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곡고등학교 1학년 2반 김명선 교사는 방학동안 편지와 함께 발송될 1000여장의 사진을 학생들 별로 분류하고 각종기록의 파일을 정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년전 능곡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내딛은 김 교사. 그는 작년, 첫 담임을 맡았을 때의 설레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1년을 넘어 영원을 함께 할 1학년 2반 학생들을 기다리며'라는 글로 3월전부터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해온 김 교사. 인터넷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는 수시로 A4용지 빼곡이 편지의 형식을 빌어 학생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해오고 있다. '열흘을 함께 지내면서' '3월을 보내고' 등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담임으로서의 반성과 부탁의 말 등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전해지며 사제간의 마음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무는 역할을 해 주었다.
교직 첫해, 상담교사로 있을 때부터 학생들과의 벽 허물기 작업을 해왔던 김 교사. 그는 수업시간마다 상담실로 놀러오라며 학생들에게 일반적으로 훈계만 해오던 상담실의 모습을 친숙한 장소로 변화시켰다. 예상대로 같이 게임을 하며 과자나 간식을 나눠 먹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상담을 청해 올 땐 교사의 권위를 벗고 아이들 편에서 진지한 의논상대가 돼주었다. 더불어 연극반의 지도교사를 자청했던 김 교사.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고 고양시 청소년 연극제에서 장려상과 스텝상을 수상하며 감격의 기쁨을 나눴던 일 등은 학생들은 물론 그에게 큰 힘을 준 사건이었다.
학생들의 태도가 소란스럽다고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점점 밝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의 교실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을 갖았던 김 교사. 성적은 비록 꼴찌라도 환경미화는 1등을 차지해 기쁨을 안겨주었던 학생들. 그러나 출결석의 상태가 안 좋을 땐 많은 회의와 번민에 빠져야만 했다.
잘했다는 주위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종적으로 첫 담임으로서의 자신에게 내린 평가는 무척 냉철하고 야박하다. '친구 같은 선생님으로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선생님 같은 선생님으로는 실패했다'라고. 또한 진정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쩌면 업적이나 성과에 치우쳐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하는 자기반성을 해보는 김 교사. 아쉬움과 함께 아이들과의 시간이 1년만 더 늘어나길 바라는 욕심 또한 가득하다.
학생들이 내린 평가에서 학생과의 친밀도나 차별 없는 공평한 대우, 학생이해에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귀찮게 하지 말고 내버려 달라'는 결론을 대할 땐 그들을 사랑한 자신의 진심이 이해 받지 못한 것 같아 섭섭함으로 잠깐 좌절도 되었다는 신임 교사. 그러나 사람만이 희망이고 아이들만이 존재 이유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얘기한다.
"아직도 마음 문을 굳게 닫고 있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그 아이들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기위해 오늘도 학교로 간다. 함께 웃고 아파하고, 다투고 의지하는 아이들과 나. 그래서 행복하다."라고
전미정 리포터 flnar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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