2002년 2월 문화상품권을 오락실 경품에 포함
2004년 10월 총리실, 게임물 등급심사 개정안 묵살
각종 규제 푸는 과정에서 로비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검찰은 도박광풍의 주범으로 꼽히는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인어이야기’의 제조·유통업자를 20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게임기는 투입금액의 최고 4만배까지 당첨금을 지급해 사행성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광풍이 전국을 휩쓴 것은 정부의 어설픈 규제완화 정책 탓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락실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고 △상품권을 도박용 칩으로 전락시켰으며 △산업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허술한 법규정으로 영등위 심의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품권이 키워준 바다이야기 = 바다이야기는 지난 2004년 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통과를 받아 이듬해 1월 본격 출시됐다. 250만원까지 최고 당첨금을 지급하는 바다이야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데는 2002년 도입된 ‘상품권 경품지급 제도’의 영향이 컸다.
문화부는 바다이야기가 영등위 심사를 통과한 지 20여일만에 당첨금이 2만원에 달하면 강제적으로 상품권을 배출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화부가 상품권 지급 한도는 정하지 않음에 따라 이를 악용한 바다이야기 제조업체는 최대 250만원까지 경품을 배출하는 연타기능을 탑재해 성인오락실을 주름잡을 수 있었다.
경품상품권 지급제도 자체의 모순도 컸다. 문화부는 딱지 상품권이 100여종이나 난립하자 지난해 3월 상품권 인증제를 추진해 22개의 상품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선정 과정에 비리 의혹이 불거져 3개월만에 지정제도로 변경했고 이 제도 역시 딱지상품권의 대량 유통을 막지 못해 결국 지난 7월 경품 상품권은 전면 폐지됐다.

◆규제완화 명목으로 영등위 무력화= 지난 2004년 당시 문화부가 정한 사행성 범위는 △1시간 최대 투입금액 9만원 △1회 최대 당첨금액 2만원 △상품권 배출 후 기록 삭제(상품권 강제 배출) 뿐이었다. 즉 게임이냐 도박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3가지뿐이었다.
이에 따라 바다이야기도 합법적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다만 다른 기계들과 달리 125차례에 걸쳐 250만원까지 연속적으로 상품권을 배출하는 게 달랐을 뿐이었다. 당시는 연타 기능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때라 법적으로 문제 삼을 구석이 전혀 없었다.
영등위는 지난해 바다이야기 후속 버전에 대해 등급심사 보류로 맞서며 버텼지만 결국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영등위 심의 규정상 설명서와 기계 외관, 화면의 내용 등에 대해서만 심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프로그램을 보는 기술심의는 규제개혁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없앤 지 오래였다.
이에 대해 현 영등위의 한 위원은 “규정상 영등위 심사는 청소년의 관점에서 등급을 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복잡한 내부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심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다이야기가 도박기임을 입증해 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산업진흥과 규제 사이의 모순 = 정부는 그동안 게임산업이 미래 수출산업이라며 진흥에 치중해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역대 문화부 장관들은 수시로 “게임산업을 부흥시켜 세계 3대 게임강국을 만들자”고 강조해왔다. 당연히 규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실효성이나 일관성 면에서 설익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바다이야기를 수사중인 검찰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내부를 기술적으로 들여다보니 전자공학과 출신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 2명이 4개월 만에 뚝딱 만든 조잡한 오락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처럼 기발한 게임 내용과 최첨단 그래픽으로 승부하는 기술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우리나라 아케이드 산업은 말 그대로 유통산업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도박기계를 게임의 범주에 넣어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책 실패 누가 책임지나 = 성인오락실과 부실 상품권 정책 등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데 대한 책임 규명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2년 1월 음반비디오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성인오락실을 종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당시 장관 남궁 진)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로인해 우후죽순 생긴 성인오락실에 날개를 달아주는 조치가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지식정보산업 100대지원과제에 문화상품권 활성화를 포함시켰다. 이에따라 2002년 2월 오락실 경품에 문화상품권을 추가하도록 허가했다. (당시 문화부장관 남궁 진) 상품권이 오락실에 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오락실 주변에 환전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딱지상품권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딱지상품권의 난립을 막는다며 문화관광부가 도입한 정책이 인증상품권과 지정상품권 제도다. (당시 장관 정동채)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인증 또는 지정을 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여야 했다.
지난 한 해동안 발행한 상품권 총량은 29조원 가량이다. 발행업체들은 한 장에 50원씩 수수료를 받는다. 제반 경비를 떼면 20원이 이익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19개 지정 상품권 발행업체는 한 해동안 1200억원 정도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이른바 '규제완화'는 바다이야기가 괴력을 떨치는데 힘을 보탰다. 바다이야기가 2004년 말 영등위를 통과하기 전, 영등위는 사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급분류기준 변경안의 심사를 국무총리실에 요청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그 해 10월 29일 영등위가 심사를 요청한 아케이드 게임물의 세부개정안은 과도한 규제내용이 포함됐다며 반려 조치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걸쳐 어설픈 규제완화 정책을 펴면서 전국이 도박장으로 변해 버렸다. 도박중독에 빠진 서민이나 청소년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불어온 정부 당국자의 정책오류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문책이 따라야 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 또는 관련업자들의 로비가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도박산업 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 관계자는 “정책 실패는 있는데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며 “도박공화국을 만든 정책 입안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이후에 나올 정책 역시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광 정연근 오승완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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