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역사를 바꾼다
엘리뇨 : 기후와 역사의 충돌
로스 쿠퍼-존스턴/김경렬 옮김
새물결/1만7900원
1912년 4월 14일, 처녀항해 중이던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의 바다 한가운데서 빙산과 충돌, 수많은 승객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이 지역은 보통 때 빙산이 거의 내려오지 않는 지역이었다.
타이타닉호는 우편 증기선이 1월부터 8월까지 사용하는 수송항로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 항로는 북위 42도, 서경 47도 사이의 넓은 아치를 따라간 다음 뉴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가능한 한 얼음(빙산)과 안개를 피하려고 선택된 것이었다.
2주 전인 3월 29일, 남극점 탐사에 올랐던 영국의 스코트 일행은 예기치 못했던 악천후와 혹한을 맞아 탐사대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을 맞았다.
같은해 봄 북극해와 남극 일대에서 발생한 이 두 사건은 얼핏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사건의 배후에는 ‘엘리뇨’라는 비밀스런 원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그해 엘리뇨가 전세계의 기후를 뒤흔들어놓았던 것이다.
◆원래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를 뜻하는 말 =
오늘날 ‘엘리뇨’라는 이름은 그 단짝인 ‘라니냐’와 함께 전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기상용어로 자리잡았다.
‘엘리뇨’는 원래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를 뜻하는 말이다. 페루 북부연안은 보통 때 남극해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훔볼트해류 때문에 수증기 발생량이 적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몇 년에 한번씩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해류가 차가운 훔볼트해류를 밀어내는데, 그런 해에는 사막에 비가 내리고 녹음방초가 우거져 목축을 할 수 없던 건조한 땅이 천혜의 목초지로 변한다. 페루 사람들은 이를 아기예수의 축복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전지구적으로 엄청난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평소에 열대성 폭풍(싸이클론)이 불지 않던 지역에 폭풍이 몰아치는가 하면, 열대우림이 가뭄에 시들어버린다. 사막에 갑자기 비가 퍼붓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의지하는 곡창지대에 몇 년씩 비가 오지 않는 최악의 가뭄이 찾아오기도 한다.
◆히틀러군단의 러시아 전선 패퇴 =
저자는 이런 기후변화 현상이 역사를 바꿔왔다고 분석한다.
1640년의 대 가뭄은 명나라를 몰락시켰고 1877년에 발생한 강력한 엘리뇨는 청나라를 대기근과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뜨려 서구열강의 침략을 가속화시켰다. 같은해 인도에서도 550만명이 굶어죽은 대기근이 발생, 영국 식민당국에 대한 인도인들의 증오심에 불을 당겼다.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에 의존했던 이집트는 엘리뇨 때문에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아 치명적인 몰락의 길을 걸었고, 반면 1532년 잉카제국 정벌에 나섰던 피사로 군대는 엘리뇨로 인한 풍족한 비 때문에 탄탄대로를 걸었다.
1812년 나폴레옹군단, 1941년 히틀러군단의 러시아 전선 패퇴 뒤에도 강력한 엘리뇨가 자리잡고 있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엘리뇨 : 기후와 역사의 충돌
로스 쿠퍼-존스턴/김경렬 옮김
새물결/1만7900원
1912년 4월 14일, 처녀항해 중이던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의 바다 한가운데서 빙산과 충돌, 수많은 승객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이 지역은 보통 때 빙산이 거의 내려오지 않는 지역이었다.
타이타닉호는 우편 증기선이 1월부터 8월까지 사용하는 수송항로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 항로는 북위 42도, 서경 47도 사이의 넓은 아치를 따라간 다음 뉴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가능한 한 얼음(빙산)과 안개를 피하려고 선택된 것이었다.
2주 전인 3월 29일, 남극점 탐사에 올랐던 영국의 스코트 일행은 예기치 못했던 악천후와 혹한을 맞아 탐사대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을 맞았다.
같은해 봄 북극해와 남극 일대에서 발생한 이 두 사건은 얼핏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사건의 배후에는 ‘엘리뇨’라는 비밀스런 원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그해 엘리뇨가 전세계의 기후를 뒤흔들어놓았던 것이다.
◆원래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를 뜻하는 말 =
오늘날 ‘엘리뇨’라는 이름은 그 단짝인 ‘라니냐’와 함께 전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기상용어로 자리잡았다.
‘엘리뇨’는 원래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를 뜻하는 말이다. 페루 북부연안은 보통 때 남극해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훔볼트해류 때문에 수증기 발생량이 적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몇 년에 한번씩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해류가 차가운 훔볼트해류를 밀어내는데, 그런 해에는 사막에 비가 내리고 녹음방초가 우거져 목축을 할 수 없던 건조한 땅이 천혜의 목초지로 변한다. 페루 사람들은 이를 아기예수의 축복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전지구적으로 엄청난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평소에 열대성 폭풍(싸이클론)이 불지 않던 지역에 폭풍이 몰아치는가 하면, 열대우림이 가뭄에 시들어버린다. 사막에 갑자기 비가 퍼붓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의지하는 곡창지대에 몇 년씩 비가 오지 않는 최악의 가뭄이 찾아오기도 한다.
◆히틀러군단의 러시아 전선 패퇴 =
저자는 이런 기후변화 현상이 역사를 바꿔왔다고 분석한다.
1640년의 대 가뭄은 명나라를 몰락시켰고 1877년에 발생한 강력한 엘리뇨는 청나라를 대기근과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뜨려 서구열강의 침략을 가속화시켰다. 같은해 인도에서도 550만명이 굶어죽은 대기근이 발생, 영국 식민당국에 대한 인도인들의 증오심에 불을 당겼다.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에 의존했던 이집트는 엘리뇨 때문에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아 치명적인 몰락의 길을 걸었고, 반면 1532년 잉카제국 정벌에 나섰던 피사로 군대는 엘리뇨로 인한 풍족한 비 때문에 탄탄대로를 걸었다.
1812년 나폴레옹군단, 1941년 히틀러군단의 러시아 전선 패퇴 뒤에도 강력한 엘리뇨가 자리잡고 있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