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인사가 만사다’란 말은 진리다(2006.09.04)

지역내일 2006-09-03
‘인사가 만사다’란 말은 진리다
김 영 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노무현 정부는 과거정권에 비해 인사문제로 많이 시달린다. 과거에는 측근이니 가신이니 하는 따위를 요직에 발령해서 ‘낙하산인사’라고 시끄러웠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밥벌이로 한 자리씩 꿰차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낙하산인사‘라는 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잠잠하다싶다 인사발령이 나면 또 ‘코드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잣은 인사시비는 검증체제의 미비를 말한다. 허물없는 사람이야 드물겠지만 양파 까듯이 벗겨도 벗겨도 흠집이 나온다면 공직자로는 자격이 없다. 연기가 나면 불을 꺼야할텐데 여론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큰불을 내고 만다. 주변인사만 골라서 쓰니 잡음이 따른다. 덧나서 버린 돌을 다시 찾아 쓰고 밑돌을 빼서 윗돌로 괴는 식이다. 청와대만 해도 그의 주위에 맴돌던 386이 주류를 이룬다.
로마를 세계제국으로 만든 율리우스 카이사르. 정치가 이전에 군인으로서 대성한 그는 남다른 똘레랑스(관용)를 지녔다. 인심을 파악하는 재간이 뛰어났던 그는 항복한 적장도 중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적국과도 공존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정적마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인자한 지도자였다고 한다. 바로 이 융화적 인사정책이 그 광대한 로마제국을 지배하는 초석이었다.
몽고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전장에서는 잔악한 그였지만 오늘날 표현을 쓰면 다문화-다민족-다종교를 존중한 인물이었다. 다른 종교를 포용했고 외래문화에 개방적이었다. 이슬람권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가 아주 활발했다. 많은 모슬렘을 막료로 등용하는 인사정책을 썼다. 그가 그 거대한 제국을 통치한 배경에는 요나라의 유신(遺臣) 야율초재와 위구르 출신 진해 같은 패전국 인재의 지혜가 있었다.
세계경제가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면서 인재등용에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 1990년대말 일본의 닛산(日産)자동차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프랑스의 르노에 넘어갔다. 뜻밖에도 최고경영인에 카를로스 곤이라는 외국인이 발령났다. 그는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일본사회는 냉담했다. 일본을 모르는 외국인이 닛산을 살릴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단숨에 닛산을 침몰위기에서 구출했다. 도요타의 맹추격에 위협을 느낀 GM(제너럴 모터스)이 얼마 전 그에게 구조의 손길을 요청한 상태다.
1993년 3월 세계자동차의 두 거두, 미국의 GM과 독일의 VW(폴크스바겐)이 격돌했다. 당시 시점으로 7년 전에 GM 스페인공장에서 무명의 기술자에 불과했던 호세 로페스라는 중역을 놓고 쟁탈전을 벌렸던 것이다. GM이 그 스페인인에게 북미총책사장을 제안했으나 거절하고 VW의 생산 및 구매총책으로 가버렸다. 그는 생산관리의 귀재여서 생산원가를 10%나 절감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경영난 돌파를 위해서는 GM도 VW도 그의 탁월한 관리능력이 절실했던 것이다. 급기야 GM은 그를 산업스파이로 몰아 법정투쟁까지 갔다.
인재를 찾아 예를 다하는 말로 삼고초려(三顧草廬)란 고사가 곧잘 인용된다. 중국 촉한(蜀漢)의 임금 유비는 제갈량의 초가집을 세 차례나 찾아 간청한 끝에 그를 군사(軍師)로 맞이했다. 제갈량의 책략이 있었기에 그는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다. 제갈량 없는 유비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무협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아마 강호제현(江湖諸賢)일 것 같다. 시골구석에 파묻혀 사는 어진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제도권을 벗어난 현명한 인재를 널리 찾는다, 그들의 고견을 구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역대정권의 공직임면을 보면 당파적 정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군인에 이어 측근, 가신이 득세한다. 정권을 전리품으로 여기고 공직을 갈라먹는 엽관제(spoils system)의 전형이다. 그 결과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노 정부의 인력조달은 그 범위가 협소하고 폐쇄적이다. 장관으로 발탁했다가 선거용으로 징발하고 패배하면 또 중용하는 모습이다. 민심을 거르는 인사정책을 쓰니 민심이 이반한다.
2002년 월드컵 승리는 히딩크가 건각(健脚)을 실력만으로 발탁했기에 가능했다. 학연-지연이라는 고질적인 연고주의를 타파하고 말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한테서 생전에 들은 말이 떠오른다. 취직, 승진 따위의 인사청탁이 너무 많다는 실토였다. 다 거절하지만 정 곤란하면 차라리 돈을 줘버린단다. 그런 사람 쓰면 기업이 망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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