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탱크 아래 피어난 희귀식물들

블라디보스토크 남쪽의 작은 섬이 ‘울릉도 특산식물’의 보고

지역내일 2006-10-11
연해주 대탐사-백두대간의 원형, 시호테알린을 가다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북한으로 가는 해안을 따라 작은 섬들이 연이어 바다에 떠 있다. 러스키섬, 포포바섬, 레이넥섬, 리코르다섬, 스테니나섬 …
열도는 슬라비얀카를 지나 자루비노항구까지 이어진다. 자루비노 동쪽 코르사코바섬 일대는 ‘극동지역 해양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9월1일, 취재진은 이 섬들을 탐사하기 위해 슬라비양카 항구에서 2척의 소형 모터보트로 나누어 탔다.
잔잔했던 바다는 외해로 나가면서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모터보트는 약 1~2미터 정도의 파도를 정면으로 헤치고 거침없이 달렸다.

◆울릉도에서 볼 수 있는 ‘큰두루미꽃’ = 40여분을 달려 슬라비양카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젤두히노섬에 도착했다. 리코르다섬 남쪽에 있는 사방 수 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섬이었다. 섬 곳곳에 공군기 사격 목표물로 쓰던 탱크들이 흩어져 있고 느즈막히 여름휴가를 나온 러시아 사람들이 탱크들을 배경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수중촬영팀은 건너편 가람지나섬으로 가고 육상팀은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식물분류학 박사) 소장과 함께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섬의 서북쪽은 완만한 경사, 동남쪽은 급경사의 벼랑이었고 북쪽 사면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섬 동북쪽에서 절벽을 타고 오르는 길, 현 박사가 “여기 큰두루미꽃 군락 좀 보세요”라며 손짓을 했다. 남한에서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큰두루미꽃’이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고 있다. 둥근 잎 위로 달리는 검은 열매가 예쁜 식물인데, 새들 때문인지 열매는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절벽 위로 올라가면서 길이 점점 힘들어졌다. 왼쪽은 의지할 데 없는 낭떠러지, 오른쪽은 진달래와 산철쭉 같은 무성한 관목이 길을 막아섰다.
좁은 절벽길을 오르는 동안 ‘두메부추’와 ‘백리향’ 군락도 볼 수 있었고 해풍 탓에 키가 한뼘밖에 안 되는 ‘마타리’와 ‘도라지’도 발견했다. 길이 조금 넓어지는 평탄면에는 예쁜 ‘둥근바위솔’이 자라고 있었다.

◆빙하기 때 동해는 거대한 호수 = 절벽길에서 제일 높은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자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바위봉 바로 밑에는 세계적으로 울릉도에서만 자생한다고 해서 ‘울릉도 특산식물’로 지정된 ‘울릉장구채’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 이 작은 섬의 식물 다양성이 어떻게 이렇게 높을 수가 있지.” 현진오 박사는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150미터 낮았던 1만년 전 빙하기 때 동해는 거대한 호수였다. 당시 이 섬들은 분명 하나의 산줄기로 연결돼 있었을 것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1만년 전 빙하기 때도 섬이었다. 빙하기 때 육지와 연결되지 않았던 섬을 ‘대양섬’이라고 하는데, 이런 섬들은 육지와 단절된 상태에서 매우 특이한 식생을 유지한다. 울릉도와 독도가 생태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금도 식물종의 변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젊은 대양섬’이기 때문이다.
현진오 박사는 “빙하기 때 연해주 땅은 지금의 동해안 깊숙이 뻗어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 기원이 불확실한 울릉도 식물 상당수는 빙하기 때 연해주 지방에서 진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해주 = 글·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이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지원했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
(사)동북아평화연대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소장
수중사진 해성수중엔지니어링

협찬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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